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오픈의 또다른 관전포인트, 무너지지 않는 ‘국대 자존심’[SS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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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음성=장강훈 기자] 아마추어 선수가 프로들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기하는 건 흔한 기회가 아니다. 무대 자체가 매우 제한적이다.
충북 음성에 있는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7야드)에서 진행 중인 DB그룹 제39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총상금 12억원)는 아마추어 최강자들의 기량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선수들이 주축이지만, 국가대표를 포함한 아마추어 최정예 멤버도 당당히 필드 위에 섰다.
대한골프협회(KGA)가 주관하는 한국여자오픈은 내셔널 타이틀 대회라는 별칭에 걸맞게 국가대표 여섯 명과 상비군 네 명 등 지난달 19일 현재 아마추어 랭킹 톱10에 있는 선수들이 모두 출전했다. 2라운드 중반으로 접어든 13일 오후 3시30분 현재 박서진(18·대전여고 부설 방송통신고)이 5언더파 139타로 선두 유현조(8언더파 136타)에 3타 뒤진 공동 4위를 달리고 있다.
길예람(19·경희대) 홍수민(천안중앙고 부설 방송통신고) 성아진(학산여고·이상 18) 등이 컷오프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프로와 경쟁할 기회를 잡은 선수들은 “컷 오프 통과가 1차 목표, 최종 목표는 톱10”이라고 입을 모은다. 나흘동안 걸어서 플레이하는 경험은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하기 어렵다. 더구나 레인보우힐스는 ‘살인적인 고저차’로 유명한 난코스 중 하나다. 쟁쟁한 프로 선수들도 덥고 습한 날씨에 체력저하 등을 호소하며 기권하기 일쑤. 이날도 9명(오후 3시30분 현재)이 대회 도중 짐을 쌌다.
흔치 않은 기회를 얻은 아마추어 선수들은 웬만한 부상이 아니면 최대한 플레이 한다. 이들의 ‘아마추어 정신’은 느슨한 프로보다 훨씬 단단하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아마추어 선수들의 선전을 바라는 목소리가 큰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슈퍼땅콩’ 김미현이 아마추어 신분이던 1995년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네 차례 ‘프로 잡는 아마추어’가 탄생했다. 아마추어 우승자 네 명(정일미(1993년) 김미현(1995년) 장정(1997년) 송보배(2003년)) 모두 국가대표 신분으로 ‘코리아 내셔널 타이틀 홀더’가 됐다.

이날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3개를 묶어 2타를 줄인 박서진은 “러프도 길고 어려운 코스”라면서도 “오늘은 드라이버를 강하게 휘두르지 않았다. 페어웨이 안착률을 높여야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나름의 ‘코스 매니지먼트’ 전략을 공개하기도 했다.
비록 아마추어 랭킹 1위인 오수민(17·신성고)은 컷 오프를 통과하지 못했지만, 굵은 땀방울을 흘리면서도 ‘프로 언니들’에게 주눅들지 않는 ‘당찬 10대’들의 거침없는 샷이 골프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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