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 당일, 필 블런델(Phil Blundell)과 리버풀을 응원하는 그의 동료 친구들은 파리 생마르탱(Saint-Martin 운하 옆 카페에 들렀다.
이후 그들이 스타드 드 프랑스로 출발할 때까지도, 극적인 분위기는 없었다.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고, 킥오프까지는 세 시간 이상 남아 있었다. 리버풀 팬들은 경기장 남쪽으로 입장하라는 안내를 받은 상태였다. 기차 파업으로 인해 경기장 남쪽 끝에 위치한 두 개의 지하철역 중 하나인 라 플레느(La Plaine)역으로의 이동이 제한되었지만, 그럼에도 시간은 충분했다.
그러나 생드니(Saint-Denis) 교외로 향하는 RER 노선의 객차는 극도로 혼잡했고, 지하철역에 모인 인파는 엄청났다. 이는 대략 오후 5시 30분, 즉 리버풀과 레알 마드리드 간의 경기가 시작되기 두 시간 반 전의 상황이었다. 블런델은 우려를 느끼기 시작했다. “역 내의 안내 표지판이 모호했고, 사람들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추측으로 움직이고 있었습니다”라고 그는 당시를 회상한다.
라 플레느 역 방향으로 다시 사람들을 안내하여 혼잡함을 완화하려는 시도는 전혀 없었다. 대신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접근로로만 향하는 것 처럼 보였다. 허나 그곳은 이미 수용 한계를 몇 배나 초과한 상태로 터져나가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현장을 통제하려던 현지 경찰은 고속도로 아래의 지하도로 경찰 밴을 후진시켜 주차했다. 그곳은 이미 극도로 비좁은 상태였다.
당시 블런델은 멀리 경사로 아래쪽에 있는 검문 게이트를 볼 수 있었다. “그 게이트는 1분에 약 30명 정도만을 통과시킬 수 있는 규모로 보였죠”라며 그는 회상했다. “그러나 대기 중인 인원은 최소 10,000명 이상이었습니다. 간단한 산수만 할 수 있어도 문제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죠.”
혼란이 시작되고 있었다. 위쪽 광장을 통과한 팬들 중 일부는 공황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이에 임시적으로, 운영 측은 게이트를 포기하고 검문을 생략했으나, 이 결정은 경기장 가까이에 있던 인원들에게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했다. 지하도에서는 소매치기 조직이 함께 이동하고 있었으며, 그들은 검문을 받지 않은 채 경기장 입구 바깥까지 도달했다. 결국 그들은 프랑스 경찰과 맞닥뜨렸고, 경찰은 무차별적으로 대응했다. 대규모 충돌 속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던 가족들이 곤봉으로 구타당하고 최루 가스를 맞았으며, 일부는 현지인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후, 몇몇 사람들은 평생 지울 수 없는 부상을 입게 되었다.
“저는 장다름(Gendarmes, * 역주- 프랑스 기마경찰)**이 불필요하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고, 군중을 대하는 기술이 부족했으며, 조직적이지 못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상황이 운 좋게 끝났더라도 그들의 행동은 무계획적이었으며, 최악의 경우에는 위험을 초래하는 것이었습니다.”라는 것이 블런델의 설명이다. 그래도 다행히 그는 무사히 자신의 좌석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경기가 결국 시작되었을 때, 이는 일종의 안도감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UEFA는 경기가 지연되는 동안 지연 사유를 팬들이 "늦게 도착한" 탓으로 돌리려 했고, 이는 실패로 돌아갔다. 경기 자체는 리버풀이 1-0으로 패배하는 결과로 끝났다. 하지만 경기 내내 “이상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마치 유럽 대항전의 결승전 같지 않았습니다”라고 블런델은 말했다. “모든 일이 그저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경찰 벤은 리버풀 팬들이 이동하는 지하도의 한쪽을 막고 있었다. (Simon Hughes/The Athletic)
그리고 오늘 밤, 리버풀은 2022년의 그 어두운 날 이후 처음으로 다시 파리를 찾는다. 이번에도 같은 대회이고, 팬들은 똑같은 현지 경찰을 만난다. 지난해 독립 조사 기관에 의해 발표된 사건 조사 보고서에 의해 현지 경찰이 “사람들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점이 밝혀졌다. 그러나 상황은 매우 다르다.
리버풀은 이번에 생드니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도시 서쪽에 위치한 파리 생제르맹의 홈구장 파르크 데 프랭스(Parc des Princes)에서 경기를 치른다. 3년 전 결승전 당시에는 약 60,000명의 리버풀 팬들이 파리로 건너간 것으로 추산되었으나, 이번 16강 경기에서 구단이 할당받은 좌석은 단 2,000석에 불과하다.
