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선수 모두 ‘슬픈 시간’→프로 외면 받은 ‘1151명’…눈물 닦고 포기 말자, 지금 실패가 ‘끝’이 아니기에 [SS시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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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1명 중 110명 프로 지명 나머지 낙마
이들도 열심히 했을 터. 슬픈 시간, 분명 나중에 더 큰 성장 발판된다
프로 지명 선수도 ‘더 큰 노력’ 필요하다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꿈’의 무대라 불린다. 야구를 하는 선수라면 누구나 KBO리그 입성을 꿈꾼다. 평생의 목표이자, 가족이 함께 걸어온 시간의 ‘결실’이다. 그러나 기쁨의 눈물 뒤에는 외면당한 수많은 눈물이 있다. 선택받지 못한 선수의 좌절, 슬픔 담긴 눈물이 헛되지 않으려면 ‘성장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지난 17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2026 KBO 신인 드래프트가 열렸다. 키움 박준현(북일고)이 전체 1순위 지명을 받으며 시작을 알렸다. 총 110명의 선수가 이름을 불리며 프로 유니폼을 입었다. 무대에 오른 선수들의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흘렀다. “부모님께 감사하다. 뒷바라지에 보답하고 싶다”고 선수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부모들 역시 흐느끼며 아들을 안았다.
뽑힌 선수가 있으면 낙마한 선수도 있다. 훨씬 많다. 이번 드래프트에는 고교 졸업 예정자 930명, 대학교 졸업 예정자 261명, 얼리 드래프트 신청자 51명, 해외 아마추어 및 프로 출신 19명. 총 1261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중 110명만 지명을 받았다. 전체 8.72%가 지명됐다. 나머지 91.28%, 무려 1151명은 낙마했다.

물론 아픔이 크다. 선수들이 한 공깃밥도 제대로 못 먹는 시기다. 새벽부터 야구장을 달려간 시간, 부모가 뒷바라지한 땀방울, 동료들과 흘린 피와 눈물이 한순간에 무너진 느낌이다. 야구장에서 쏟아낸 성적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순간의 운과 구단 사정이 맞물려 고개를 숙인 경우도 많다.
끝이 아니다. 인생은 길다. 지금의 좌절이 곧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 한화 노시환은 후배들에게 “안 뽑혔다고 상심할 필요 없다. 대학교 진학 후 2학년만 돼도 다시 지명받을 수 있다. 길은 열려 있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대학 무대에서 기량을 갈고닦은 뒤 프로로 들어온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 들어 대학 선수 지명률도 높아졌다.
독립리그도 또 다른 길이다. 드래프트에서 이름을 부르지 않았더라도 육성선수 계약을 통해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최근 롯데의 박찬형이 대표적이다. 한 번의 실패가 곧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시 일어서면 된다.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뽑힌 선수들은 프로 무대에 오른 순간부터 ‘진짜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여러 지명 선수들이 개인 SNS에 구단 로고와 함께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남긴다. 중요한 건 그 마음을 끝까지 지켜내는 것. 한화 정우주는 “이제 시작이다. 잘해서 왔는데, 더 잘해야 한다. 새로운 문이 열린 만큼, 이를 다들 이겨내야 한다”고 지명 선수들을 향해 조언을 남겼다.
프로의 문은 좁다. 그러나 문턱을 넘지 못했다고 모든 길이 막히는 것은 아니다. 오늘 흘린 눈물이 언젠가 웃음으로 바뀌려면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넘어지고 일어서며 더 단단해지는 과정이다. 오히려 이런 과정이 더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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