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깎신의 마지막 커트” 서효원, 30년 탁구 인생에 마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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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깍신(수비의 신)’이란 별명으로 한국 여자탁구의 한 시대를 이끈 서효원(38·한국마사회)이 코트를 떠났다.
서효원은 지난 8일 인천공항공사 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탁구리그 마지막 경기를 끝으로 30년 현역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앞서 지난 5월 세계선수권 대회 이후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한 데 이어 서효원은 이날 경기로 ‘진짜 마지막 무대’를 마쳤다.
그의 탁구인생은 시련과 극복의 연속이었다. 1987년 경북 경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2학년 때 탁구채를 처음 잡은 서효원은 누구보다 끈질기게 훈련했다. 그러나 두 번의 시련을 겪었다. 고교 시절 척추 디스크 진단으로 선수 생명에 위기를 맞았고, 2008년에는 소속 실업팀이 해체되며 무적 신세가 되기도 했다.

이때 손을 내민 사람은 바로 현정화 감독이었다. 서효원은 “현정화 감독님이 아니었다면 제 선수 인생은 진작 끝났을 거다. 다시 뛸 용기를 주신 은인”이라고 밝혔다.
세계랭킹 100위권 밖, 21살 무명 수비수였던 서효원은 한국마사회 탁구단 유니폼을 입으며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그리고 그 선택은 탁구 인생의 결정적 전환점이 됐다.
그는 한국마사회 탁구단 소속으로 무려 17년간 뛰었다. 그동안 국가대표 맏언니, 팀의 정신적 지주, 수비 전형의 교과서로 자리매김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 출전해 세계랭킹 8위에 올랐고,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2024년에는 세계랭킹 2위까지 올랐던 천싱통을 격파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숱한 국제 무대에서 보여준 그의 ‘공격형 수비’ 플레이는 팬들에게 잊지 못할 장면들을 남겼다.

두 번의 큰 시련에도 불구하고 서효원은 끝까지 웃으며 버텼다. 그는 “코트 안에서는 현 감독님이, 코트 밖에서는 부모님이 늘 나를 지켜봐줬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소회했다.
경기력은 물론, 후배들에게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선배이자, 동료들에게 가장 든든한 버팀목, 팬들에게는 단단한 ‘깎신’. 이 모든 것이 바로 ‘서효원’ 이름 석자의 가치였다.
은퇴 후 서효원의 다음 목표는 ‘지도자의 길’이다. 그는 “이제는 내가 받은 사랑을 후배들에게 돌려줄 차례”라며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시사했다.

현정화 총감독 역시 기대감을 드러냈다. 현 감독은 “(서)효원이를 가장 오래, 훌륭한 선수로 만든 원동력은 포기하지 않는 긍정의 힘”이라며 “그의 열정과 성실함은 후배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서효원은 “긴 시간 잘 버텨온 내 자신에게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라며 “이제는 탁구와 함께 더 나아가고 깊어지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깎신의 은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한국 탁구의 미래가, 그가 남긴 길 위에서 다시 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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