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랜도서 깜짝 만남 ‘골무원’ 주니오 “울산, 내 축구 인생서 가장 빛난 시기” [SS올랜도 현장]

본문

[스포츠서울 | 올랜도=김용일 기자] “울산,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빛난 시기.”
울산HD가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첫판을 치르는 도시인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엔 과거 호랑이 군단 유니폼을 입고 뛴 주니오(39·브라질)가 살고 있다. K리거로 뛸 때 ‘골무원’이라는 애칭을 안으며 특급 골잡이로 활약한 그는 지난 2020년 울산이 ‘무패 신화’를 쓰면서 통산 두 번째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제패할 때 주역이다. 페르세폴리스(이란)와 결승전에서 멀티골로 2-1 승리를 이끈 것을 포함, 대회 5골을 넣었다.
이전까지 울산은 ‘준산(준우승+울산)’ 오명을 안으며 연달아 리그 우승에 실패했는데, 주니오는 ACL 우승 순간 억눌린 한을 표현하듯 펑펑 눈물을 쏟아낸 적이 있다.


그런 주니오에게 울산이 ‘3년 연속 K리그1 챔피언’으로 거듭난 데 이어 자신이 사는 올랜도에서 클럽월드컵 경기를 치르니 감회가 새로울 법하다. 올랜도에 있는 한 카페에서 스포츠서울을 비롯해 국내 취재진과 만난 그는 “2년 전 올랜도에 왔다. (직전 소속팀인 창춘 야타이가 있는) 중국에서 오른 무릎 수술을 받았는데 예후가 좋지 않다. 이곳에서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올랜도에 정착한 계기는 자국을 넘어 세계 축구의 ‘황제’로 불린 호나우도가 레이크 노나에 조성한 R9 아카데미 타운이다. 호나우두가 유망주 육성을 위해 구축한 곳으로 주니오 뿐 아니라 다수 브라질 출신 선수가 지낸다. 서로 교류하며 은퇴 후 삶도 그린다.
주니오는 “한국을 여전히 사랑한다. 좋은 기억이 많다. 막내딸이 한국에서 태어났다. 다른 나라는 선수 기량이 떨어지면 비판을 많이 하는데, 한국 팬은 많은 박수를 보내줬다”고 말했다.
사실상 은퇴 절차를 밟는 주니오는 인생 2막을 준비 중이다. 그는 “선수 자산을 관리하는 일을 하려고 한다. (변호사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게 있는데, 브라질 선수만 해도 돈을 많이 벌어도 탕진하는 게 잦다”고 했다. 또 “지금 밝히기 어려운 큰 프로젝트도 있다. 올랜도 내 스포츠 시설과 관련돼 있다.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브라질 대표팀에서 뛴 에메르송과 함께 한다”고 밝혔다.


5년 전 ACL 우승 뒤 흘린 눈물을 기억하느냐고 물었다. 주니오는 씩 웃더니 “그해 2년 연속으로 리그에서 준우승했고, FA컵도 놓쳤다.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ACL이 열린 카타르) 도하에 갔다”며 절실했던 마음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울산이 2022~2024년 K리그1에서 우승한 걸 보고 행복했다. 우승할 자격이 있다는 걸 누구보다 안다”고 덧붙였다.
주니오는 울산의 클럽월드컵 예상 성적에 “1승1무1패”라고 답했다. 특히 자국 리그 강호 플루미넨시와 울산이 1-1로 비기리라고 봤다. 주니오는 “플루미넨시의 브라질 선수는 기술이 좋다. 간수, 티아고 실바 등 모두 대단하다. 다만 활동량 등에서는 약점이 있기에 울산이 공략해야 할 것”이라며 “플루미넨시는 내가 좋아하는 플라멩구와 라이벌이다. 그래서 울산을 응원하겠다”고 웃었다.
끝으로 “울산은 내게 가장 의미있는 클럽이다. 한때 코로나 등으로 어려운 시기가 있었으나 2020년 축구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한 해를 보냈다. 우리는 ‘톱’이었다”고 자부심을 보였다. 가슴 속에 여전히 울산 엠블럼을 품고 있었다.
댓글목록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