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 유어 패션즈] 쉬쉬해온 문제: 축구의 도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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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동안 주류 미디어에서는 경기력 향상 약물(PED)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우리는 올림픽과 사이클링을 비롯한 여러 스포츠에서 대형 도핑 스캔들이 발생하는 것을 목격했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인 축구는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최근 BBC의 한 기사에 의하면, 잉글랜드 축구의 정상급 선수들은 도핑 검사를 자주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도핑 방지 기구(UK Anti-Doping, UKAD)는 프리미어리그 소속 524명의 선수들로부터 1,171개의 샘플을 수집했다고 한다. 이는 한 선수가 평균적으로 1년에 2회 이상 도핑 검사를 받는다는 의미다. 정상급 선수들이 한 시즌에 60~70경기 이상을 소화한다는 점을 고려해 볼 때, 한 선수가 단 두 차례만 도핑 검사를 받는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하다. 더욱이, BBC에 따르면, 이마저도 전 시즌보다 이미 47%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UKAD의 대변인이 이를 두고 “세계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포괄적인 국가별 반도핑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올림픽 종목의 엄격한 도핑 검사나 사이클링에서 시행 중인 선수생체수첩 시스템(이에 대해서는 곧 다룰 예정이다)과 비교할 필요도 없이, 우리는 이탈리아 반도핑 기구가 축구 선수들로부터 2,557개의 샘플을 수집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또한 프리미어 리그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리그이다. 원한다면 더 많은 도핑 검사를 시행할 수 있는 자금이 충분하다.
유럽 내 다른 국가들의 도핑 검사 빈도를 살펴보면 더욱 심각하다. 독일 반도핑 기구는 잉글랜드와 이탈리아보다 몇백 개 적은 샘플을 수집했고, 프랑스 반도핑 기구(ADA)는 겨우 558개의 샘플을 수집했다. 이는 이탈리아의 ⅕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10년간 세계 최고의 리그로 평가받으며, 유럽 대항전에서 압도적인 성적을 거둔 스페인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스페인 반도핑 기구(NADA)는 자국 전체 프로 축구 리그에서 단 185건의 도핑 테스트만을 진행했다. 이는 7경기당 선수 한 명을 검사하는 수준이다. 한때 스페인에서는 도핑 테스트가 아예 중단된 적도 있었다.
스포츠 도핑 문제의 권위자인 이반 웨딩턴 교수는 “잉글랜드의 엘리트 축구 선수들은 다른 종목의 선수들보다 도핑 검사를 받을 가능성이 훨씬 낮다. 엘리트 육상 선수(예: 올림픽 출전 수준의 선수)라면, 최소 1년에 한 번은 도핑 검사를 받는 것이 확실하고, 대개 1년에 3~4회 정도 검사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잉글랜드 축구 선수들은 이런 수준의 검사를 받지 않는다,”라며, 현재 잉글랜드 축구계의 도핑 검사 수준을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도핑 검사 횟수뿐만 아니라 검사 방법도 미흡하다. 세계반도핑기구(WADA)의 자료에 의하면, 2016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축구에서 시행된 도핑 테스트는 총 33,227건이었다. 하지만 이 중 대부분이 소변 검사였으며, 혈액 검사는 전체의 단 5%에 불과했다. 이는 EPO(적혈구형성인자)와 성장 호르몬과 같은 경기력 향상 약물이 혈액 검사로만 검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또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소변 검사에서도 검출하기 어려운 것으로 악명이 높다. 최고의 보디빌더를 떠올려 보자. 문짝만큼 넓은 어깨를 가진 그들도 스테로이드 도핑 테스트를 통과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엄청난 양의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비교를 위해 사이클링을 살펴보자. 위키백과의 ‘사이클링 도핑 사례 목록’은 끝없이 길며, 관련 출처만 해도 거의 700개에 달한다. 지난 20년간 수많은 대형 도핑 스캔들이 발생하면서, 사이클링계는 스포츠 역사상 가장 엄격하고 침습적인 도핑 방지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다.
