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농구 사상 첫 여성 사령탑 맞대결→누가 웃었는지 중요하지 않다 [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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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BL 첫 여성 감독 맞대결
결과보다 의미가 더 컸다
BNK 개막전 승리
최윤아 감독의 데뷔전
경기보다 더 큰 의미는?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2025~2026시즌 WKBL이 역사적 장면으로 막을 올렸다. 리그 출범 이후 처음으로 여성 감독 간 맞대결이 성사됐다. 결과는 디펜딩 챔피언 BNK썸 박정은 감독의 완승이었다. 그러나 이날 경기의 핵심은 승패가 아니었다. 여성 지도자가 양 팀 벤치에서 지휘봉을 잡는 풍경 자체가 한국 여자농구 발전을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BNK는 16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시즌 개막전에서 신한은행을 65-54로 꺾었다. 디펜딩 챔피언 감독답다. 박정은 감독의 농구는 여전히 강했다. 강한 수비를 기반으로 한 전환 공격, 그리고 김정은·김소니아·안혜지로 이어지는 전형적인 BNK 스타일이 완성도 있게 구현됐다.
김정은은 14점 5리바운드로 팀 공격의 중심을 잡았고, 김소니아 역시 14점 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안혜지는 10점에 5어시스트로 경기 흐름을 조율하며 노련함을 뽐냈다.

신한은행 최윤아 감독은 데뷔전이다. 선수 시절 ‘신한은행 레전드 가드’로 불린 지휘관이고, WKBL 역대 네 번째 여성 감독이라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최 감독은 “잃을 것이 없다”는 각오로 개막전을 맞았으나, 결과는 아쉬웠다.
1쿼터까지는 좋았다. 지난 시즌 신인왕 홍유순이 6득점을 몰아치며 팀 흐름을 주도했다. 이후 팀 공격 전개가 급격히 둔화했다. 2쿼터부터 외곽 수비가 흔들렸고, BNK 김정은·김소니아에게 연속 3점을 허용하며 흐름을 내줬다. 신이슬(17점)과 홍유순(14점)이 31점을 합작했지만, 나머지 포지션에서 지원이 부족했다.

이날 경기의 의미는 ‘개막전 승패’가 아니다. 여성 지도자가 동시의 벤치에서 지휘하는 장면은 WKBL 역사에서 처음 나온 장면이다. 박정은 감독은 “여성 지도자가 큰 무대에서 팀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 감독이 나오길 바란다”고 했다.
여자농구의 대선배 박신자 선생 역시 “박정은, 최윤아 같은 지도자가 등장했다는 건 한국 여자농구가 변화하고 있다는 뜻이다. 남성 지도자도 훌륭하지만, 여성 지도자가 하나둘 더 늘어나는 것이 리그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했다.
BNK의 승리는 기록되고, 신한은행의 패배는 보완점을 남긴다. 그러나 이번 개막전의 가장 큰 성과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바로 한국 여자농구가 새 시대를 열었다는 사실이다. 여성 감독이 벤치에서 지휘봉을 잡고, 젊은 선수들은 자신감 있게 코트를 누비며, 리그는 새로운 문화적·구조적 성장을 시작했다. 여러모로 의미를 남긴 개막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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