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 감독상→2부 지휘봉’ 윤정환 희귀한 도전, 결국 대성공 ‘인천 1부 다이렉트 승격’…“이 자리에 있게 돼 영광”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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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인천=김용일 기자] “이 자리에 있게 돼 영광.”
K리그2 인천 유나이티드의 조기 우승을 지휘한 윤정환 감독은 국내 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일본 J리그와 K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에 기뻐하며 말했다. 지난해 ‘강원FC 준우승 동화’를 쓰며 K리그1 감독상 영예를 안은 윤 감독은 이번시즌을 앞두고 1부 승격을 목표로 하는 인천 지휘봉을 잡아 모두를 놀라게 했다. ‘희귀한 도전’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시선도 따랐다. 하지만 보란듯이 조기 우승으로 인천의 바람을 이뤄내며 다시 한번 지도력을 입증했다.
윤정환 감독이 지휘하는 인천은 26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5’ 36라운드 경남FC와 홈경기에서 제르소~무고사~바로우의 연속포를 앞세워 3-0 완승했다. 승점 77(23승8무5패)을 확보한 인천은 2위 수원 삼성(승점 67)과 격차를 다시 10점으로 벌렸다. 잔여 3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우승을 확정, 차기 시즌을 K리그1에서 보내게 됐다. 2부 강등 이후 한 시즌 만에 1부로 승격한 역대 6번째 팀이 됐다.
지난 2008년 현역 마지막 팀이던 J리그 사간 도스에서 수석코치로 프로 지도자 세계에 뛰어든 윤 감독은 2011년 정식 감독이 돼 첫해 1부 승격을 이끌었다. 이듬해 선두까지 치고나가는 등 일본에서 ‘오니(귀신)’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다가 2015년 울산HD(당시 울산 현대) 지휘봉을 잡으며 K리그 사령탑으로 첫 도전을 했다. 다만 2004년 전북 현대에서 선수로 뛰던 시절 이후 10년 만에 K리그를 경험하며 선수 파악 등에 어려움이 따랐다. 지도 방식도 일본과 국내 문화를 달랐다. 부임 첫해 정규리그 하위 스플릿으로 밀려났다. 이듬해 4위를 차지했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고심 끝에 세레소 오사카의 러브콜을 받고 J리그로 유턴했다. ‘전화위복’이 됐다. 세레소는 윤 감독이 2000~2002년 주전 미드필더로 뛴 팀이다. 팀 문화를 잘 알아 적응에 수월했다. 2017년 2부에서 1부로 승격한 세레소를 이끌며 컵대회와 일왕배를 석권, 더블(2관왕)을 달성했다. 그해 J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았다. 리그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주가를 높인 그는 J2리그 제프 유나이티드 사령탑을 거쳐 2023년 여름 강등권에 허덕인 강원의 소방수로 부임했다. K리그 사령탑으로 두 번의 실패는 없었다. 첫해 강원의 1부 잔류를 이끈 데 이어 지난시즌 공격 지향적 색채로 탈바꿈, 구단 역사상 최고 성적인 준우승을 이끌었다. 시도민구단의 열악한 환경에도 18세 영건 양민혁을 발굴하고, 황문기 이기혁 이유현 등 주요 선수의 포지션 변화를 통해 호성적을 냈다. ‘K리그판 레스터시티’로 부를 정도로 동화 같은 시즌이었다. 윤 감독은 준우승 팀 감독임에도 K리그1 감독상 영예를 안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윤 감독은 강원과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사상 첫 강등 악몽에 시달린 인천의 수장으로 변신했다. 애초 ‘K리그1 감독상’ 사령탑이 2부 팀을 맡는 것을 두고 여러 얘기가 나왔다. 게다가 당장 1부 승격은 쉽지 않은 목표다. 그러나 윤 감독은 도전을 선택했다. 일본을 넘어 강원에서 성공하기까지 노하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호 수석코치를 비롯해 코치진과 선진적인 분업화가 기본이다. 선수단 운용에서는 바로우, 무고사, 제르소 등 특급 외인 공격수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것 뿐 아니라 시즌 초반 박경섭, 김건희, 최승구처럼 젊은 피도 적극적으로 실험하며 스쿼드의 힘을 넓혔다. 지난여름 무더위 레이스에서 무고사 등 30대 노장이 컨디션 유지에 어려움을 겪고, 9월 단 1승(1무2패)에 그치며 2위 수원 삼성의 추격에 긴장했지만 인천의 ‘준비된 힘’을 막판 다시 발휘됐다. 윤 감독은 신진호를 최전방에 두고 박승호와 시너지를 끌어내는 등 유연한 전술 운용으로 10월 다시 반등에 성공했다. 인천은 이번 시즌 단 한 번도 연패가 없을 정도로 위기 관리 능력이 뛰어났다.