국제사이클연맹(UCI)은 21년 전 ‘선수 소재지 정보 규정’을 도입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선수들은 매일 자신의 위치를 연맹에 보고해야 하며, 특정 시간대(1시간 동안)에는 도핑 테스트를 받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반도핑 요원들은 언제든 예고 없이 검사를 진행할 수 있으며, 규정을 위반하면 가혹한 처벌이 따른다. 2007년 덴마크의 엘리트 사이클 선수 미카엘 라스무센은 멕시코에서 훈련 중이라고 보고했으나, 실제로는 이탈리아에 있었던 사실이 밝혀지며, 2년간 출전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사이클링의 선수생체수첩 시스템은 여러 해에 걸쳐 개별 선수의 혈액 샘플을 추적하는 방식이다. 특정 바이오마커(생체 지표)를 장기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적혈구 수치나 테스토스테론 수치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쉽게 포착할 수 있다고 한다. 호주 사이클 선수이자 박사 학위를 보유한 루이자 로빅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모든 선수는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고유한 혈액 프로파일을 가지고 있으며, 선수생체수첩은 선수의 헤모글로빈(혈액 내 산소를 운반하는 단백질) 수치, 헤마토크릿(적혈구 용적률), 망상적혈구(미성숙 적혈구) 등의 변화를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들은 비교적 안정적이어야 하지만, 질병이나 고지대 훈련과 같은 요인들로 인해 변동이 있을 수도 있다."
사이클링의 황금기였던 한때, 랜스 암스트롱은 투르 드 프랑스에서 7연패를 달성하며, 스포츠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그는 이제 사이클링계에서 철저히 외면받는 인물이 되었다. 오랜 기간 도핑 의혹에 시달리던 그는 2013년, 끝내 선수 시절 광범위한 도핑을 했음을 인정했고, 이로 인해 영구 출전 정지 및 모든 타이틀 박탈 처분을 받았다. 놀라운 사실은, 암스트롱이 선수 시절 최소 300회 이상의 도핑 검사를 받았음에도, 단 한차례도 양성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핑을 한 랜스 암스트롱조차 300번의 도핑 검사를 모두 통과할 수 있었다면, 1년에 고작 두 번 검사받는 축구 선수는 어떻게 걸러낼 수 있을까? 정상급 선수들이 15년 동안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다고 가정하면, 그들이 평생 동안 받는 도핑 검사는 고작 30회에 불과하다. 이는 역대 최악의 도핑 스캔들로 악명을 떨친 랜스 암스트롱이 받은 도핑 검사의 고작 ⅒ 수준이다.
스페인 축구에서 도핑 관리 요원이 7경기마다 선수 한 명의 소변 샘플만 채취한다면, 선수들은 사실상 도핑을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검사를 받을 확률이 극히 낮기 때문이다.
선수가 한 시즌에 평균적으로 단 두 번 도핑 검사를 받고, 그중 단 5%만이 혈액 검사라면, 반도핑 기구가 과연 도핑을 적발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아니, 애초에 그들이 도핑을 적발할 의지가 있기는 한 걸까?
실력을 향상시키는 약은 없다.
축구에서 도핑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것이 순진함 때문이든 대규모 도핑 스캔들이 일어나진 않았기 때문이든, 종종 한 가지 논리에 의존한다.
"실력을 향상시키는 약은 없다."
과거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했던 매티 프라이앗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어떤 선수가 득점 기회를 만들고, 상대를 제치고, 왼발에서 오른발로 공을 옮긴 뒤 먼 포스트를 향해 감아 차는 기술을 약물로 습득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매티 프라이앗, 前 프리미어 리그 선수
실제로 축구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기술적인 능력이 중요한 스포츠였다. 즉, 미세한 터치로 공을 다루는 능력이 핵심이다. 또한, 경기 중 빠르게 상황을 판단하고 압박 속에서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정신적인 요소 역시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반 와딩턴 교수는 도핑이 축구 선수에게 분명한 이점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축구는 10년 전, 20년 전보다 훨씬 빨라졌으며, 선수들은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고, 회복 시간은 짧아졌으며, 성공에 따른 보상이 더욱 커졌다. 이는 선수들에게 약물 사용에 대한 압박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축구에서 신체적인 요소는 기술적·정신적 요소만큼이나 중요하다. 축구 영양 전문가 도리안 카루아나 본니치 박사는 엘리트 선수들이 평균적으로 경기당 약 11km를 뛰며, 무려 2000cal를 소모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지구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이 선수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가능성은 당연히 높지 않을까?
이에 대해, 과거 EPO(적혈구 생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성장 호르몬을 프로 사이클리스트들에게 제공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슈테판 마트쉬너는 말했다:
"만약 경기를 치르면서 80~85분이 되었을 때도, 경기 시작 3분 후와 동일한 신체 조정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이는 분명 상대보다 큰 이점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혈액 내 산소량을 증가시키는 약물을 통해 가능하다."
"실력을 위한 약은 없다,"라는 논리는 오류다.
"실력을 향상시키는 약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주장은 완전한 허수아비 논법이다.
그런 약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제정신인 사람은 아무도 없으므로 이를 논거로 삼는 것은 논리적 오류이다.
하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것은 다음과 같은 운동 수행 능력을 향상시키는 약물이다.
