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 싸움’도 밀리는 투수인데, 호투? 어떻게 기대하나→김서현, ‘돌아이 모드’ 결국 미쳐야 한화도 산다 [PO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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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2G 연속 ‘홈런 악몽’
PO 크게 ‘부진’
자신감 하락 원인
‘돌아이 모드’ 광기가 필요하다
가을은 ‘미쳐야’ 살아남는다
김서현 손끝에 한화 KS 달렸다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투수는 결국 혼자 싸워야 하는 포지션이다. 마운드 위에 오르면 누구도 대신 던져줄 수 없다. 공 하나, 마음 하나가 경기의 향방을 가른다. 그래서 투수는 외롭고, 때로는 ‘미쳐야’ 강해진다. 한화 김서현(21)이 다시 살아나려면,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미쳐야 산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건 ‘돌아이 모드’다.
김서현은 올시즌 33세이브(리그 2위)를 기록했다. 마무리 1년 차인데, 특급 호투를 펼쳤다. 정규시즌 내내 팀의 뒷문을 지켰다. 가을이 되자 모든 것이 흔들렸다. 시즌 막판부터 시작된 ‘홈런 악몽’이 끝나지 않는다. 지난 1일 정규시즌 문학 SSG전 9회말, 현원회와 이율예에게 연속 투런 홈런을 맞았다. 충격적인 역전패다. 그 한 방으로 한화는 1위 싸움에서 멀어졌고, 김서현의 자신감도 함께 무너졌다.
그 여파는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졌다. 삼성과 시리즈에서 2연속 경기 홈런을 허용했다. 1이닝도 채 던지지 못했다. 정규시즌 SSG전부터 따지면 3경기 연속 홈런이다. 가을 평균자책점 36.00으로 크게 부진하다.

구위는 그대로인데, 멘탈이 무너진 모양새다. 위기 상황마다 공이 높게 뜨고,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 정규시즌의 ‘냉정한 마무리’는 사라졌다. 불안한 그림자만 남았다.
김서현의 속구는 여전히 빠르다. 시속 156㎞를 찍는다. 리그 정상급이다. 아무리 좋은 구위도 자신감이 빠지면 빛을 잃는다. 김서현도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따지고 보면 아마추어 시절부터 10년 넘게 마운드에 섰던 선수다. 스스로 믿지 못하면 아무도 대신 싸워줄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다.
김경문 감독은 5차전 마무리로 김서현을 예고했다. “세이브 상황이 오면 김서현이 마무리로 나선다”고 단호히 말했다. 흔들려도, 욕을 먹어도, 끝까지 믿겠다는 뜻이다.

아직 어린 투수다. 21살의 마무리에게 가을야구의 무게는 버겁다. 팬들의 기대와 비판이 동시에 쏟아지는 무대다. 프로는 냉정하다. 김서현이 이 상황을 돌파하려면, 오히려 ‘돌아이처럼’ 던져야 한다. 두려움보다 광기가 필요한 셈이다.
가을은 결국 미친 자의 무대다. 흔들리는 이들은 가차 없이 도태된다. 김서현에게 남은 길은 단 하나다. 미친 듯이 던지고,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 3번 실패해도 한번 잘 던지면, 비난이 칭찬으로 바뀐다. 가을야구가 그렇다. 5차전은 그 ‘한 번’이 될 수 있다.

김서현은 한화의 수많은 승리를 지켜낸 투수다. 정규시즌 내내 그가 세이브를 지켜 팀이 웃었다. 가을이 시작되자 그 웃음을 지우는 존재가 됐다. 이제 다시 찾아야 한다. 그가 자신과 싸움에서 이겨야, 한화도 이길 수 있다.
한화의 가을은 김서현의 손끝에 걸려 있다. 두려움이 아니라 오기다. ‘돌아이 모드’가 필요한 이유다. 그가 자신을 이기면, 한화 역시 한국시리즈로 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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