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VB가 요구하는 여성 코치 의무 규정, 한국 배구는 준비되어 있나[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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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여성 지도자의 존재감이 커질 때가 왔다.
2026년부터 국제배구연맹(FIVB)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 나서는 여자대표팀에 여성 코치를 최소한 한 명은 꼭 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나라마다 여성 지도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성장을 위해 적극적으로 도울 것을 강제하는 정책이다.
한국 여자대표팀도 이를 준비해야 한다. 현재 한국에는 국내 여성 지도자가 많지 않다. 사령탑 중에서는 페퍼저축은행의 장소연 감독이 유일하다. 새 시즌을 앞두고 한유미 전 KBSN스포츠 해설위원이 페퍼저축은행 코치로 합류했다. 기존에는 한국도로공사 이효희 코치가 2020년 은퇴 후 지도자로 활동하고 있다. 흥국생명의 경우 일본인인 요시하라 도모코 감독을 영입했다.
여성 지도자, 무엇보다 코치가 많지 않은 이유는 볼을 때리는 힘 때문이다. 훈련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힘 있는 남자 코치가 강하게 볼을 때려줘야 한다. 그래야 경기에서 만날 강한 볼에 적응하고 쉽게 수비도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지는 여자 코치를 잘 쓰지 않는 주된 배경이다.
같은 이유로 세터 포지션의 코치가 V리그에서는 주를 이뤘다. 이효희 코치를 비롯해 정관장에서 지도했던 이숙자 현 KBSN스포츠 해설위원, 그리고 2020~2021년 IBK기업은행에 몸담았던 김사니 전 코치도 모두 세터 출신이다. 세터는 특수 포지션이라 여성 코치를 쓰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다만 세터 출신 지도자의 숫자에 한계가 있어 모든 팀이 이를 노릴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훈련 외적으로 보면 여성 지도자의 존재가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지만 배구도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여성 지도자는 더 섬세하고 꼼꼼하게 선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남성과는 다른 여성 특유의 신체 조건, 신체 능력 등도 더 잘 인지한다는 장점도 있다.
여성 지도자로서 뚜렷한 성과를 낸 인물도 있다. 박미희 전 흥국생명 감독이다. 그는 2018~2019시즌 여성 사령탑 최초로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한국 프로 스포츠 역사의 새 지평을 열었다. 장소연 감독도 지난시즌 페퍼저축은행 창단 후 최고의 성적을 내며 다음시즌 기대감을 높였다. 성별이 아닌 실력과 역량, 리더십이 따라준다면 여성 지도자를 마다할 이유는 없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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