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패 빌미’ 제공한 42세 ‘노장 투수’, 쉽사리 불 꺼진 야구장을 떠나지 않았다 [SS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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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박연준 기자] 연패의 빌미를 제공한 탓인지, 쉽사리 야구장을 떠나지 못했다. ‘노장’ 고효준(42)이 홀로 남아 연습을 이어갔다. 쓰라린 역전 홈런의 기억을 곱씹으며, 다음 날 더 나은 투구를 다짐하는 모습이다.
두산은 24일 잠실 KT전에서 2-3으로 패했다. 1-0으로 앞서던 8회초, 2사 1·2루에서 마운드를 넘겨받은 고효준이 대타 장진혁에게 통렬한 스리런을 허용했다. 그 한 방으로 승부가 갈렸다. 팀은 3연패에 빠졌다. KT 3연전 전까지 7연승을 달렸다. 그 기세가 꺾인 모양새다.


노장의 어깨는 무거웠다. 경기 직후, 누구보다 자신을 탓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나 고효준은 곧바로 클럽하우스로 들어가지 않았다. 9시 30분, 대부분 선수가 떠난 뒤에도, 불 꺼진 외야에 홀로 남아 투구 동작을 반복했다. 우측 외야에서 좌측 끝까지, 마치 러닝을 하듯 투구 모션을 수차례 이어가며 밸런스를 점검했다.
이후에는 마운드로 자리를 옮겨 투구 동작을 이행했다. 최근 만족스럽지 못한 투구 메커니즘을 바로잡겠다는 집념이 담겼다.
사실 최근 흐름은 좋지 않았다. 22일 KT전에서도 0.1이닝 2실점으로 흔들렸다. 이틀 만에 다시 실점하며 팀 분위기를 끌어내린 셈이 됐다.
그러나 그가 보여준 태도는 박수 받을 만하다. 기록지에 남은 실점보다도, 연패를 끊기 위한 노장의 땀방울이 더 값졌다.

‘실패’를 통해 배우려는 집념은 그 자체로 후배들에게 본보기가 된다. 어린 투수들이 쉽게 낙심하지 않고 끝까지 준비하는 이유를 현장에서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습을 ‘딱’ 그대로 고효준이 보여줬다.
노장은 이렇게 다시 내일을 준비한다. 홈런을 맞은 순간은 지나갔다. 중요한 것은 다시 마운드에 오를 때, 어떤 모습으로 팬들과 팀 앞에 설 것인가다. 고효준의 집념이 두산의 반등을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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