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037504.jpg [사커 와이어] 복잡한 문제: 가난한 가정에서 자랄수록 더 뛰어난 축구 선수가 될까?](//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0308/8108319786_340354_a885f66f338e18ab75c1a0f38148ec0c.jpg)
미국 남자 축구 대표팀(USMNT)이 코파 아메리카 센테나리오 준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4-0으로 참패한 것은 미국 축구계뿐만 아니라 일반 스포츠 뉴스에서도 다시 한번 현실을 직시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중요한 경기에서 세계적인 강팀에게 철저히 압도당하는 일은 흔치 않다. 게다가 이 경기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전국 방송으로 중계되었다. 많은 미국인은 이런 충격적인 패배에 대해 “문제가 도대체 뭐야? 우리는 미국이라고!”라는 반응을 보이며, 미국이 이렇게 큰 인구와 부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왜 여전히 세계 최고의 축구 강국들과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지 의문을 품는다.
2016년 6월, 콜린 카우허드와 제이슨 휘틀록이 진행하는 폭스 스포츠의 핫테이크(강한 의견을 제시하는) 프로그램 "Speak For Yourself"에서는 미국 축구가 오랫동안 세계 정상급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깊이 논의했다.
“우리는 감독을 비난하는 걸 좋아한다.” 카우허드는 당시 미국 대표팀 감독이었던 위르겐 클린스만에 대한 비판을 언급하며,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르헨티나 같은 팀을 이길 문화적 기반도, 기술 수준도 갖추지 못했다.”
미국 최고의 선수들에게 더 높은 기대치와 강한 비판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카우허드는 이렇게 덧붙였다.
“우리가 아르헨티나에게 대패해도, 선수들을 비판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지만 그 고통, 그 비판, 미국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그 압박이 우리를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국가대항전에 나간 선수들에게… 그냥 등을 두드려 주고 끝낸다.”
휘틀록은 인디애나폴리스 노동자 계층 가정에서 자라 대학 미식축구 선수로 활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 축구에 대한 계급적 시각을 제시했다. 이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제기된 이론이다.
“미국 축구 선수들, 코치들, 팬들에게 진실을 말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그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올바른 사람들에게 적절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말했다. “축구는 영국에서 시작됐고, 가난한 사람들의 스포츠였다. 우리가 이 스포츠를 빈곤층 커뮤니티로 가져가 그들이 축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지 않는다면, 발전하기 어렵다. 문화는 가난한 계층에서 만들어진다. 문화는 고통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우리는 교외 지역에서 축구를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이건 잘못된 방식이다. 축구가 상류층의 스포츠로 남아 있는 한, 우리는 세계와의 격차를 좁힐 수 없다.”
오랫동안 축구를 사랑해온 팬들은 종종 이러한 주류 미디어 인사들이 깊이 있는 배경지식이 없는 채로, 선수 육성과 같은 미묘한 문제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것에 불편함을 느낀다. 과거에는 주류 미디어가 축구를 조롱하는 경향이 강했고, 지금도 일부에서는 그런 시각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의 시각이 새로운 논의를 촉발하는 데 유용할 때도 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제시한 의견 중에는 가치 있는 통찰도 있었지만, 실제 통계나 연구보다는 직관과, 최근 들어 점점 덜 정확해지고 있는 오래된 고정관념에 기반한 것이 많았다.
“미국에서 가장 부드러운 계층(비교적 편안한 환경에서 자란 계층, 주로 중산층 이상)이 축구를 주도해서는 승리할 수 없다. 클린트 뎀프시는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고, 그는 우리 팀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다. 세계적으로도, 최고의 선수들이 힘든 환경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 미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라고 휘틀록은 주장했다. “우리가 이렇게 참패한 건 놀랄 일이 아니다.
“기술을 발전시키는 건 뭘까? 그 열망, 간절함, 절박함이다… 우리가 이 수준에서 경쟁하고 싶다면, 6~7살짜리 아이들을 발굴해 축구 아카데미에 넣어야 한다. 전 세계가 이미 그렇게 하고 있다.”
휘틀록의 발언은 폭스 스포츠 축구 해설가 알렉시 랄라스와의 후속 대화를 불러일으켰다. 랄라스는 그의 주장 중 일부에 반박했지만, 설득력 있는 반론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 대화는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선수 육성은 다양한 요소와 영향이 뒤섞인 복잡한 과정이며, 이를 단순한 논점으로 압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미국 사회의 여러 분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른 평론가들처럼, 휘틀록과 카우허드는 이 문제에 대해 길게 이야기하면서도 중요한 한 가지를 언급하지 않았다. 바로, 축구가 문화의 중심인 미국 내 노동자 계층의 라틴계 이민자들과 그 후손들이다. 이들 중 일부는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부는 그렇지 않지만, 미국 축구 시스템에서 그들은 비율적으로 제대로 대표되지 않고 있다. (이 주제는 나중에 따로 다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가난이 정말 세계적인 축구 스타를 길러내는 온상일까? 이에 대한 일화적 증거는 많다. 특히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은 ‘천부적인 재능을 가진 선수들의 산실’로 여겨지며, 그 배경에는 열악한 생활 환경이 자리 잡고 있다. 펠레에서 네이마르까지, 브라질의 붐비는 파벨라(빈민가)와 메마른 내륙 지역에서는 수많은 뛰어난 선수들이 배출되었다.
