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 좋은 K리거→월드컵 경쟁력UP’…이라크 원정서 재확인, 1년 후에도 마찬가지다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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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한국 축구 월드컵 11회 연속 본선행 대업의 방점을 찍은 건 ‘폼 좋은 K리거’다. 단순히 플랜B의 성공이 아니다. 1년 뒤 월드컵 본선 경쟁력을 높이는 데 한창 시즌 중인 K리거의 컨디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느끼는 계기가 됐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축구대표팀은 지난 6일(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에 있는 바스라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9차전 이라크와 원정 경기에서 후반 교체 투입된 김진규(전북 현대), 오현규(헹크)의 연속포로 2-0 완승했다.
승점 19(5승4무)를 확보한 한국은 2위 요르단(승점 16)과 승점 3 간격을 유지하며 1위를 지켰다. 더불어 3위 이라크(승점 12)와 격차를 7로 벌리면서 오는 10일 3차 예선 마지막 경기인 쿠웨이트전(서울) 결과와 관계없이 조 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행 티켓을 조기에 품었다. 낮 최고 45도까지 치솟은 무더위, 불안정한 이라크 정세 등 어느 때보다 어려움이 따른 중동 원정에서 거둔 쾌거다.
‘히어로’ 노릇을 한 건 K리거. 홍 감독은 이라크 원정을 앞두고 추춘제 시즌을 마친 주력 유럽파의 고르지 않은 컨디션을 우려, 대체자 노릇을 할 K리거 발탁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캡틴’이자 공격의 핵인 손흥민(토트넘)이 시즌 막판 입은 발 부상에서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다. 황희찬(울버햄턴)은 소속팀에서 출전 시간이 크게 줄어들어 경기력에 물음표가 매겨졌다.
다만 중대한 승부를 앞두고 ‘최소의 경험치’는 필요하다. 뼈대를 이루는 유럽파를 소집한 가운데 경기력 반전을 꾀할 ‘K리거 카드’로 전북 현대의 K리그1 선두를 견인하는 3총사(전진우·김진규·박진섭)와 최고 조커로 떠오른 문선민(FC서울) 등을 발탁했다.
제대로 적중했다. 이라크전에 손흥민이 출전 명단에서 빠진 데 이어 황희찬이 윙어로 선발 출격했으나 경기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또 전반에 상대 퇴장자가 발생하며 수적 우위를 안았으나 시원한 한 방이 나오지 않았다. 홍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알 아인)를 빼고 공격 지향적인 미드필더 김진규를 투입했다. 후반 15분엔 황희찬 대신 문선민을 내보냈다. 결과적으로 3분 뒤 문선민의 왼쪽 크로스를 기점으로 김진규의 오른발 선제 결승골이 터졌다. 이후 전진우도 그라운드를 밟았는데 후반 37분 오현규의 쐐기포를 어시스트하며 이라크에 ‘KO펀치’를 날렸다.

월드컵 본선 경쟁력에서 큰 무대를 누비는 유럽파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다만 원하는 목표 달성 가능성을 높이려면 경기력이 좋은 K리거와 융화돼야 한다. ‘시즌을 마친 몸’으로 월드컵 본선을 향하는 유럽파의 컨디션 딜레마는 늘 존재한다. 역대 두 번째 원정 16강 진출 역사를 쓴 2022 카타르 월드컵 때도 마찬가지다. 당시 손흥민이 시즌 막판 안와골절상을 입어 얼굴에 보호대를 착용, 불편하게 본선에 나섰다. 주득점원 황의조(알라니아스포르)의 컨디션도 100%가 아니었다.


이때 대표팀을 구해낸 건 K리거다. 당시 전북에서 물오른 골 감각을 뽐낸 조규성(미트윌란)이 가나와 조별리그 2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렸다. 16강 진출을 확정한 포르투갈과 최종전(2-1 승)에서는 울산 소속의 김영권이 천금 같은 동점포로 날아올랐다. 브라질과 16강전(1-4 패)에서도 유일하게 골 맛을 본 건 전북 소속의 백승호(버밍엄시티)다.
1년 뒤 북중미 대회 역시 궤를 같이한다. 유럽파의 100% 컨디션을 장담하기 어렵다. ‘시즌 중인 몸’인 K리거의 활약이 홍명보호의 명운을 좌우할 수 있다. 그래서 더 심도 있는 관찰이 필요하다.

한편, 홍명보호는 이라크전 승리 직후 귀국해 7일 휴식한 뒤 쿠웨이트전을 이틀 앞둔 8일 파주NFC에서 재소집해 훈련을 재개했다. A대표팀이 파주NFC에서 훈련한 건 위르겐 클린스만 체제이던 지난 2023년 11월 이후 19개월 만이다.
한국 축구의 요람으로 불린 파주NFC는 대한축구협회(KFA)가 파주시와 무상 임대 계약을 맺고 20년 넘게 연령별 대표팀의 훈련 및 숙식 공간으로 사용, 보금자리 구실을 했다. 그러다가 지난해 1월 계약 만료로 떠났으며, KFA는 충남 천안시에 파주NFC 4배 규모의 축구종합센터를 건립 중이다.
그간 서울에서 A매치를 할 때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주로 훈련했는데, 이번엔 각종 행사 일정과 겹쳐 파주NFC로 돌아왔다. 긴 시간 그라운드가 방치됐으나 K3리그 소속 파주시민축구단이 사용하면서 양질의 잔디가 눈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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