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00대 영웅 선정…한국전쟁서 전우 지킨 제주마 ‘레클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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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0월 어느 날. 군마가 필요한 미군이 찾아간 곳은 신설동 경마장이었다. 115파운드, 50kg가 넘는 무반동포와 개당 10kg에 달하는 탄약을 전장으로 실어나를 말이 필요했다.
차량 통행이 불가능한 험준한 고지를 오가던 병사를 대신해 탄약수송병 역할을 해줄 말을 찾던 그들의 눈에 띈 게 바로 ‘아침해’다. 젊은 마주인 김혁문과 기수 최창주가 아끼는 4세짜리 암말. 6.25전쟁 발발로 제대로 된 경주 기회를 얻진 못했지만 훈련내용을 정확히 기억하는 등 남다른 영특함을 지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누이의 의족값이 필요한 젊은 마주는 눈물을 훔치며 ‘아침해’를 미군에게 건넸다. 그들은 아침해에게 ‘겁없는’, ‘용감한’ 이라는 뜻의 ‘레클리스(Reckless)’라는 새 이름을 붙였다.
작은 체구의 암말인 레클리스를 보고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병사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철조망 회피, 참호 피신 등 기초훈련을 척척 해내는 모습을 보고 조금씩 우려에서 기대로 바뀌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말과 다르게 포 사격시 발생하는 엄청난 폭음에도 처음 한 두 번을 제외하고 금세 적응했다. 자신이 가야할 목적지도 병사가 처음에만 동행해 주면 알아서 찾아갔다. 담대하고 영특했다. 게다가 게다가 제주마의 특성대로 강인한 체력과 면역력까지 갖췄다. 군마로 이보다 더 완벽한 말은 없었다.
레클리스의 가치는 판문점 인근(현재 연천군) 지역에서 전개된 네바다 전초에서 빛을 발휘했다. 늦은밤 중공군의 기습공격이 시작됐고, 분당 500발의 포가 떨어지는 가운데 탄약보급병 역할을 한 레클리스도 집중공격을 당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자기 임무를 완벽히 수행, 병사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했다.
하루 평균 51차례 포탄을 싣고 사지로 걸어 들어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눈물을 훔치는 병사도 있었지만 끝내 살아남아 돌아오는 레클리스의 모습은 곧 “나도 반드시 살아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과 적을 물리치는 원동력이 됐다.
이를 계기로 레클리스는 전투 중 적의 공격에 의해 부상, 실종, 사망한 미군에게 수여되는 퍼플하트 훈장을 비롯해 미 대통령 표창, 미 국방부 종군 기장, 유엔 종군 기장 등을 받았다.
휴전협정 후 전쟁을 함께 이겨낸 전우와 미국으로 도항한 레클리스는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펜들턴 캠프에서 해병과 지내며 TV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등 미국 국민으로부터도 큰 사랑을 받았다.
미 해병은 레클리스의 용맹함을 높이 기리며 하사 계급을 수여했다. 1959년 전역하기까지 동료와 친밀하게 지내며 편안하게 여생을 보냈다.
국내에서도 전설적인 호국영웅인 레클리스의 업적을 기리고자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데 지난해엔 한국마사회와 제주특별자치도가 힘을 모아 렛츠런파크 제주에 레클리스 기념동상을 세우고 제주마축제와 연계해 그의 희생정신을 되새겼다.
이후 레클리스 얘기가 책으로 출간돼 사람보다 강인했던 정신력과 전우를 향한 진한 우정을 전했다. 또 KBS제주에서는 6일 현충일을 맞아 ‘영웅의 귀환, 레클리스’를 방영한다. 배우 김희애가 나레이션을 맡은 이 다큐멘터리는 오는 21일 전국 시청자와 만나 다시 한번 진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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