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타격전 양상…방망이가 터지는 자, 가을 지배할지니 [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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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소영 기자] “단기전은 투수전이에요.”
가을야구 현장에서 만난 선수들은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흔히 야구는 ‘투수 놀음’이라고 불리는데, 단기전일수록 그 경향이 짙다. 실제 포스트시즌에서는 호투가 시리즈를 좌우할 만큼 마운드의 비중이 높다. 그러나 타격이 받쳐주지 못하면 호성적을 기대하기 힘들다. ‘타격감’이 다음 스테이지로 향한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을축제가 한창이다. 정규시즌을 1·2위로 마감한 LG와 한화는 일찌감치 한국시리즈(KS)와 플레이오프(PO) 직행 티켓을 따냈고, 와일드카드(WC)를 거쳐 준플레이오프(준PO)까지 격파한 삼성은 최대 24일까지 한화와 5전3승제의 PO을 치른다. 1차전에서는 한화가 9-8로 승리했다.


플레이오프(PO)는 1차전부터 난타전이 펼쳐졌다. 리그를 점령한 ‘슈퍼 에이스’ 코디 폰세와 PS에 빠르게 적응한 헤르손 가라비토가 출격했기에, 투수전이 예상됐다. 양 팀 감독 역시 타격보다는 투수의 활약에 무게를 뒀다. 낮 경기이기에 더욱 그랬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과 다른 그림이 펼쳐졌다. 삼성의 경우 PS 초반 선발의 부진과 빈타에 고전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타격감을 회복했다. SSG를 상대한 준PO 3차전에서도 원태인의 호투를 비롯해 11개의 안타를 휘몰아치며 이겼고, 4차전에서도 르윈 디아즈의 쐐기포가 승부의 향방을 갈랐다. 물론 불펜의 약진도 있었지만, 결국 분위기를 바꾼 건 타선이었던 셈이다.

준PO전을 떠올려 보면, 삼성과 SSG의 팀 컬러는 정반대였다. 팀 타율 2위를 기록한 삼성은 타격감을 앞세워 상대를 제압했다. 사령탑은 시즌 내내 타선이 터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적재적소에 제대로 작용한 것. 한화 못지않은 마운드를 자랑한 SSG는 저조한 타격에 발목을 잡히고 말았다. 투수의 조기 붕괴가 가장 아쉬운 대목이지만, 승부처에서 침묵한 방망이가 일종의 패착이었다.
타격전 양상은 PO에서도 이어졌다. 올시즌 평균자책점 1.89의 MVP급 성적을 거둔 폰세를 상대로 삼성 타선이 6점이나 뽑았다. 한화 역시 가라비토를 상대로 6안타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총 안타 15개를 생성하며 실전 감각에 대한 우려를 한꺼번에 날렸다. 두 팀은 합계 26안타, 17점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펼쳤다. 점수는 불과 1점 차. 마운드의 일방적인 ‘하드캐리’로는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포스트시즌은 정규시즌과 다르다. 한 방이 흐름을 바꾸고, 한 점이 시리즈의 운명을 가른다. 무엇보다 ‘다음’이 없다. 투수의 호투가 승리의 전제라면, 타격은 그 승리를 현실로 만드는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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