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적지서 24년만 美격파…홍명보호 스리백 ‘월드컵 본선 플랜A’ 급부상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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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축구국가대표팀 ‘홍명보호’가 내용과 결과 모두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며 적지에서 미국을 격파, 2026 북중미 월드컵 본선 희망을 밝혔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축구 A대표팀(FIFA랭킹 23위)은 7일(한국시간) 미국 뉴저지주 해리슨의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15위)과 A매치 원정 평가전에서 ‘캡틴’ 손흥민(LAFC)의 1골1도움, 골키퍼 조현우(울산HD)의 선방쇼를 앞세워 2-0 완승했다.
한국은 A매치 역대 전적에서 미국에 6승3무3패로 앞선다. 2000년대 들어서는 이 경기 전까지 4경기에서 1승1무2패로 열세였다. 마지막으로 이긴 건 2001년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평가전(1-0 승)이었는데 24년 만에 원정에서 승리를 맛봤다. 홍 감독은 지난 2014년 A대표팀 사령탑 시절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미국과 겨뤄 0-2로 졌는데 11년 만에 다시 지휘봉을 잡고 설욕했다.
한국은 지난 6월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에서 11회 연속 본선행을 확정한 뒤 3개월 만에 해외 리그 소속 선수가 가세, ‘완전체’로 A매치를 치렀다. 비아시아 국가를 상대한 건 2023년 10월14일 튀니지전(4-0 승) 이후 23개월 만이다. 특히 홍 감독이 월드컵 본선을 대비해 지난 7월 K리거 위주로 대표팀을 꾸려 나간 동아시안컵 때부터 시행 중인 스리백 전술(3-4-3)을 미국전에도 들고나왔다. 해외파가 합류해 더욱더 위력을 보였다. 아시아 예선 기간 펼친 4-2-3-1 전술을 뒤로 하고 ‘플랜A’로 가동할 가능성을 높였다.
◇‘스트라이커’ 손흥민, 적장이 된 포체티노 울리다
공격의 방점을 찍은 건 지난여름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로 무대를 옮긴 ‘캡틴’ 손흥민. 이적 이후 첫 A매치를 미국에서 치른 그는 이동 시간이 길지 않던 만큼 최상의 컨디션을 뽐냈다. 스리백 체제에서 최전방 공격수를 맡았는데, LAFC에서도 같은 포지션을 소화하는 만큼 어색하지 않았다. 홍 감독은 정통 스트라이커 대신 손흥민을 전방에 배치, 상대 뒷공간 침투를 노렸다. 제대로 적중했다. 손흥민은 전반 18분 이재성(마인츠)의 침투 패스를 받아 페널티 아크 왼쪽에서 왼발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43분에도 이재성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은 뒤 수비 뒷공간을 두드렸다. 상대 골키퍼 매튜 프리즈가 뛰어 나왔지만 손흥민은 노련하게 옆에 있던 이동경(김천)에게 연결했고, 그가 왼발 백힐로 마무리했다.
손흥민은 득점 뿐 아니라 전방 압박에도 적극적으로 임했다. 무엇보다 상대 수장은 토트넘(잉글랜드) 시절 ‘은사’인 마우리시오 포체티노(아르헨티나) 감독이다. 둘은 경기 전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선의의 경쟁을 다짐했다. 포체티노 감독은 경기 직후 미국 수비진에 대해 취재진의 지적이 나오자 “우리는 세계 최고 공격수 중 하나인 손흥민을 상대했다”라며 “내 아들 같은 선수”라고 치켜세웠다.
◇김민재 입힌 스리백 ‘업그레이드’…후반 체력·부분 전술 과제
한국은 초반부터 조직적인 전방 압박으로 미국을 당황하게 했다. ‘괴물 센터백’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패스성공률 94%(68회 시도 64회 성공)를 바탕으로 스리백을 지휘했다. 좌우 스토퍼인 김주성(산프레체 히로시마), 이한범(미트윌란)은 물론 윙백인 이태석(아우스트리아 빈), 설영우(즈베즈다)와 수세시 파이브백을 이루며 본선 경쟁력을 실험했다. 전방으로 빌드업하는 과정에서 불안한 장면이 몇 차례 나왔지만 첫 실전임을 고려할 때 안정적이었다.
물론 과제도 따른다. 후반 들어 체력적으로 어려움을 보이면서 공격적인 스리백으로 전환한 미국 공세에 흔들렸다. 빌드업 패턴도 단조로웠다. 다행히 골키퍼 조현우가 후반 추가 시간 폴라린 발로건의 두 차례 결정적인 슛을 선방하는 등 수호신 구실을 하며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스리백을 본선까지 끌고 가려면 공수 템포를 일정하게 유지할 부분 전술 마련 등이 필요해 보인다.
홍 감독은 “스리백으로 플랜A를 바꾼다고 말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선수들이 계속 성장하고 있다. 미국전 승리는 정신적으로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전을 성공적으로 치른 한국은 10일 오전 10시 테네시주 내슈빌 지오디스파크에서 FIFA 랭킹 13위 멕시코와 이달 A매치 두 번째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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