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 105년 역사 첫 회장-학부모 동병상련 토크…“탁상행정 체육정책 더는 안 된다” [SS현장]

본문


[스포츠서울 | 김해=김용일 기자] “나도 운동하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1학년 아이가 있다. 시시때때로 변하는 ‘탁상행정’ 체육 정책에 학부모께서 맞춰가느라 고생이 많다.”
체육대통령과 학생선수 학부모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마주했다. 유승민(43) 대한체육회장은 지난 24일 제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가 진행 중인 경남 김해시에 있는 김해종합운동장 리셉션실에서 2025 학생선수 학부모 간담회를 열었다.
대한체육회 105년 역사에서 체육회장이 학생 선수 학부모와 공식적으로 자리한 건 처음이다.
유 회장은 임기 내 핵심 공약 중 하나인 학교 체육 정상화를 주제로 허심탄회하게 학부모와 견해를 주고받았다. ▲최저학력제 도입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 ▲합숙훈련 규제 등 현실과 동떨어져 논란이 가중하는 학생 선수 관련 정책이 화두다.
여전히 보수적 문화가 존재하는 체육계인 만큼 부모가 자식이 처한 상황에 대한 견해를 공개된 자리에서 말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러나 유 회장 역시 운동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인 만큼 시작부터 공감대를 형성하는 분위기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학부모가 용기를 내 마이크를 잡았다.

고1 여자축구 선수를 둔 아버지는 “(최저학력제에 이어) 고교학점제까지 나오면서 선수는 숨 쉴 틈조차 없다”고 말했다. 수영하는 고2, 중2 자녀를 둔 어머니는 “말 많은 사교육은 최저학력제와 연결돼 있다. 운동하느라 학원에 못 가 비싼 과외 등 사교육을 해야 한다. 운동하는 학생은 꼴찌하면 안 되고, 안 하는 학생은 해도 된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냈다. 또 출석인정 결석 허용일수도 종목, 대회마다 다른 점을 꼬집으면서 ”누구를 위한 체육정책이냐“고 한탄했다.
유 회장은 “(최저학력제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가 다 놓치는 정책”이라며 “운동 선수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아 안타깝다. 이들을 바라보는 인식개선이 우선 과제”라고 진단했다.
현직 교장(서울 구룡중)인 오정훈 학교체육위원장은 “최저학력은 우리나라에 맞지 않는 표현이다. 수입일수만 채우면 상급으로 넘어가고 졸업하는 구조로 돼 있지 않느냐”며 “인정 결석도 마찬가지다. 수업 안 들어갔는데 들어간 것으로 처리하는 건 모순이다. 선수가 대회에 나가는 걸 교외 체험학습으로 인정해주고 보충 수업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 일반 학생처럼 국영수만 배우게 하는 게 아니라 운동도 공부로 인정해 줄 교육 과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무작정 제도 폐지 주장보다 진정으로 선수가 운동과 학습을 균형적으로 접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다.
합숙훈련 규제에도 유 회장은 “과거 방식의 합숙이 아니라 교육적으로 단체 생활을 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체육회 차원의 비전을 밝혔다. 오 위원장도 공감하며 “합숙소는 2003년 천안 초등학교 축구부 화재 사건으로 폐지됐다. 문제가 생겼을 때 미봉책으로 불 끄려고만 해서 그렇다”며 “합숙소를 그저 잠자는 곳이 아니라 취미, 학습활동 등 경험을 쌓는 장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소년체전 출전 보조비 인상, 지도자 처우 개선 등 견해를 내놓은 학부모도 있었다. 유 회장은 간담회 직후 “너무나 공감되는 게 많았다. 학부모 얘기가 진짜”라며 “오늘 나온 의견과 자체 설문 조사를 종합해 올해 대선 이후 (정부에) 전달하려고 한다. 학생 선수가 꿈을 키우는 데 좋은 정책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