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한화 선수들? 해낼 수 있어” 김경문 ‘할배 리더십’, 가을을 따뜻하게 밝힐 시간이다 [P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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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보다 ‘감’을 내세운 사람 냄새나는 야구
주춤해도 ‘신뢰’→김경문표 믿음의 야구
김경문 “감독이라면 박수 보낼 줄 알아야”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우리 선수들이 해낼 수 있다.”
한화 김경문 감독(67)이 올시즌 내내 입버릇처럼 되뇌던 말이다. 질책보다 격려, 지시보다 신뢰를 보낸다. 이른바 ‘할배 리더십(?)’으로 불리는 그의 리더십은 따뜻함 속에 단단함이 있다. 데이터보다 ‘감’을 믿는 야구로 한국시리즈 진출을 노린다.
한화와 삼성은 17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2025 KBO 플레이오프(PO) 1차전을 치른다. 한화는 정규시즌 2위로 직행했다. 삼성은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를 모두 뚫고 올라왔다. 체력으로 보면 한화가 앞선다. 삼성의 경우 실전 감각 ‘우위’를 나타낸다.
역대 5전 3선승제 PO에서 1차전 승리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확률은 무려 76.5%(34회 중 26회). 그만큼 첫 단추가 중요하다.

김경문 감독의 야구는 숫자가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둔다. 데이터의 시대에도, 그는 “직접 눈으로 보고,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직감에 가까운 판단은 종종 ‘역배(역발상) 야구’로 불린다. 실제로 한화의 올시즌 플래툰 비율은 49.5%, 리그 평균(52.6%)보다 낮다. 대타 기용도 리그 평균 183회보다 적은 177회에 그쳤다. 그만큼 ‘그라운드에 나간 선수는 끝까지 믿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선수들에게 특별한 에너지를 준다. 시즌 중반, 4번 노시환이 극심한 부진에 빠졌을 때도 그랬다. 월간 타율 2할 초반, OPS도 리그 하위권에 머물던 시기가 있다. 다른 팀 감독이라면 교체가 자연스러웠을 시기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우리 4번이다. 언젠가는 올라올 거다”라며 신뢰를 보냈다.
그 말 한마디가 노시환을 살렸다. 후반기 타율 0.303, OPS 0.994다. 부활의 중심에는 ‘믿음’이 있었다. 노시환도 “감독님이 끝까지 믿어주셔서 버틸 수 있었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그의 리더십은 젊은 선수들에게도 따뜻하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깜짝 이름을 올린 포수 허인서가 대표적이다. 2군에서 4연타석 홈런을 치며 ‘거포 포수’로 주목받았다. 정규시즌 1군 무대에서는 결과가 없었다.
결국 시즌 중반 2군행이다. 낙심한 그에게 김 감독은 먼저 다가가 “괜찮다. 누구나 그런 시기가 있다. 2군에서 더 준비하면 다음 기회가 온다”고 어깨를 두드렸다. 그러면서 “한화 차기 안방마님”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PO 엔트리 합류다. 허인서를 확실히 믿고 키우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가을야구는 냉정하지만, 동시에 인간적이다. 데이터로는 예측할 수 없는 흐름이 존재한다. 정규시즌과 달리 멘털 흔들림이 두 배가량 크다. 아무래도 큰 무대다. 선수들이 긴장을 더 크게 할 수밖에 없다. 김경문 감독의 ‘감 리더십’은 바로 그 틈에서 힘을 발휘한다.
선수를 믿고, 스스로를 믿게 만든다. 그것이 한화의 이번 가을이 유독 뜨거운 이유다. 18년 만에 돌아온 가을, 이제 ‘할배 리더십’이 빛을 낼 차례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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