EPO: 지구력을 증가시키는 약물
각성제: 에너지를 증가시키는 약물
성장 호르몬(HGH): 회복 속도를 증가시키는 약물 → 더 자주, 더 강도 높은 훈련 및 경기 가능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근육량과 근력을 증가시키는 약물 → 스프린트 속도, 슈팅 파워 증가
만약 "축구에선 지구력과 에너지 수준이 중요하지 않다,"라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틀린 주장이다.
최고 수준의 선수들은 일주일에 3경기를 치르며, 훈련까지 병행해야 한다. 따라서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하는 약물은 분명한 이점을 제공한다.
또한, 더 빠르게 회복하면 더 강도 높은 훈련이 가능해지고, 결과적으로 실력 수준도 향상될 수 있다.
근력이 강하고, 더 빠르고, 더 강한 슈팅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더 유리한 것은 자명한 사실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구에서 도핑이 없다고 믿는 사람들은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축구의 의심스러운 도핑 역사
축구의 역사에는 길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축구계에 도핑이 만연해 있다고 믿든 믿지 않든,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몇몇 팀들에서 도핑이 공통적인 요소로 등장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한때 4dfoot.com이라는 웹사이트에서 '축구에서의 도핑: 50년간의 증거(Doping in Football: Fifty Years of Evidence)'라는 충격적인 글이 게재된 적이 있다.
현재 원본 웹사이트는 사라졌지만, 해당 기사는 인터넷 곳곳에 복사·붙여넣기되어 축구계의 전설처럼 전해지고 있다.
이제 그 내용 일부를 살펴보자.
『베른의 기적』
비록 월드컵 우승은 하지 못했으며, 유로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전성기를 맞이하는 불운을 겪었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표팀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이 팀의 핵심 선수 중 한 명이었던 페렌츠 푸스카스는 역대 최고의 공격수들 중 한 명으로 꼽힌다.
헝가리는 1954 스위스 월드컵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로 여겨졌으며, 당시 월드컵 최다 득점 기록을 세우고 조별리그에서 서독을 8-3으로 대파하기도 했다.
결승전에서 다시 맞붙은 두 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불과 9년 만에, 서독은 헝가리를 3-2로 꺾으며, ‘베른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 기적이었을까?
경기 후, 서독 라커룸에서 주사기와 바늘이 발견되었다.
독일의 스포츠 역사학자이자 작가인 에릭 에거스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퍼비틴 주사가 사용되었음을 강하게 시사하는 증거들이 존재한다."
퍼비틴은 나치 군인들에게 지급되었던 메스암페타민(methamphetamine, 필로폰의 일종)으로, 공포를 공격성으로 바꾸는 효과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다.
도핑을 한 것은 국가대표팀뿐만이 아니었다.
축구 구단들 또한 도핑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1960년대 유럽 축구를 지배한 '위대한 인테르(Il Grande Inter)'』
엘레니오 에레라가 이끌던 인터 밀란 역시 도핑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팀에서 뛰었던 선수이자, 에이스였던 산드로 마촐라의 동생인 페루초 마촐라는 에레라 감독이 암페타민을 선수들에게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에레라는 혀 밑에 넣어야 하는 알약을 줬다.
그는 우리 벤치 선수들에게 먼저 실험한 후, 주전 선수들에게 투여했다.
내 형 산드로는 '그걸 먹을 생각이 없으면 화장실로 가서 뱉어내라'라고 내게 조언했다.
그러나 결국 에레라는 그것을 알아차렸고, 약을 커피에 타서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에레라 커피’는 인터 밀란에서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축구팀 중 하나로 꼽히는 1970년대 아약스 또한 도핑 의혹에서 자유롭지 않다』
아약스는 '토탈 풋볼'이라는 혁신적인 전술을 창조했고, 유럽 축구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플레이 스타일을 만든 팀으로 평가받는다.
당시 팀의 공격을 이끌었던 요한 크루이프는 역대 최고의 유럽 선수들 중 한 명으로도 꼽힌다.
아약스는 1971년, 1972년, 1973년 유러피언컵(現 챔피언스리그) 3연패를 달성했는데, 이 모든 것이 오직 전술적·기술적 완벽함 덕분이었을까?
당시 아약스 수비수였던 배리 헐쇼프는 1973년 한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약 5년 전, 레알 마드리드 원정 경기를 앞두고, 우리는 흰색 알약 하나와 캡슐 하나를 받았다.
우리는 그것을 '초콜릿 가루'라고 불렀지만, 사실 그게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걸 먹으면 엄청난 힘이 솟아났고, 숨이 차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단점은 입안의 침이 전부 마른다는 것이었다."
『1982 월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한 가장 위대한 팀'으로 불렸던 브라질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지쿠』
2000년, 지쿠는 최고의 축구 선수 8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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