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백? 좋은 얘기만 합시다” 한화 78억 FA, 어쩌다 감독의 ‘기피 대상’이 됐나 [PO]

본문
정규시즌 이어 ‘가을’에도 부진한 엄상백
엄상백 컨디션 질문→김경문 감독 “좋은 애기만”
같은 시기, 비슷한 FA 금액 최원태는 ‘가을 호투’
엄상백은 언제쯤 ‘호투’ 펼칠까

[스포츠서울 | 대구=박연준 기자] “좋은 얘기만 합시다.”
한화 김경문(67) 감독의 짧은 한마디가 모든 걸 말해준다. 한화가 프리에이전트(FA) 총액 78억원을 투자한 투수다. 여전히 제 폼을 찾지 못했다. 기대도 점점 식어간다. 감독의 ‘기피 대상’이 된 모양새다. ‘가을 반전’은 없을까. 엄상백(29) 얘기다.
엄상백은 올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4년 총액 78억원의 ‘대형 FA’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한화는 “마운드 보강을 위해 영입했다. 엄상백은 팀에 안정감을 더해줄 자원”이라고 기대했다.

정규시즌부터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시즌 초부터 불안했다. 4월 평균자책점 5.82, 5월엔 7.47까지 치솟았다. 6월 5.95, 7월 9.49, 8월엔 무려 평균자책점이 54.00에 달했다. 마운드에 오르면 난타를 맞기 일쑤였다. FA 1년 차인데, 벌써 ‘실패한 FA’ 얘기가 나온 이유다.
가을을 앞두고 잠시 희망이 보였다. 9월 9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87을 기록하며 안정세를 찾는 듯했다. 김경문 감독도 “엄상백을 믿는다”며 신뢰를 보냈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도 합류했다.

믿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또다시 흔들렸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대전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2차전. 한화가 1-5로 끌려가던 9회초, 김 감독은 마지막 불펜 카드로 엄상백을 기용했다. 최소한 분위기 전환이나 마무리를 기대했다.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0.2이닝 1안타(1홈런) 1볼넷 2실점으로 부진했다.
김 감독의 표정이 싸늘하게 바뀌었다. 대구에서 다시 만난 김 감독은 엄상백의 컨디션 물음에 “좋은 얘기만 하자”고 짧게 답했다. 그 한 문장은 곧 신뢰의 끝을 의미했다. 이름이 나왔을 때 감독 심기가 불편한 선수가 되고 말았다.

비슷한 시기, 삼성으로 이적한 최원태는 다른 길을 걷고 있다. 올시즌을 앞두고 삼성과 4년 70억원 FA 계약을 맺었다. 정규시즌에서는 8승7패, 평균자책점 4.92로 평범했다. 엄상백과 마찬가지로 ‘돈값’을 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가을이 시작되자 완전히 달라졌다. SSG를 상대한 준PO 1차전에서 6이닝 무실점, 이어 한화와 PO 2차전에서도 7이닝 1실점 호투를 펼쳤다. 정규시즌 아쉬움을 딛고 가을에서 본인의 ‘가치’를 입증했다.
비슷한 FA 금액, 다른 결과다. 한 명은 가을을 통해 부활했다. 다른 한 명은 여전히 어둠 속에 있다. 여전히 자신의 이름값을 증명하지 못했다. 과연 언제쯤 엄상백이 ‘호투’를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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