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무릎 멀쩡하지?’ 슈투트 저격, 오현규의 속 시원한 한방…“독기 품고 강해지겠다” 약속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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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내 무릎 멀쩡하지?’
축구 인생에서 지옥과 천당을 오간 열흘이었다. 축구대표팀 스트라이커 오현규(24·헹크)가 멕시코를 상대로 화끈한 득점포를 터뜨린 뒤 최근 석연찮은 이유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 구단을 저격하는 듯한 골 뒤풀이로 눈길을 끌었다.
오현규는 10일(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 A매치 평가전에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 출격, 한국이 1-1로 맞선 후반 30분 오른발 역전골을 터뜨렸다. 비록 한국이 후반 추가 시간 실점하며 2-2로 비겼지만 멕시코를 패배 직전까지 몰고 간 득점이다.
사흘 전 미국전(2-0 승)에서 후반 교체로 들어가 뛴 그는 이날 선발로 나서 전반 20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잡았다. 이강인의 왼발 아웃프런트 침투 패스를 받은 뒤 페널티에어리어 왼쪽을 파고들어 상대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섰다. 그러나 왼발 슛이 골문을 벗어나며 고개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주눅 들지 않았다. 특유의 폭넓은 활동량, 상대와 몸싸움을 적극적으로 시행한 그는 손흥민의 동점골로 1-1 균형을 이루던 후반 종반 골맛을 봤다. 전반 실수를 만회하듯 이강인의 정교한 패스를 재차 받아 해냈다. 이탈리아 세리에A 제노아에서 뛰는 요한 바스케스가 가로 막았으나 속수무책이었다.
완벽한 득점만큼이나 시선을 끈 건 뒤풀이. 왼 다리 스타킹을 내린 뒤 무릎을 가리키며 카메라를 향해 어깨를 들썩였다.

오현규는 이번 미국 원정 2연전 소집 전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 이적이 가시화했다. 미국행 비행기 일정까지 늦추고 지난 1일 메디컬 테스트까지 받았는데, 슈투트가르트 구단은 그의 고교 시절 십자인대 부상을 문제 삼았다. 오현규는 성인 무대에 데뷔해 유럽에서 활동할 때까지 한 번도 무릎과 관련해 문제가 없었다. 슈투트가르트는 오현규의 현 소속팀 헹크와 기존 합의한 이적료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고개를 갸웃거리는 태도로 일관했다. 결국 이적은 무산됐다.
빅리거로 도약할 기회를 놓친 오현규는 이를 악물었다. 보란 듯이 멕시코 골문을 가르면서 최근 벨기에 무대에서 주전으로 도약한 기세를 뽐냈다. 그는 앞서 이적 무산과 관련해 “독기를 품고 강해져 증명하겠다. 어느 팀이나 원할 좋은 선수가 되면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는데, 그라운드에서 실제 증명하며 한층 성숙해졌다.
대표팀 홍명보 감독도 “오현규는 실망감이 큰 상태에서 합류했다. 회복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성숙하게 이겨내고 득점도 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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