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5㎞ 파이어볼+데뷔 첫 3점포” 롯데 ‘신예 듀오’에 사직이 들썩였다 [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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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사직=김민규 기자] 부산의 심장, 사직구장이 들썩였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한 번은 시속 155㎞ 속구에, 또 한 번은 벼락처럼 터진 데뷔 첫 홈런에서다. 최근 1군 무대를 밟은 ‘신예 듀오’가 롯데를 연패에서 구해냈다.
롯데는 1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한화와 경기에서 선발 투수 홍민기(24)가 4이닝 1실점 호투했고, 루키 포수 박재엽(19)이 3점 홈런포로 초반 분위기를 가져오며 6-3으로 이겼다.
전날 롯데는 한화 안치홍에게 3점 홈런을 맞고 실책까지 나오며 0-6 참패를 당했다. 무기력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눈에는 눈, 홈런엔 홈런’이었다.


2회말 박재엽이 사직을 깨웠다. 2사 1·2루에 타석에 오른 박재엽은 한화 선발 엄상백의 132㎞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3점포를 쏘아올렸다. 짜릿한 데뷔 첫 홈런. 이틀 전 1군 콜업된 루키가 만든 극적인 ‘한 방’이었다. 롯데 더그아웃은 웃음꽃이 만개했고, 사직 팬들은 뜨겁게 끓었다.
김태형 감독의 신뢰도 통했다. 경기 전 “경험은 부족하지만, 수비 능력만 보면 팀 내에서 최고 수준. 치고 던지고 받는 기초가 좋다. 오늘 지켜보겠다”고 했던 베팅. 박재엽은 공격과 수비로 모두 응답했다.
여기에 마운드에는 ‘잊힐 뻔한 1라운더’ 홍민기가 빛났다. 홍민기는 2020년 2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전체 4순위)에 롯데 지명을 받은 기대주였다. 그러나 지난시즌까지 1군 등판은 단 네 경기에 불과했다. 지난해 5월 12일 사직 LG전에서 대체 선발로 나서 2.2이닝 동안 4안타 2사사구 1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그리고 402일 만의 선발 등판에서 진가를 드러냈다.

최고 구속 시속 155㎞ 패스트볼을 앞세워 4이닝 동안 4안타 1볼넷 4삼진 1실점 호투. 총 61개 공을 던졌다. 단순히 구속만 빠른 게 아니었다. 노련한 유인구 배합, 날카로운 제구, 위기관리 능력까지 갖췄다.
1회부터 달랐다. 한화 선두 타자 이원석을 상대로 초구 시속 153㎞ 속구에 이어 4구째 155㎞를 찍으며 삼진. 이후 안치홍, 문현빈을 범타로 처리하며 삼자범퇴로 출발했다. 2회에는 노시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고, 채은성의 방망이를 부러뜨리는 속구를 뿌렸다.
4회까지 1실점했으나 5회초 위기 상황에서 교체돼 데뷔 첫 선발승 요건은 아쉽게 무산됐다. 하지만 사직 팬들은 홍민기의 투혼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롯데는 김진욱과 박세웅이 이탈한 로테이션 공백, 그리고 포수진 재정비를 위한 실험 속에서 두 사람을 선택했다. 사직에서 빛난 ‘젊은 피’ 박재엽과 홍민기. 단지 한 경기의 반짝이 아니라 변화의 서막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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