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만한 제보자가 KBO 내부고발? 또 속네 또 속아![장강훈의 액션피치]
본문
문체위 국정감사서 또 KBO 질타
맥락 파악 못한채 무턱대고 윽박
권력욕 숨긴 사탕발림에 놀아난 꼴
국제대회 줄줄이, 내년엔 더 가관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소신있게 선수를 뽑은 덕분에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다고 하지 마라. 그 우승이 그렇게 어려웠다고 생각지 않는다.”
2018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당 의원이 야구 대표팀 감독에게 던진 말이다. 그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선수 선발 문제로 여론이 뜨겁자 국회의원이 감독을 증인으로 불러들였다.
질문은 어설펐다. 야구장에 한 번은 가봤을까 싶을 정도의 무지가 묻어났다. 이당 저당 옮겨다니던 당시 야당 의원도 거들었다. 볼인지 스트라이크인지 구분도 못하는 발언에 ‘뜨악한’ 기억이 선명하다.
이 사건(?)을 끝으로 해당 감독은 그라운드와 멀어졌다. ‘국보’로 불리며 추앙받던 영웅이 금배지를 달고 이해하지도 못한 질문을 뱉어낸 세 치 혀에 유린당한채 고꾸라졌다.

“울고 싶은 사람 뺨 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그만두려고 했습니다.”
그보다 한 해 앞선 2017년. 한국야구위원회(KBO) 수장은 같은 의원들의 공세에 헛웃음을 지었다. 심판이 구단 관계자에게 도박자금을 받은 사건을 비롯해 공인구 비리, 중계권 대행업체 선정 비리 등 의혹을 따져묻는 자리였다. 이 사건은 훗날 법정공방으로도 이어졌는데, 심판 비위를 제외한 의혹은 모두 ‘무혐의’ 또는 ‘무죄’로 판결났다.
“잘못된 정보가 있어서 바로잡….”
아니면 말고식 채근은 올해도 이어졌다. 질의서를 손에 들고 눈을 부라리며 큰 목소리로 읽는데 급급한, 질문은 던져놓고 “대답하라고 할 때만 대답하세요!”라고 윽박지르는 익숙한(?) 풍경도 그대로다. 사실관계를 바로잡을 시간도, 설명들을 여유도 없다. 준비한 원고를 시간 내에 읽어야만 한다.

주최단체지원금이 주제인데, 10개 구단이 낸 회비로 집행하는 총재 활동비를 끼워넣은 건 맥락상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해당 의원실에서는 몇 주 전부터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벼렀지만, 별 효과를 보지 못했다.
KBO와 관련한 비리 의혹은 공교롭게도 정권교체 시기 때마다 도드라진다. 저격수로 나선 의원들은 “믿을만한 사람에게 받은 제보”라고 강조한다. 진짜 믿을만한 사람일까. KBO에 관한 의혹은 거의 내부고발 형식이다. 내부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내밀한 정보가 편집돼 의원실로 들어간다. 편집된 정보는 왜곡될 수밖에 없다. ‘의도’가 개입된 제보라는 뜻이다.

저격에 실패하면? 제보자는 얼굴과 편집 내용을 바꿔 다른 저격수를 찾는다. 정권교체기가 권력을 찬탈할 기회이니, 또 몇년 숨죽이며 밑작업하면 그만이다. 어차피 ‘내부인’이니 몸을 숨기기에도 좋다. ‘KBO 수장’이라는 권력을 두고 펼쳐지는 암투에 스포츠와 담쌓은 국회의원들이 놀아나는 꼴이다.
내년에는 동계올림픽부터 국제대회가 줄지어 열린다. 대한체육회와 KBO, 대한축구협회장을 노리는 수많은 ‘믿을만한 제보자’가 국회 마당을 기웃거릴지, 벌써 내년 국감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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