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가심비로 MZ 마음에 ‘홈런’ 날린 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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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고척=이소영 기자] ‘될놈될(뭘 해도 될 놈은 된다)’ 혹은 종합선물세트. 경기 침체 장기화와 고물가 시대 속 소비 심리가 위축됐음에도 ‘이것’만큼은 MZ세대의 구매욕을 막지 못한다. 지난해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첫 1000만 관중 신화를 쓴 프로야구(KBO리그) 얘기다.
삼성과 키움의 경기가 열린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경기 시작 두 시간 전부터 구름 인파로 북적였다. 응원하는 팀 유니폼과 응원봉 등 이른바 ‘직관(직접 관람) 필수템’을 두른 야구팬들 모습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야구장이 MZ세대의 ‘플레이그라운드’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중심에 MZ 소비 키워드 ‘가성비’와 ‘가심비’가 있다.
이날 삼성 팬이라고 밝힌 30대 커플은 야구장을 즐겨 찾는 이유로 데이트를 꼽았다. 이들은 “야구 보면서 데이트를 즐긴다”며 “원정 경기도 자주 가는데, 숙박비와 교통비 등 20만원이 넘지만 여행이라고 생각하면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커플템으로 야구 굿즈도 구매한다. 보통 40~50만원 정도 지출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인기 아이돌 콘서트 티켓값이 기본 15만원부터 시작해 20만원을 웃돌아 논란이 일었다. 키움 홈구장인 고척돔에서 아이돌 콘서트가 자주 개최되는 만큼 낙수효과도 어느 정도 누리는 것으로 보인다. 키움 팬인 20대 여성은 “저렴한 값에 노래와 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영화관이나 콘서트에 비해 비용 부담이 적어 심리적으로 만족도가 높고 응원 문화도 즐겁다”고 말했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과거 축구 관람을 즐겼다는 20대 남성 키움 팬은 “축구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직관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먹을 것도 많지 않나. 식음료 등에 10~20만원 정도 지출한다. 유니폼도 시즌별로 구매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밖에도 팬들은 야구가 대중화되면서 굿즈 종류도 다양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구단들은 인기 캐릭터를 활용한 콜라보 굿즈를 연이어 출시하며 MZ세대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다.
18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프로야구는 역대 최소 경기인 230경기 만에 400만 관중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야구의 뜨거운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1000만 관중을 동원한 만큼 MZ세대를 덮친 ‘야구 열풍’이 좀처럼 쉽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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