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토 토끼 닮은 ‘기부천사’ 성유진 눈물 참으며 치른 왕관 대관식 “받은 사랑 돌려드려야죠”[SS 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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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4차 연장 끝 우승
LPGA투어 진출 1년 만 복귀 “준비부족” 인정
손목 통증 참고 이룬 우승 “말도 안된다 생각”
“가족·건강 중요, KLPGA투어 매진할 것” 다짐

[스포츠서울 | 여주=장강훈 기자] “기부는 계속된다.”
‘라스트 메이저 퀸’ 다운 대관식. 의도하진 않았지만, 스포트라이트 속 챔피언 퍼트를 하고, 환희를 느끼고, 시원한 맥주를 한껏 들이켰다. “(우승하는 순간)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 첫 메이저 우승이라 더 감격이다. 긴 하루였지만, 웃으며 마무리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었다.

사연 많은 눈빛을 가진 ‘기부천사’ 성유진(25·대방건설)이 생애 첫 메이저 타이틀과 함께 ‘가을의 여왕’으로 등극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진출한지 1년 만에 돌아와 “예전만 못하다”는 비아냥도 들었지만, 눈물이 나올 것 같은 통증을 견뎌내고 통산 네 번째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성유진은 28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6779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25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총상금 15억원)에서 한 살 아래 고향후배 노승희(24·요진건설)와 4차 연장까지 가는 혈투 끝에 물리치고 10언더파 278타로 우승했다.
일몰 이후 우승한 두 번째(최초 기록은 2016년 팬텀클래식 홍진주) 사례로 기록에 남았고, 정규투어 역사상 두 번째이자 최다 연장 접전을 치른 우승자로도 기록됐다.

성유진이 KLPGA투어에서 우승한건 2023년 에쓰오일 챔피언십 이후 2년 여 만이다. 우승상금 2억7000만원을 품은 그는 상금랭킹 7위(7억2051만8160원)으로 뛰어 올랐고, 위메이드 대상포인트 톱10 진입(9위·288점)이라는 성과도 이뤘다.
라운드가 끝날 때마다 병원을 찾을 정도로 손목 통증이 심해 눈물을 참아가며 대회를 치른 그는 “포기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시즌 초반에 따라다니던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을 없앤 것처럼, 한샷 한샷 집중하자고 생각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휴식기 때 친구들의 성화로 야간 라운드한 게 도움이 됐다며 웃은 그는 “(노)승희는 정확도가 뛰어나고, 퍼팅이 특히 인상적이더라. 결정력이 있는 선수라고 생각했다”며 고향 후배를 챙기는 것에 더 신경썼다.
외모에서 드러나듯 ‘선한 영향력’을 숙명처럼 여기는 선수다. 그는 “기부는 계속할 예정이다. 내가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건 당연히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물음표와 꼬리표가 따라붙었지만, 1년 만에 도전을 중단한 LPGA투어 역시 선한 영향력 확장할 수 있겠다는 막연함으로 나섰던 무대다.

그는 “야심차게 도전했지만, 성적과 무관하게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몰랐다. 준비 부족은 부상(등, 목, 손, 발목 등)으로 이어졌고, 근육·신경통으로 약을 계속 복용해야 했다. ‘이 삶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질 무렵,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임종을 지키지 못했는데 ‘건강과 가족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LPGA투어는 KLPGA투어보다 상금규모가 크다. ‘꿈나무 재단’ 건립을 목표로 삼은 성유진으로서는 큰 물에서 더 많은 돈을 버는 게 더 큰 기부로 할 기회로 이어진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그의 말처럼 ‘준비부족’ 탓에 조기복귀했지만 후회는 없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한 아이돌 그룹 뉴진스가 앨범 재킷에 쓴 ‘디토 토끼’를 닮은 성유진은 “LPGA투어에 미련은 없다. 미국에서 우승해 시드를 받으면 모를까, 현재는 도전할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생애 첫 메이저 퀸 타이틀을 거머쥐었으니, 대상포인트나 상금랭킹 톱5 진입을 목표로 KLPGA투어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기부천사’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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