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피치클락 효과’→경기 시간 ‘확’ 줄었다…‘마의 3시간’ 드디어 깨지나 [전반기 결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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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3시간의 벽’이 드디어 허물어진다. KBO리그는 평균 경기 시간 2시간59분을 기록하며, 37년 만에 2시간대로 진입했다. 불필요한 지연을 없애기 위해 만들어진 ‘피치클락’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O리그는 시즌 반환점을 앞뒀다. 10일 기준 총 435경기가 치러졌고, 평균 경기 시간은 2시간59분(정규이닝 기준)으로 집계됐다. 1998년 이후 처음으로 2시간대로 내려간 것. 지난해 평균 3시간13분에 비하면 14분이나 줄었다.
구단별로 편차는 존재하지만 흐름은 명확하다. 정규이닝을 기준으로 KT가 가장 빠른 야구를 펼친다. 평균 2시간55분, 연장 포함 2시간57분을 기록했다.
반면 롯데는 평균 3시간6분으로 가장 길다. 연장 포함 시 3시간9분이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3시간 언저리에서 경기가 마무리되고 있다. 확실히 야구가 빨라졌다.

변화의 중심에는 피치클락이 있다. 말 그대로 ‘투수·타자의 준비 동작에 시간을 부여한 제도’다. 투수는 주자 없을 때 20초, 있을 때 25초 내 투구해야 하며, 타자는 30초 이내 타석에 들어서야 한다. 위반 시에는 볼 혹은 스트라이크가 부여된다.
KBO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 전화에서 “피치클락 시행 이후 3시간30분 이상 걸린 경기가 절반 이상 줄었다”며 “2시간30분 미만 경기도 증가하고 있다. 확실히 피치클락 덕분에 경기 시간이 줄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피치클락은 메이저리그(ML)에서 2023년부터 정착된 시스템이다. KBO의 피치클락은 ML보다 2초가량 길다. 그러나 2026년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ML 규정 그대로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 경쟁력을 위해 KBO리그도 이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KBO는 “현장의 목소리가 우선이다. ML 규정에 맞춰서 시간을 갑자기 또 줄인다기보다, 의논을 통해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것이 맞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제도의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세부 운영에 대한 문제점도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고 기준의 모호성’이다. 올시즌 개막 전 신설된 규정에 따르면, 투수가 피치클락 잔여 시간을 의도적으로 소모하면 심판이 경고할 수 있다.

그러나 명확한 기준이 없어, 혼선이 빚어진다. 실제로 한화 투수 코디 폰세는 여러 차례 주의 조치를 받았다.
지난달 22일 대전 키움전에서는 3회초 2사 1루 상황에서 피치클락이 6초 남은 시점에 경고를 받았고, 타자 임지열이 타석에서 이탈하면서 경기 중단과 벤치클리어링까지 이어졌다. 시간 단축을 위한 장치가 오히려 경기 흐름을 저해한 셈이다.
KBO는 “이런 부분들을 심판진과 지속 논의하고 있다. 누적 데이터를 토대로 규정을 재정비하고, 향후 더 나은 운영으로 팬들에게 빠르고 재밌는 야구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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