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기회는 다시 온다” KT 비디디, 결승에서 멈춘 반란…끝나지 않은 ‘기적의 서사’ [SS롤드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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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T1에 2-3 아쉬운 석패
첫 롤드컵 우승, 눈 알에 두고 놓쳐
‘비디디’ 10년 만의 롤드컵 결승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것”

[스포츠서울 | 청두=김민규 기자] “언젠가 다시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KT의 반란은 마지막 한 세트에서 멈췄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한 명의 선수는 자신이 왜 ‘비디디’인가를 증명했다. ‘비디디’ 곽보성. 10년이라는 시간 끝에 처음 오른 롤드컵 결승 무대에서 그는 끝까지 버텼고, 싸웠고 끝내 눈물을 삼켰다.
KT는 9일 중국 청두 동안호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2025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결승에서 T1에 세트 스코어 2-3으로 패하며 준우승을 거뒀다. 2-1로 앞서던 KT는 4·5세트를 연달아 내주며, 결국 트로피는 손끝에서 미끄러 떨어졌다.

분명한 것은 이날의 패배는 약함의 증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KT는 왕조 T1을 결승 마지막 끝장전까지 몰아붙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만난 곽보성은 “경기장에 올 때 ‘할 수 있는 건 다 하자’고 왔다. 그런데 막상 경기에 임하는 순간, 꼭 이기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지면서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의 말에는 처음으로 ‘정상’을 눈앞에 두고 느꼈던 떨림과 무게가 담겨 있었다.

5세트 밴픽 도중 고동빈 감독과 얘기하며 환하게 웃었던 장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T1의 선택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감독님께 ‘이런 픽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웃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곽보성은 2016년 초특급 유망주라는 타이틀로 데뷔했다. 그러나 그의 길은 결코 평탄하지 않았다. 승강전, 팀 해체, 맴도는 중하위권 등 어두운 골짜기를 여러 번 거쳐왔다.
그리고 올해 KT의 ‘기적의 서사’를 작성하며 결승무대에 섰다. 경기력은 분명히, 세계 최정상 그 자체였다. 4강전에서 세계랭킹 1위 젠지를 3-1로 꺾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곽보성은 “언젠가는 다시 기회가 올 거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 잘해나가고 싶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팬들을 향한 진심도 전했다. 그는 기자회견 마지막에 잠시 말을 멈췄고, 호흡을 한 번 고른 뒤 천천히 말했다.
“또 잘하다가 마지막에 져서 팬들엑 정말 죄송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응원해준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정말 감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 모습은 패배가 아니라 곽보성이라는 선수의 인간적인 온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KT의 반란은 멈췄다. 그러나 곽보성의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KT와 곽보성은 다시 도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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