산불 90건 중 실형 5건뿐… ‘솜방망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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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방화에 도주까지 한 그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불을 지른 장소가 등산로 인근이고, 장소를 옮겨 3곳에서 불을 지른 점을 고려하면 인명피해가 발생할 위험성이 상당했다”며 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산불은 초기에 진화돼 소훼 면적이 넓지 않았고,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술에 취해 다소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A씨 사례처럼 방화나 실화로 인한 산불 범죄에 대한 법원 판결이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현행 산림보호법에 따르면 고의로 산불을 내면 7년 이상 징역형에 처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정한 산림 방화 양형기준도 기본 5∼9년, 감경이 3∼6년이다. 대법원 양형기준을 봐도 A씨의 형량은 가볍게 내려진 것이다. 최근 울산·경북·경남지역의 산불로 31명이 숨지는 등 산불 위험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관련 범죄의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세계일보가 산불로 인한 산림보호법 위반 사건의 최근 3년(2022년 3월31일∼2025년 3월31일)치 판결문 90건을 분석한 결과, 피고인들은 대부분 벌금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는 데 그쳤다. 징역형의 집행유예가 58건으로 가장 많았고, 벌금형 25건, 벌금형 집행유예가 2건이었다. 징역으로 실형을 산 경우는 A씨 등 5건뿐이다.

실형 선고를 받은 건 전부 방화범이다. 쓰레기 소각과 담뱃불 등 실화범은 모두 벌금형과 징역형의 집행유예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벌금형도 25건 중 500만원 이하가 23건으로 대다수였다.
2023년 4월 강원 원주에서 펜션을 운영하는 B씨는 숙박객이 이용하고 남은 장작불 재를 인근 잔디밭에 버려 입목 피해 금액과 진화 비용까지 총 2730만원의 피해를 발생시켰지만, 벌금 300만원이 선고됐다. 가장 큰 벌금인 2000만원이 선고된 경우도 2023년 3월 경북 상주시에서 쓰레기를 소각하다 산림을 태워 총 9억800만원의 피해액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산림청 등 정부는 최근 대형 산불 피해로 재난문자를 통해 “실수로 산불을 내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하지만, 실제 내려지는 판결은 이에 못 미치는 셈이다. 지난달 말 경북 지역을 휩쓸어 26명의 사망자를 낳은 산불도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다 불이 번졌다.
공하성 우석대 교수(소방방재학)는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재판부에서 처벌을 약하게 내리는 경향성이 있다”며 “하지만 이로 인한 피해는 최근 사례를 봐도 막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소실 범죄도 처벌 기준을 ‘이하’가 아닌 ‘이상’으로 상향해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시민 안전 의식을 높이는 홍보와 교육”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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