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원 다년계약? 문제 없네→송성문 보러 한화전 ‘美 5개 구단 스카우트’ 모였다 [SS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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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고척=박연준 기자] 키움과 6년 총액 120억원의 다년계약을 맺었다. 국내 무대에서 안정적인 미래를 택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송성문(29)은 달랐다. 분명 메이저리그(ML) 진출 시 계약 내용이 자동 파기된다. 그래도 ‘도전의 문’을 열어둔 송성문이다. 여전히 ML 무대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고 그 움직임을 확인하기 위해 현지 스카우트들이 고척으로 몰려들었다.
27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한화와 키움의 맞대결이 열렸다. 이날 ML 총 다섯 개 구단에서 스카우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움 구단에 따르면 이날 애리조나, 디트로이트, 에인절스, 다저스, 시애틀이 송성문을 보기 위해 고척을 찾았다. 송성문의 빅리그 도전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침 송성문은 일찌감치 2안타를 기록하며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했다. 올시즌 초반만 해도 가능성이 희박해 보였다. 3월 타율 0.281 OPS 0.864로 무난하게 출발했으나 4월에는 타율 0.200 OPS 0.662까지 곤두박질쳤다. 이때만 해도 빅리그 진출은 먼 얘기였다. 그러나 5월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타율 0.345 OPS 0.891을 기록하더니 6월에도 0.314 OPS 1.020, 7월에는 0.338 OPS 0.890으로 꾸준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8월에는 그야말로 절정이다. 27일 경기 전 기준 월간 타율 0.391 OPS 1.156으로 팀 타선의 핵심이자 리그 최고 타자로 자리매김했다. 시즌 성적 역시 타율 0.315 23홈런 76타점 83득점 21도루 OPS 0.917로 리그 정상급 지표를 보여준다. 콘택트와 장타 능력, 주루를 모두 갖춘 전천후 내야수다. 스카우트들이 고척을 찾은 이유가 분명하다.

송성문은 이미 ML 도전 의사를 밝혔다. 지난 17일 만난 그는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을 신청해볼 생각이다. 어떤 평가가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다년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ML 도전’이라는 숙제를 마음에 품고 있다.
사실 MLB 스카우트들의 관심은 올 시즌 내내 이어져왔다. 앞서 시카고C 부사장이 직접 한국을 방문해 송성문을 확인했을 정도. 이번 고척 한화전에도 다섯 구단이 동시에 모인 것은 드문 장면이다. 스카우트들이 한 선수의 기량을 집중적으로 체크하기 위해 일정까지 맞춘다는 것은 곧 그의 시장 가치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키움과 6년 120억원 계약은 ‘비 FA(프리에이전트) 다년계약’이다. 구단이 프랜차이즈 스타로 묶어두려는 의지가 강하게 담겼다. 그러나 포스팅을 통해 미국 무대에 진출하면 이번 계약은 자동 종료된다. 이후 KBO리그로 돌아올 경우 4시즌이 지나야 FA 자격을 얻게 된다. 쉽지 않은 조건이지만, 송성문은 주저하지 않았다.
키움 구단도 존중의 뜻을 밝혔다. 송성문이 ML 진출을 원한다면 구단도 최대한 도울 예정이다. 구단 입장에서는 큰 손실(?)일 수 있지만, 도전 자체는 지지하는 모양새다.
무대는 이미 준비됐다. 다년계약으로 국내 무대를 지키는 동시에, ML이라는 더 큰 바다를 향해 닻을 올릴 채비를 마친 송성문이다. 고척돔에 모인 다섯 구단 스카우트들의 노트에 적힌 평가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한국 야구 팬들의 관심도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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