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하다 ‘네트 터치’ 범실, 천당과 지옥 오간 김규민 “그게 예의라 생각, 다시 그 상황와도 똑같이 행동할 것”[현장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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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천안=박준범기자] “그게 예의라고 생각했다. 다시 똑같은 상황이 와도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까 한다.”
대한항공 미들 블로커 김규민은 15일 진에어 2025~2026 V리그 남자부 현대캐피탈과 맞대결에서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김규민은 3세트 19-20 상황에서 속공을 시도해 성공하는 듯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이 네트 터치 비디오 판독을 요청했다. 상황은 이랬다. 김규민이 때린 공은 이를 막던 현대캐피탈의 머리를 맞고 솟아올라 관중석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김규민이 네트 반대편에 있던 김진영에게 사과를 건네면서 네트를 건드린 것. 현대캐피탈은 이를 지적했고, 김규민은 공이 바닥에 떨어지기 전에 네트를 건드렸다. 최종 판정은 김규민의 네트 터치.
대한항공은 거세게 항의했다. 헤난 감독은 물론 코치진도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판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헤난 감독은 경고받았다.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은 이 비디오 판독 이후 흐름을 내줘 3세트를 내줬다. 다행히 대한항공은 4~5세트를 연달아 따내, 승점 2을 챙겼다.
헤난 감독은 “김규민은 고급스럽게 상대에게 존중을 표한 것이다. 모든 선수들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 외에 드릴 말씀은 없다”고 했다.
경기 후 김규민은 “팀에 너무나 미안했다. 그 상황이 네트 터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게 맞고 또 예의라고 생각했다. 득점에 성공했다고 생각해 몸이 바로 반응한 것 같다”라며 “다시 그런 상황이 와도 똑같이 행동하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에도 김규민은 제 몫을 다했다. 5세트에도 블로킹 1개를 기록해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됐다. 김규민은 “사실 (범실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3세트를 패한 뒤에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최선을 다하려고 헀다. (정)지석이가 나에게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고 하더라. 이겨서 기분 좋게 말씀드리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많이 미안하고 자책했을 것 같다”고 돌아봤다.
대한항공은 이날 유독 제스처가 컸다. 현대캐피탈을 의식한 탓은 아니라고 한다. 김규민은 “현대캐피탈을 의식한 건 아니”라면서 “팀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았던 것 같다. 웃고 또 파이팅하면서 풀어가보자고 했다. 주장인 (정)지석이가 잘해줬다. 소리를 더 지르고 함께 열심히 하려고 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은 파죽의 5연승으로 선두 자리를 되찾았다. 김규민은 “팀 분위기는 좋다. 비시즌에 고강도 훈련을 했는데, 감독께서 자기를 믿고 따라오라고 했다. 모든 선수가 따랐고, 지금의 결과가 나오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신뢰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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