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KFA소속, 홍명보는 우리 보스…비판 자제해달라” MVP 이강인 이례적 작심발언, 그는 왜 호소했나 [SS현장]

본문



[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 기자] “홍명보 감독은 우리 보스, 너무 비판하면 선수도 타격.”
쿠웨이트전에 나선 홍명보호 ‘젊은피’의 중심 구실을 한 ‘차세대 리더’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월드컵 3차 예선 내내 일부 팬이 대한축구협회(KFA), 홍명보 감독을 향해 비난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 자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강인은 1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최종 10차전 홈경기에 선발 풀타임을 뛰며 팀의 두 번째 득점과 더불어 번뜩이는 개인 전술로 2선을 지배, 한국의 4-0 대승을 이끌었다. 나흘 전 이라크 원정에서 월드컵 조기 본선행에 성공한 한국은 이날 이강인의 활약 속 6승4무(승점 22)를 기록하며 ‘무패, 조 1위’를 확정했다.
경기 최우수 선수에 선정된 이강인은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 끝머리에 “이런 얘기를 해도 될지 모르지만 많은 분께서 감독과 협회를 많이 공격하시고, 불편해하시는 분이 있다”며 “우리도 협회 소속이고 감독은 우리의 보스다. 너무 비판하면 선수에게도 타격이 있다. 긍정적인 부분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월드컵에 가서 잘 할수 있다”고 말했다.
KFA는 지난 정몽규 3기 체제에서 숱한 행정 사고로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러다가 지난해 초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A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 역시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불공정하게 선임된 감독이라는 꼬리표가 따르며 덩달아 비난 화살을 맞았다. 홈 경기장에서 정몽규 회장, 홍명보 감독이 전광판에 등장할 때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김민재, 이강인 등 일부 선수는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지난 2월 정몽규 회장이 압도적 지지로 4선에 성공하고, 홍명보호가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 진출 대업을 이뤘음에도 여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이강인은 월드컵 본선을 1년을 남겨둔 가운데 이런 분위기를 경계했다.
기자회견 직후 공동취재구역을 통해 장내를 빠져나갈 때도 한 번 더 언급했다. 그는 “당연히 팬께서 비판해야 될 부분은 해야 한다. 다만 너무 과도한 비판은 좋지 않다는 의미”라며 “조금이라도 긍정적이어야 팀도 잘 되고, 월드컵에서도 잘 되리라고 생각해왔다. 선수들이 힘을 받도록 도와주셨으면 하는 마음에 한 얘기다. (비판하는) 팬을 공격하고자 얘기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그라운드의 리더 구실을 한 이강인은 “어린 선수가 많이 베스트로 뛰었다. 너무 열심히 해줘 고맙다. 경험이 많은 형들의 말씀 하나하나가 도움이 됐다. 감사하다. 앞으로도 한 팀이 돼 좋은 결과, 플레이를 하는 팀이 되도록 노력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월드컵은 선수가 가장 좋은 상태로 가야 한다. 나를 비롯해 누구도 월드컵에 가는 게 확정된 건 아니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만 21세이던 2022년 카타르 대회를 통해 처음 월드컵 무대를 밟은 이강인은 당시 ‘미완의 대기’였으나 내년 북중미에서는 주력으로 뛸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지난 월드컵 땐 내가 최종 예선을 거의 뛰지 못했다. 막판에 합류한 선수였다. 이번엔 많이 참여했다. (팀 내) 선수, 코치진과 소통하며 어떻게 하면 월드컵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지 등 얘기를 해왔다. 그런 게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유년 시절 국가대표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월드컵 우승이라는 ‘세 가지 꿈’을 언급한 그는 앞서 두 가지를 달성했다. 이강인은 “(2019년) 20세 월드컵에 나갈 때 꼭 우승하고 싶다고 했다. 당시 동료를 비롯해 많은 분이 힘들다고 생각했다(결승 진출한 뒤 준우승 달성). 또 이번에 PSG에서 큰 대회(챔피언스리그)를 우승하면서 느낀 게 많다. 팀이 한 방향으로 최선을 다하면 불가능한 건 아니다. 최선을 다하면 운이 조금이라도 우리에 떨어지지 않을까. 어릴 때부터 꿈꿔온 것이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다”고 웃었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