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의 생존 가를 ‘화수분의 브랜드화’ 시즌 성적 “무슨 의미 있나?”[장강훈의 액션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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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웃음을 되찾았다. 우승팀과 돌풍의 팀을 상대로 거둔 2연승 덕. 젊은 곰들이 활개를 친 건 더 고무적이다. 두산의 2025시즌은 이제 시작이다.
모처럼 2연승했지만, 프로팀의 ‘기본’인 승률 5할까지는 아직 9승을 더 쌓아야 한다. 갈 길이 멀다. 연승 자체보다는 분위기를 바꾼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당연하다. 두산의 올시즌을 성적에 방점을 찍어서는 재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두산의 아이덴티티는 ‘화수분’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선수가 튀어나오는 리그 최고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자랑했다. 이른바 ‘국대 베어스’가 해체되고, ‘2차드래프트 맛집’ ‘코치 사관학교’ 등의 명성을 얻으면서 자양분도 빠져나갔다. 아이덴티티를 유지할 수 없으니, 매년 버티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젊은 피의 등장은 팀 전체를 긴장하게 한다. 막 1군에 자리잡기 시작한 선수들이 특히 긴장한다. 여차하면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은, 아래가 아닌 위를 보기 마련이다. 선순환이 될 때는 베테랑들이 묘한 압박감을 느끼는 시점이 강팀으로 도약하는 동력이 됐다. ‘허슬’로 대표되는 ‘두산색’ 역시 화수분이라는 아이덴티티에서 기인한다. ‘화수분’의 실체는 ‘1군에 주는 건강한 긴장감’이다.

최근 수년 간 두산은 색깔을 잃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통을 끌어갈 동력이 약해졌다.
냉정하게는 2022년부터다. 모기업 상황을 핑계삼을 수는 있지만, 구단에 대한 현장의 신뢰가 깨진 게 결정타였다. 프런트 전문성이 빼어난 팀이지만, 실행은 결국 현장의 몫. 현장이 유기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지원이 필수요건인데, 이 부분에 균열이 생겼다. 팀을 지탱하던 코치진이 성적과 관계없이 이탈한 게 대표적인 시그널. 엄밀히 따지면, 2021년 시즌 종료 직후부터 파열음은 곳곳에서 일었다.

이승엽 감독의 깜짝 선임과 프리에이전트(FA) 양의지 영입은 체질개선과 신회회복을 동시에 노린 포석이다. 새로운 문화로 매말라버린 화수분 대신 새로운 베어스를 만들어보자는 의지도 담았다. 돌아온 선수단 리더가 구심점 역할을 하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는 생각도 깔린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프로야구단은 어쩔 수 없이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 모두가 기대하는 ‘베어스 스타일’은 여전히 ‘화수분’과 ‘허슬’. 성적이 뒷받침되면 색깔 바꾸기도 가능하지만, 매년 용두사미에 그쳤다. ‘국민타자’의 프로 사령탑 첫 도전이 실패로 막을 내린 원인은 외부 기대요인과 내부에서 원한 기대효과의 엇박자 탓이다.

어쨌든 실험은 실패했다. 그런데도 82경기(7일 경기 포함)나 남았다. 남은 경기에서 승률 5할로 반등(?)하더라도 시즌 70승도 못한다. 조성환 감독대행이 젊은 선수들로 새바람을 불어넣고 있지만, 이들이 팀 성적을 동반한 ‘성공적인 완주’를 할 것으로 기대하는 건 욕심이다.
때문에 방향성 정립이 중요하다. 눈앞의 1승, 포스트시즌 진출 턱걸이가 2025시즌 두산에 정말 필요한 가치인지 따져봐야 한다. 양의지뿐만 아니라 김재환 양석환 강승호 등 베테랑 야수들의 능력도 비정할만큼 냉정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같은 값이면 한 살이라도 어린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게 프로의 생존법이다.

‘화수분’이라는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브랜드화’할 것인지가 올시즌 이후 두산의 생존전략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령탑을 포함한 코치진뿐만 아니라 프런트 인선까지 ‘화수분의 브랜드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1승, 1패에 일희일비하는 건 팬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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