이에 경기 자체를 포함해 경기를 둘러싼 분위기는 이전과 완전히 다를 것이며, 이는 블런델이 다시 파리 원정길에 오르는 것을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저에게 생드니와 파리는 정신적으로 분리된 곳입니다. 하지만 다른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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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 스미스(Danny Smith)에게 생드니의 지하도는 끔찍한 기억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1989년, 14세의 나이에 힐스버러 참사 현장에 있었고, 당시 레핑스 레인(Leppings Lane) 끝에서 압사 사고를 경험했다. 당시 그곳에선 당국의 조직적 운영 실패로 97명의 리버풀 팬들이 불합리하게 목숨을 잃었다.
영국 역사상 최악의 경기장 참사에서 살아남은 지 33년 후, 그는 스타드 드 프랑스를 빠져나오려던 중 10대 아들과 함께 갱단의 습격을 받았다. 그들은 그의 무릎을 망치로 내리쳐 산산조각 냈고, 그의 주머니를 뒤져 소지품을 훔쳐갔다. 그 모든 일이 경찰이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졌지만, 경찰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한 범인은 이렇게 말했다. “여기는 생드니야.”
구급차는 한 대도 없었고, 스미스는 직접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러나 그의 최우선 과제는 아들을 머지사이드로 안전하게 데려가는 것이었다. 이에 그는 부러진 다리에 대한 긴급 치료를 받는 대신, 약 250마일(400km) 떨어진 낭트(Nantes)로 가는 기차를 타고 이동했다.
리버풀 왕립 병원(Liverpool’s Royal Hospital)에서 촬영한 엑스레이 결과, 그의 경골 상부 세 곳에 골절이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다. 그는 다음 날 에인트리 대학병원(Aintree University Hospital)으로 이송되어 무릎 뼈를 재건하는 수술을 받아야 했다. 당시 외과 의사들은 그의 무릎이 “상자 안의 레고 조각들처럼 사방에 흩어져 있었다”고 묘사했다.
그는 이후 몇 달 동안 병원 침대에 누워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다리가 너무 심하게 손상되어 절단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으나, 다행히 그는 그러한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자동차 시트를 생산하던 그의 전 직장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그는 보상을 받지 못했으며, UEFA를 상대로 진행 중인 합의 절차는 수천 명의 신체적·정신적 외상을 겪은 팬들과 함께 진행 중에 있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2022년 파리에서 혼란과 두려움을 견뎌야 했던 리버풀. 많은 팬들은 아직 돌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0305/8098000887_340354_99b983892094b5c6d2fc3736e15da7d1.png)
경찰이 스타드 드 프랑스 외각에서 리버풀 팬들에게 최루탄을 뿌리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Matthias Hangst/Getty Images)
그래도 스미스는 자신이 응원하는 클럽으로부터 받은 도움에 감사하고 있다. 리버풀은 클럽의 1군 물리치료사 크리스 모건이 지분을 가지고 있는 재활 센터에 그를 위한 치료비를 지불했다. 하지만 그가 오늘 밤 경기를 위해 파리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사건 이후로 유럽 대항전 원정 경기는 가본 적이 없고, 파리는 절대 다시 방문하지 않을 것입니다"라고 스미스는 주장한다. "실제로, 제 아들과 저는 프랑스로도 다시는 가지 않기로 약속했어요. 다니엘은 유로 디즈니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그곳에 가고 싶지도 않아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안필드 시즌 티켓을 가지고 있습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몇 차례 밤 경기는 놓쳤지만요. 어떤 날은 너무 피곤한 기분이 들거든요. 그래도 이번 시즌 프리미어 리그 원정 경기를 몇 번 다녀온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현재 저는 과거의 나라는 사람에 비하면 약 40% 정도에 불과합니다."라고 그는 덧붙인다. "움직이는 것에도 지속적인 문제가 있지만, 트라우마가 저를 그렇게 만들었습니다. 정신적인 측면에서 안정을 찾아내는 것이 폭행을 당해 물리적인 측면에서 고통을 이겨내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경험이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날 밤 저는 제 아들을 잃게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 순간은 제가 레핑스 레인에서 겪었던 것들을 강하게 떠올리게 만들었어요.
“이번에 파리로 원정 응원을 가는 제 친구들이 몇 명 있지만, 그 누구도 아이들을 데려가진 않을 것입니다.”
