父 징계, 임신 협박범 체포…외부 이슈 딛고 ‘우승컵’ 품은 손흥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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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22일(한국시간) 스페인 빌바오의 산 마메스 경기장.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를 통해 꿈에 그리던 클럽 커리어 첫 우승컵을 품은 토트넘 손흥민은 감격의 눈물을 쏟은 뒤 시상식에서 환한 미소로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을 마주했다.
앞서 동료를 모두 단상에 올린 그는 마지막으로 체페린 회장에게 15㎏에 달하는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건네받았다. 프로 데뷔 이후 15년만에, 그것도 주장으로 트로피를 거머 쥔 손흥민은 싱글벙글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동료에게 몸을 돌려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발구르기를 한 손흥민은 정중앙으로 이동해 두 손으로 번쩍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한국 선수가 사상 처음으로 빅리그 클럽에서 주장 완장을 달고 메이저 대회 우승 세리머니에서 주연으로 거듭난 순간이다.

결승전 상대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는 손흥민이 유년 시절부터 롤모델로 삼은 대선배 박지성이 뛰던 팀이다. 꿈의 팀처럼 여긴 맨유를 누르고 첫 우승 역사를 써 더욱더 특별하다. 우승 직후 몸에 두른 태극기가 유독 찬란하게 빛났다.
손흥민은 ‘TNT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오늘만큼은 나도 (토트넘의) 레전드라고 할 수 있지 않겠느냐. 놀라운 기분이다. 꿈꿔온 순간이 현실이 됐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기뻐했다.
이번시즌 팀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하위권으로 밀려나 수장인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물론 주장 손흥민도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차기시즌 챔피언스리그 티켓까지 획득, 유종의 미를 거뒀다. 손흥민은 “감독께서 많은 압박과 비판을 받았다. 나 역시 주장으로 어려운 시기를 겪었다”며 “항상 긍정적으로 얘기하려고 했다. (유로파리그 우승을) 정말 간절히 원했다. 지난 일주일간 이번 경기를 꿈꿨다. (우승이) 현실이 됐다. 잊히지 않는 하루가 됐으면 한다. 아마 내일 비행기를 놓칠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또 “한국인으로 정말 자랑스럽다. (한국시간으로) 새벽 4시부터 가족처럼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우승 직후 현장에서 관전한 아버지 손웅정 SON축구아카데미 총감독, 어머니 길은자 씨와 진한 포옹을 나누며 감격해했다.
그는 유로파리그 결승을 앞두고 발 부상으로 고전한 데 이어 개인사로 마음 고생했다. 아버지 손 감독과 친형 손흥윤 코치가 아동학대 혐의로 처벌받은 데 이어 3~6개월 출전 정지 징계 처분을 받았다. 또 자기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 돈을 뜯어내려 한 남녀 일당 2명이 공갈 혐의로 체포됐다.
중대한 일전을 앞두고 외부 이슈로 심적 부담을 느낄 법했으나 손흥민은 보란 듯이 우승 목표를 이뤄냈다. 기쁨의 눈물, 포효로 가득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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