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이나 다름없는데…지역 안배까지 고민해야 하는 강원FC의 ‘춘천 딜레마’[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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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원정 같은 홈 경기. 강원FC는 오랫동안 ‘춘천 딜레마’에 신음하고 있다.
강원은 홈구장으로 강릉종합운동장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두 곳을 활용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춘천에서 치르고, 하반기에는 강릉에서 소화하는 방식이다. 지난 6월 13일 전북 현대와의 18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춘천 일정을 마치고 6월 21일 대구FC전부터는 강릉에서 열고 있다.
이는 3년 전 홈 경기 분산 개최 협약에 따른 것이다. 도민구단으로서 영동, 영서 지방에서 고르게 경기를 개최하겠다는 정책을 반영한 결과다.
협약이 종료되는 올해 강원은 새로운 계약을 위해 입찰에 나섰다. 더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지역에 하반기 개최권을 주겠다는 조건이 골자다.
춘천시에서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육동한 춘천시장은 “도민구단이 지자체를 끌어들여 가격 경쟁을 하려 한다”라며 구단을 비판했다.
사실 강원 입장에서 춘천 개최는 늘 딜레마다. 강원 클럽 하우스 오렌지하우스에서 춘천송암스포츠타운까지의 거리는 약 165㎞에 달한다. 대관령을 넘어 차로 2시간을 가야 하기 때문에 선수단은 컨디션 조절을 위해 경기 하루 전날 이동해 숙박한다. 왕복 4시간 거리로 인해 체력 소모가 크고 집중력 유지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미팅, 훈련도 밀도 있게 진행하기 힘들다. 예산이 더 드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반면 강릉종합운동장에서 경기를 치르면 클럽 하우스에서 편하게 준비하고 차로 10~15분 이동해 홈 이점을 살릴 수 있다. FC서울 클럽 하우스 GS챔피언스파크에서 춘천송암스포츠타운까지 약 80㎞인 것을 고려하면 강원 선수단의 고충을 이해할 수 있다.
강원이 하반기 일정을 강릉에서 소화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 수가 몰려 있는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순위 경쟁이 시작된다. 폭염이 이어지는 한여름 홈 경기를 춘천에서 치르면 선수들의 체력 소모는 배가 될 수밖에 없다. 성적에 악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정경호 감독이 “춘천에서도 많은 팬이 응원을 주신다. 하지만 홈 경기를 준비할 때 춘천은 2시간 이상 이동해야 한다. 강릉은 우리 홈 이점을 살릴 수 있다. 클럽 하우스에서 여유 있게 준비해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한 게 현실을 반영한다. 실제로 강원은 강릉 이동 후 1승 2무로 패배 없이 순항하고 있다.
구단은 강릉에서 전체 시즌을 보내는 게 유리하지만 지역 안배를 위해 춘천을 배제하지 않는다. 이는 도민구단의 특성 때문이기도 하다. 강원 사정을 자는 관계자들은 “구단은 강릉에서만 하는 게 낫지만 영동, 영서의 정서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 자칫 한 쪽 편을 들면 싸움이 생기고 선거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우려한다”라고 입을 모은다. 춘천 홈 경기를 없애면 선수단은 편할 수 있지만, 도내에서 큰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걱정이다.
결국 하반기 일정을 춘천에서 치르려면 고충을 극복할 만한 긍정적인 요인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로선 ‘당근’을 찾아보기 어렵다. 구단도, 선수단도 강릉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입찰을 비판하며 하반기 경기 개최를 원하는 춘천시의 반응에 구단도 동의하기 어려운 배경이다.
강원 서포터 나르샤의 전인표 회장은 “강원FC는 강원도민 모두의 팀이다. 많은 도민이 축구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강원도 내 각 지자체가 끝까지 힘을 모아 주시길 바란다”라며 현재 갈등을 봉합해달라는 생각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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