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화장실 다녀온 ‘볼보이’→잠실 KIA-두산전 갑자기 ‘경기 중단’ 된 사연은? [SS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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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박연준 기자] 야구는 선수들 외에도 모든 구성원이 준비를 마쳐야 경기가 시작된다. 볼보이가 잠시 자리를 비웠다. 이를 주심이 기다려 줬다. 그라운드의 조연까지 생각해주는 따듯한 모습이다.
3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 두산의 맞대결. 6회초 KIA의 공격을 앞두고 뜻밖의 장면이 펼쳐졌다. 1루 외야에 자리한 볼보이가 사라졌다. 이 상황을 본 구명환 주심은 경기를 멈췄다.
이윽고 밝혀진 사연은 의외였다. 해당 볼보이는 갑작스럽게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자리를 비운 것. 사소한 일이었지만, 주심은 곧바로 이를 확인하고 경기 진행을 일시 중단했다.

반드시 경기를 정지시킬 사유는 아니다. 심판의 재량으로 판단한다. 그럼에도 구 주심은 볼보이가 제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 줬다. 경기를 구성하는 일원 모두가 준비된 상태에서야 비로소 ‘정상적 경기’가 시작된다는 판단이었던 셈이다.
KBO도 스포츠서울과 전화에서 “관련 규정은 없지만, 공수교대 규정에 ‘불가피한 상황에 심판 재량으로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며 “구 주심이 볼보이를 위해 기다려준 것 같다”고 말했다.
볼보이는 단순히 파울볼을 수거하는 존재를 넘어선다. 타자나 외야수가 준비하는 사이, 빠르게 공을 전달하고, 클리닝 타임에는 외야수의 캐치볼 상대가 되기도 한다. 그라운드의 리듬과 흐름을 유지하는 중요한 구성원이다.
비록 잠시였지만, 이날 잠실구장은 모두가 ‘그 한 사람’을 기다렸다. 공이 멈춘 1분, 야구장이 다시금 모두가 함께하는 공간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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