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360일→화려한 부활포…“이젠 끝난 선수” 엄원상 비아냥 딛고 마침내 깨어나다 [플레이어 오브 더 라운드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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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축구팀] 화려한 결승포로 부활 날갯짓을 하기까지 무려 360일이나 걸렸다. K리그1의 대표적인 ‘스피드 레이서’ 엄원상(울산HD)이다.
스포츠서울은 ‘하나은행 K리그1 2025’ 15라운드 ‘플레이어 오브 더 라운드(Player Of The Round)’에 엄원상을 선정했다.
이견이 없는 대활약. 엄원상은 지난 24일 김천 상무와 15라운드 홈경기에서 팀이 1-2로 뒤진 후반 43분 에릭의 동점포를 어시스트한 데 이어 2분 뒤 왼발 결승포로 3-2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울산은 앞서 두 골을 먼저 내주며 패색이 짙었는데 후반 27분 에릭의 페널티킥 만회골을 시작으로 엄원상의 1골1도움 활약을 앞세워 점수를 뒤집었다.
엄원상은 시즌 마수걸이 포와 함께 리그 2호 도움을 기록했다. 그가 리그에서 골 맛을 본 건 지난해 5월29일 인천 유나이티드전(1-1 무) 이후 360일 만이다. 1년 가까이 득점하지 못한 것뿐 아니라 이전만 한 폭발력을 보이지 못하며 “이젠 끝난 선수”라는 비아냥까지 들어야 했다. 장기간 어둠의 터널에 갇히며 슬럼프에 빠졌으나 화려하게 부활을 알렸다. 얻어 걸린 공격포인트도 아니다. 에릭에게 정교한 크로스로 헤더 동점골을 끌어낸 데 이어 종료 직전 역습 기회에서 감각적인 왼발 감아 차기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엄원상은 지난 2022년 광주FC를 떠나 울산으로 이적해 12골6도움을 기록, 팀이 17년 만에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데 주연 노릇을 했다. 이듬해와 지난 시즌에도 발목 부상 등으로 고전했으나 각각 4골4도움, 4골2도움으로 팀이 3연패를 차지하는 데 보탬이 됐다.
하지만 이번시즌 들어 저조한 경기력으로 침묵했다. 3년 전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할 때만 해도 특유의 빠른 발로 측면을 파고들어 기회 창출을 해냈다. 또 중앙 지향적으로 움직이며 득점에 관여하는 장면도 많았다. 근래 들어서는 속도 활용을 주저하고 적극적으로 슛하는 장면을 보기 어려웠다. 이를 두고 수장인 김판곤 감독은 “엄원상이 최근 여러 부상 속에서 트라우마를 지닌 것 같다”며 상대 거친 견제에 대한 후유증을 우려했다.
실제 엄원상은 갈수록 약해지는 발목 상태 등에 커다란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청용 등 같은 포지션 선배의 조언 등을 구하며 조금씩 이겨내고자 했다.

반전의 계기를 스스로 만들었다. 엄원상은 김천전에 앞서 지난 14일 열린 인천과 코리아컵 16강전에서 전반 번뜩이는 오른쪽 돌파와 크로스로 허율의 선제 결승골을 끌어냈다. 자신감을 품은 그는 리그로 기세를 옮겨 마침내 득점까지 터뜨렸다.
엄원상은 “솔직히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힘들었다. 공격수로 골이 없다는 건 정말 최악의 상황이었다”며 “주위 형들이 많이 도와줘 이겨낼 수 있었다. 앞으로는 그런 시간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울산은 엄원상이 깨어나며 한층 부담을 덜게 됐다. 리그는 물론 내달 클럽월드컵에 대한 기대치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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