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영 잡은’ 35세 베테랑 “자꾸 슬라이더 던지더라”…이래서 ‘수 싸움’이 중요하다 [SS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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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 김상수에게 속구 7개 풀카운트
8구 슬라이더 통타, 끝내기 2루타
“속구 생각 안 했다” 수 싸움의 승리
베테랑의 가치가 여기 있다

[스포츠서울 | 수원=김동영 기자] “계속 슬라이더를 던지더라.”
KT 김상수(35)가 날았다. ‘도파민’ 제대로 터진 날이다. 패색이 짙은 상황. 팀을 수렁에서 건져냈다. 아예 승리까지 안겼다. ‘수 싸움’이 왜 중요한지 확인한 경기다. KIA 마무리 정해영(24)의 패턴을 읽었다.
김상수는 31일 수원 KIA전에서 5타수 1안타 2타점 기록했다. 혹은 ‘못했다’는 말이 나올 법한 수치다. 1회말 병살타, 3회말 2사 3루에서 뜬공이다. 5회말에도 2사 1,2루에서 삼진으로 물러났다. 7회말 역시 2사 1,2루에서 뜬공에 그쳤다.

다섯 번째 타석에서 모든 것을 만회했다. 안타 딱 1개인데 천금 그 이상이다. 4-6에서 5-6으로 1점 추격한 상황. 2사 주자 1,2루다. 우중간 2타점 2루타를 때려 7-6으로 경기를 끝냈다.
상황이 또 극적이다. 마운드에 KIA 마무리 정해영이 있다. 김상수와 승부가 ‘백미’다. 초구 몸쪽 높은 스트라이크, 2구 바깥쪽 낮은 스트라이크다. 볼-파울-볼-파울-볼로 풀카운트가 됐다. 공 7개가 모두 속구다.

그리고 8구째 가운데에서 살짝 바깥쪽으로 들어온 슬라이더다. 김상수가 가볍게 밀었다. 결과는 우중간 떨어지는 2타점 2루타다.
경기 후 만난 김상수는 “오늘 정해영 공이 좋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앞 타자 상대할 때 보니 슬라이더를 계속 던지더라. 속구 생각은 크게 안 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정해영 속구는 최고 시속 150㎞까지 나왔다. 힘이 있었다. 6-4로 역전에 성공한 후 9회말 등판했다. 선두 허경민을 속구로 땅볼 처리했다. 앤드류 스티븐슨에게는 포크볼을 던져 안타 허용. 장진혁은 다시 속구로 삼진이다.
여기서 슬라이더 구사를 늘렸다. 황재균에게 슬라이더 3개 던졌는데 다 볼이고, 4구째 속구도 볼이다. 장성우 상대로는 6개 던졌는데 속구 딱 1개다. 슬라이더-포크로 붙었다. 포크볼을 맞아 적시타다.
공 10개 던졌는데 포심이 딱 1개. 김상수가 이걸 봤다. 속구는 놨다. 들어오면 커트하며 버텼다. 계속 변화구를 본 셈이다. 이게 제대로 통했다.

35세 베테랑이다. 경험이라면 차고 넘친다. 2009년 삼성 1차 지명자. 첫 시즌부터 97경기나 뛰었다. 2011~2014년 통합우승 4연패, 2011~2015년 정규시즌 5연패 주역이다. ‘왕조의 막내’라 했다. 고비를 넘고, 정상에 선 경험이 있다.
그게 결과로 나왔다. 운동능력이 과거만 못할 수는 있다. 대신 수비 안정감은 탁월하다. 공격에서도 필요할 때 하나씩 해준다. 딱 이날 그랬다. “도파민 제대로 터진 날”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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