스미스는 힐스버러 생존자 지원 조합(Hillsborough Survivors Support Alliance, HSA)에 매달 한 번씩 나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으며, 그곳에서 개인 심리치료를 받을 수 있는 지원을 받았다.
그는 파리에서 발생한 일에 의한 후유증을 호소하는 리버풀 팬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고 말한다. “생존자의 죄책감은 많은 사람들이 힐스버러 이후 겪었던 감정이죠. 파리에서의 사건이 그 감정을 다시 떠오르게 만들었어요. 저는 그 치료가 정말 유용했다고 생각합니다.”
HSA의 의장 피터 스카르프(Peter Scarfe)는 파리에서의 사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다섯 명의 사례를 조직이 파악하고 있다고 말한다. 2023년, 폴 마셜(Paul Marshall)의 가족은 리버풀 에코와의 인터뷰에서 힐스버러 생존자였던 마셜이 해당 경기 후의 변화로 인해 생긴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자살했음을 전했다.
“2022년에 저희에게 연락을 주는 분들이 급증했습니다.” 스카르프는 말한다. “많은 힐스버러 생존자들이 자신이 목격한 일들로 인해 큰 충격을 받았죠. 그들 모두가 스타드 드 프랑스에 간 것은 아니지만, 일부는 TV로 상황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워 했습니다. 그 사건은 수많은 힘든 기억을 되살렸죠. 저희는 왓츠앱(WhatsApp)을 통한 지원 단체를 운영하고 있고, 필요하신 분들에게는 개인 심리치료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PSG와의 경기 일정이 발표되고, 다시 리버풀 팬들이 파리로 가야 하는 상황이 오자 많은 분들께서 저희에게 연락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중 다수가 다시는 파리로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저희 그룹에서 파리로 가겠다고 결정한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습니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2022년 파리에서 혼란과 두려움을 견뎌야 했던 리버풀. 많은 팬들은 아직 돌아갈 준비가 되지 않았다.](//image.fmkorea.com/files/attach/new5/20250305/8098000887_340354_5990a26558bac01d54b71eef8be63280.png)
PSG와 리버풀이 경기를 치르게 될 파르크 데 프랭스 (Emmanuel Dunand/AFP via Getty Images)
LFC 재단과 FA의 재정 지원 덕분에 HSA의 지속적인 활동은 더욱 활발해졌다.
지난 월요일, 스카르프(Scarfe)는 프랑스 경찰측 대표들과 자리를 주선했고, 통역사를 통해 팬 그룹들과 그들은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는 군중 통제와 더불어 2,000명의 팬이 파리로 가는 데 있어 어떤 계획이 마련되었는지에 대해 그들로부터 우리가 원하던 확신을 받았습니다."라고 스카르프는 말한다. "그들은 최근 몇 년 동안 리버풀 팬들의 행동이 모범적이었으며, 이 경기를 위험도가 낮은 경기로 여긴다는 점 또한 인정했습니다."
"그들은 또한 두 경기장이 매우 다르며, 팬들이 이동하는 진입로 측면에서 이번에는 훨씬 더 안전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들은 지난 결승전 당시 경찰의 배치가 어떻게 되어있었는지를 확인하고 경악했다고 말했습니다. 2022년 결승전과 같이 경찰 벤은 측면 도로를 막을 것이지만, 이번에는 실제 지상의 경로를 침범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몇 주 전, 리버풀은 유럽 대항전을 대비해 파리에 운영 인력을 파견했으며, 이번 경기가 도시의 다른 지역에서 열리는 점을 감안할 때, 팬들의 안전한 이동이 보장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해당 지역은 교통 연결 측면에서 더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맨체스터 시티의 최근 챔피언스 리그 경기도 파르크 데 프랭스에서 문제 없이 진행되었으며, 원정을 떠난 팬들은 PSG의 울트라스들이 사용하는 파리 지하철 10호선을 피하는 대신 9호선을 이용하라는 경고를 받았다.
실제로 리버풀은 2022년 이후 이미 프랑스를 다시 방문한 바 있다. 지난 시즌 유로파 리그 조별 리그에서 툴루즈와 경기를 치렀고, 블런델은 당시 현지 경찰의 경기 운영 방식이 최근 몇 년간 유럽에서 그가 경험한 것 중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파리 북쪽으로 몇 백 킬로미터 떨어진 그 도시가 교훈을 얻었기를 바라고 있다.
(Top image: Illustration: Will Tullos / The Athletic, images: Getty 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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