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잔디 논란→핵심은 ‘규정’…부실한 그라운드, 왜 ‘정해진 규격’이 없나 [SS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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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에 인조잔디 규정이 없다.”
사실이다. 관련 규정이 없다. 야구장이 ‘잘못’ 지어져도 할 말이 없는 이유다. 경기도청은 “우리는 종목 단체의 규정에 따른다. 협회 규정에 인조잔디 규정이 없다”고 했다. 축구의 경우에는 인조잔디 관련 규정이 넘쳐난다. ‘잔디 등급제’까지 있을 정도다. 관리에 적극적이다. 야구는 없다. 언제까지 선수들이 ‘부상 위험’을 감수해야 하나. 규정 신설이 시급하다.

대한축구협회(KFA)에는 KFA 인조잔디 인증제도가 존재한다. 인조잔디의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인조잔디 최소 길이 5.5㎝ 이상, 충진재 ‘필수 사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상태에 따라 1~3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국가대표 및 프로 경기는 ‘1등급’ 잔디에서만 열린다. 관리가 철저하니, 선수 부상 위험이 낮을 수밖에 없다. ‘축구 인프라’가 야구보다 낫다고 평가받는 이유다.
KFA는 “부적합하게 조성된 인조잔디는 학생선수는 물론 많은 축구인들의 부상 위험을 높인다. 또 경기력 저하 등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며 “KFA는 인조잔디 품질기준을 정하고, 인증제도를 둬 올바른 인조잔디 축구장을 보급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KBO에도 "매뉴얼"은 존재한다. 인조잔디와 충진재를 합쳐 최소 4.5㎝ 이상이어야 한다. 이에 따라 아마야구장인 횡성 KBO 야구센터, 화성 드림파크가 설계됐다. 프로구장에선 NC 홈구장인 울산 문수 야구장(5.5㎝)과 고척스카이돔(6.5㎝)이 해당 매뉴얼을 따랐다.
반면 KBSA에는 인조잔디 규정 ‘자체’가 없다.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비용 절감’을 이유로 최소한의 ‘안전 기준’조차 지키지 않더라도, 제재를 가할 수 없다. 문제의 팀업 캠퍼스도 마찬가지다. 인조잔디 ‘비용 절감’이 최우선이었다. 선수 부상이 여럿 발생했으나 ‘예산’을 핑계로 충진재 보충 및 잔디 교체가 여전히 진행되지 않는다.
KBSA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매 대회 전 현장에서 확인만 하고 있다”며 “최근 스포츠서울 기사를 통해 문제를 인지했다. 규정 신설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전 관리에 소홀하다면, 피해는 결국 선수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장 관계자들은 “‘1000만 관중’ 인기 스포츠인 야구에 기본적인 규정이 없다는 것에 매우 안타깝다”라며 “규정이 생기지 않는다면,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KBSA가 책임 있는 자세로 조속히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야구의 ‘풀뿌리’인 초·중·고 선수들을 관리하는 협회다. 선수들이 보다 안전한 곳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책임’질 의무가 있다.

KBSA가 문제에 대해 ‘인식’은 했다. 관건은 ‘행동’으로 보여주느냐다. 변화가 없다면 부실한 그라운드에서 ‘부상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선수들이 안심하고 야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야구도 축구처럼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 KBSA가 움직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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