리오넬 메시, 알렉시스 산체스, 디디에 드록바 역시 가혹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축구를 선택한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카카나 데이비드 베컴처럼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슈퍼스타가 된 선수들도 많다.
신뢰할 만한 통계적 증거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리고 이를 단순한 흑백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사례는 없어 보인다.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사회·문화적 환경이 크게 다르다는 점도 분석을 복잡하게 만든다. 그러나 2013년 "New York Times"에 실린 한 기사에서는, NBA 선수들의 성장 배경을 분석한 결과, 단순히 가난하다고 해서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기도 했다.
하버드 경제학 박사인 세스 스티븐스-데이비도위츠는 해당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부유한 동네에서 자란 것은 흑인과 백인 남성 모두에게 NBA에 도달할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한 긍정적 요인이다."
"1960년부터 1990년까지 흑인 인구의 거의 절반이 미혼 부모 아래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같은 기간 NBA 흑인 선수들 중에서는 대략 두 배 정도 더 많은 비율로 기혼 부모 아래에서 태어난 경우가 많았다. 즉, 르브론 제임스 같은 선수가 있는가 하면, 마이클 조던처럼 브루클린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선수도 있고, 크리스 폴처럼 노스캐롤라이나 루이스빌에서 중산층 부모 밑에서 자란 선수도 있다. 심지어, 크리스 폴의 부모는 2011년 ‘Family Feud’(가족 게임 쇼)에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이런 결과는 ‘가난에서 벗어나려는 강한 열망이 농구 스타를 만든다’라는 고정관념을 뒤흔드는 것이다.”
스티븐스-데이비도위츠는 엘리트 운동선수로 성장하는 데 있어 “끈기, 자기 조절, 신뢰”와 같은 비인지적 기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질은 위험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쉽게 기르기 어려운 특성이라고 설명한다.
"어려운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아무리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졌다 해도, 성공 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라고 그는 결론지었다.
필자는 최근, 미국 유소년 축구 시스템의 변방에서 출발해 2003년 잉글랜드 명문 아스날과 계약을 맺고, 이후에는 팀의 스카우트로 활동했던 대니 카르바시운과 길게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아스날에서의 치열한 경쟁 환경을 회상하며, "가장 절박한 선수들이 반드시 가장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다만, 그의 아버지는 그런 선수들의 절박함을 종종 언급하며, 대니에게 더 성실하게 노력하라고 독려했다고 한다.
"이곳(아스날)에 와서 ‘나는 반드시 성공해야 해!’라고 생각하는 선수들의 태도는 정말 다양했다." 카르바시운 말했다. "미국에서는 정말 다양한 배경을 가진 선수들이 있죠. 엄청나게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서 아주 잘 되는 선수들도 있고, 힘든 환경에서 성장해도 매우 성공하는 선수들도 있다."
"내가 아스날에서 만난 선수들 중에도 ‘좋은 가정’에서 온 아이들이 있었고, 반대로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 반드시 성공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선수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 중 대부분은 결국 18~19세가 되기 전에 방출됐어요. 선수 발굴이나 성공 여부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정확한 공식이나 법칙은 없다.’"
카르바시운은 극도로 가난한 환경에서 온 뛰어난 선수들이 구조화된 훈련이나 팀워크, 심지어 기본적인 삶의 기술이 부족하여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회상했다.
그들은 아무리 어려움을 이겨내는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어도, 성장 과정에서 결정적인 순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손길이 필요했던 것이다.
"세네갈에서 온 한 소년이 있었는데, 그는 결국 조기 귀국했다. 왜냐하면 아스날 1군 라커룸에 몰래 들어가서 파트리크 비에이라의 축구화를 훔쳤거든요. 대담한 행동이었죠." 카르바시운은 웃으며, 말했다.
"그런 식의 아이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그에게 물어봤죠. 그의 영어는 많이 서툴렀지만, ‘어느 리그 어느 팀 출신이냐’라고 했더니, 그는 ‘아, 나는 팀에서 뛰지 않아요.’라고 대답하더군요."
미국축구연맹(USSF)과 미국 내 프로 구단들(대부분은 메이저리그 사커, MLS)은 지난 10년 동안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막대한 재정과 인력을 투자해왔다.
이러한 노력은 서서히 결실을 맺고 있지만, 속도는 매우 더디다. 지금 같은 속도라면, 미국이 세계에서 10위권 안에 드는 수준(선수들의 질과 양 측면에서)을 달성하기 위해선, 수십 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미국의 유소년 축구는 여전히 "페이 투 플레이"(pay-to-play, 축구를 하려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구조) 시스템이 지배적이다.
즉, "유망한 저소득층 선수들이 경제적 장벽 없이 성장할 수 있도록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그리고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축구연맹의 유소년 아카데미 프로그램 장학금과 MLS의 홈그로운(유소년 출신) 계약 제도는 긍정적인 변화의 출발점이긴 하지만, 국가대표팀의 수준을 빠르게 향상시키기에는 아직 부족한 규모다.
통계적으로 보면, 저소득층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면, 단순히 수적으로도 더 많은 인재를 발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본질적으로 프로 선수로서 더 적합한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명확하거나 확신할 수 있는 결론은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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