결국 지난 4월13일 충북청주와 7라운드 2-1 승리 이후 리그 선두에 처음 오른 인천은 이날 36라운드까지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코치진의 지도력 뿐 아니라 무고사처럼 지난시즌 강등에도 팀에 남아 헌신한 핵심 선수의 간절함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다음은 윤 감독과 일문일답
- 우승 소감은.
나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인천광역시) 시장님과 지금은 안 계시지만 심찬구 전 대표이사께 감사하다. 올해 나와 같이 들어오신 조건도 대표이사를 포함해 구단 관계자께서 많은 서포트를 해주셨다. 마음 편하게 선수를 이끌었다. 감사하다. 정말 칭찬해주고 싶은 건 우리 코칭스태프와 지원스태프다. 하나가 돼 열심히 해줬다. 이호 수석코치를 비롯해 감사하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동계훈련부터 굉장히 잘 따르고 열심히 해줬다. 부상자가 나오면서 흔들렸지만 다른 선수가 활약을 해줘서 이 자리에 있다. 모든 선수에게 고맙고 수고했다고 말하고 싶다. 또 서포터다. 홈이든 원정이든 항상 많은 분이 오셔서 힘을 보태주셨다. 너무나 열정적이다. 시원하게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정신차려’라는 말을 나름대로 좋아한다. 그 말을 들을 때 와닿는 게 많다. 더 잘해야 한다는, 채찍 같은 말이라 좋았다. 마지막으로 가족이다. 특히 와이프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항상 뒷바라지해준다. 고맙다는 말을 못했는데 이 자리를 빌어 하고 싶다. 인천이 1년 만에 승격할 것이라는 많은 분의 기대가 있었다. 다만 (개막 전) 미디어데이에서 독주가 어려우리라는 다른 감독의 말도 있었는데 예상을 깨고 초반부터 선두를 지키면서 지금까지 왔다. 인천이 지금까지 해온 축구를 탈피해 좋은 결과를 얻었다. 내게도 영광스러운 결과다. 남은 3경기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
- 가장 어려웠던 순간은.
올해 연패가 없다. 다만 경기력이 2라운드로빈까지 괜찮았는데 8월(3라운드로빈) 들어 체력적으로 어려웠고 부상자까지 겹쳤다.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20골을 넣은) 무고사도 여름에 힘들어 했는데, 박호민이 들어가서 득점해줬다. 신진호도 마찬가지다. 대타 역할을 한 선수가 잘해줬다. 부상자 역시 다른 선수가 메울 수 있다는 게 우리 시스템에서 명확하게 돼 있었다. 개인적으로 실력 차는 있을 수 있으나 무리없이 잘 보냈다고 본다. 고비를 이겨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 초반부터 게임 모델에 적합한 선수를 우선 기용했는데.
무고사도 못 뛰면 바꿀 정도로 스탠스가 명확했다. 지난해 경기를 많이 뛴 선수들이 못 뛴다고 해서 배제시킨 건 아니다. 그 선수에게도 기회를 줬고 이해도 시켰다. 함께 훈련했지만 무언가 부족했기에 경기를 못 뛰었다고 본다, 중요한 건 연전이 10월 외엔 없었다. 멤버를 고정적으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엔트리도 18명 밖에 안 된다. 멀티로 뛸 선수가 필요했다.
- 모든 선수에게 고마운 마음이겠으나 가장 고맙게 느껴지는 선수는.
앞에서는 박승호와 제르소다. 뒤에서는 김건희다. 그리고 주장 이명주. 부상 없이 꾸준하게 리더 역할을 굉장히 잘 해줬다. (감독으로) 분위기를 잘 맞춰주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기를 이기면서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더라. 다른 선수도 물론 잘해줬는데, 이들은 우리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이지 않나.
- 지난해 K리그1 감독상 수상 이후 2부 무대를 선택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성공했으니까 이런 말을 할 수도 있지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도전이라는 건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분 좋게 출발했다. 마지막도 기분 좋게 끝나서 다행이다. 처음부터 성공하리라곤 생각 못 했다. 성공하기 위해 과정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한 데, 스타트부터 잘 한 것 같다.
- 국내 지도자로는 사상 처음으로 일본 J리그와 K리그에서 우승 사령탑이 됐는데.
일본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지난해에도 (강원FC에서) 2위를 했지만 감독상을 받았다. 올해는 모르겠다. 다만 이렇게 (2부에서) 우승하는 건 쉬운 게 아니다. 여러 상황, 변수가 있다. 그래서 정말 기쁘다. 이 자리에 있다는 게 영광이다. 2부에서 어려운 과정 속 선수들과 함께 해냈다는 건 또 하나의 경험이 될 것 같다. 많은 사랑을 얻은 한 해다.
- 남은 3경기 운영은?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 선수들이 목적을 달성했기에 풀어질 수도 있는데 (3경기 상대 중) 부산, 전남 모두 플레이오프가 걸린 팀이다. (우리가) 소홀히 할 수 없다. 최대한 잘 마무리해야 나쁜 소리 듣지 않을 것 같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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