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까지 두드린 韓우슈 ‘리빙레전드’ 유상훈 현역 은퇴 “아쉬움 전혀 없다, 모든 걸 쏟았다” [단독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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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아쉬움 전혀 없어요. 모든 걸 쏟았습니다.”
최근 부산에서 막을 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를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난 한국 우슈의 ‘리빙레전드’ 유상훈(35)은 이렇게 말하며 제2 전성기를 그렸다.
유상훈은 최근 스포츠서울과 만나 “주위 분은 은퇴를 두고 ‘아쉽지 않느냐’고 말씀하시더라. 중학생 때부터 22년간 우슈를 했는데, 은퇴하는 날을 가장 행복한 날로 상상하며 하루하루 부끄러움 없이 모든 걸 쏟았다. 정말 아쉽지 않고, 후회도 없다”고 미소지었다.
그만큼 우슈 인생의 유의미한 필모그래피가 다수 존재한다. 그의 발자취는 한국 우슈의 새 지평을 열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우슈 산타 국가대표 선수로 활약한 유상훈은 2013 세계우슈선수권 70kg급 동메달, 2014 인천 아시안게임 70kg급 은메달 등 정상급 선수로 군림했다. 속도, 손기술 뿐 아니라 발차기가 일품이다.


무엇보다 ‘격투에 진심’인 우슈인이다. 세계 최고 종합격투기 무대인 UFC의 오디션 프로그램 격인 ‘로드 투 UFC’도 두드렸다. 2023년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로드 투 UFC 시즌2’ 웰터급 경기에서는 필리핀 대회 URCC 3체급 챔피언인 크리스 호프만을 TKO로 꺾는 저력을 뽐냈다. 그에 앞서 2021년엔 국내 격투기 단체인 AFC에서 두 체급 위인 미들급 챔피언 김재영에게 도전장을 내밀어 KO승을 거두기도 했다.
단순히 승리를 얻는 것뿐 아니라 ‘재미있는 경기’를 지향했다. 실전에서 사용하기 어려운 발기술 등을 선보였다. 대중에서 생소한 종목인 우슈를 알리는 계기가 됐다. 유상훈은 “내게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는 분들이 계시는 데 스스로 그렇게 생각한 적은 없다. 타고난 게 없다. 다만 ‘노력’은 타고 났다. 대충한 적이 없다. 격투기가 좋고 우슈를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 로드 투 UFC 등에 도전했다”며 “아시안게임, 전국체전이든, UFC 무대든 결과는 하늘에 맡기는 것이다. 스스로 후회 없는 과정을 밟으면 된다. 주위에서 ‘상훈이는 운동에 미친 사람’이라고 여겼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선수 인생”이라고 방싯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는 말엔 “국가대표하면서 (종주국인) 중국 선수에게 네 번 졌다. 인천 아시안게임 땐 이기고 싶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10년이 지난 상황에서 돌이켜 보면 모든 면에서 상대 선수(장쿤)가 월등했다. 더 성장할 계기가 됐다”고 베테랑답게 말했다.

유상훈은 지난 전국체전에서 대구광역시청 소속으로 산타75kg급 동메달을 목에 걸며 은퇴 경기를 치렀다.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스친 그는 매트 위에 엎드려 절했다. 그는 “절한 건 아버지를 향해서”라며 “아버지께서는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경기를 따라오셨다. 과거 씨름 선수를 하셨다. 운동하는 아들의 마음을 잘 이해해 주신다. ‘멘토’처럼 바로 잡아주셨다. 마지막 경기 이후 ‘상훈이가 여전히 20대같은데 은퇴한다고 하니 이상하다’고 하시더라”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 체육관도 운영 중인 그는 미래와 관련한 말에 “지도자 제안이 오면 후배를 양성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들은 중국 선수의 기술 등을 따라 하려는 습성이 있다. 중국에 세계적인 선수가 많아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자신의 색깔이 명확해야 한다. 그러면 중국도 넘어설 수 있지 않을까”라며 “투지와 발기술은 우리의 장점이다. 믿고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선수 생활하며 소속됐던 영주시청, 대구시청과 더불어 대한우슈협회 모든 관계자에게 감사하다. 행복하게 우슈를 해온 건 이분들이 존재해서다. 앞으로도 한국 우슈에 보탬이 되는 길을 걷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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