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련한 볼 배합+칼 같은 제구’→임찬규, 24년 만에 LG ‘토종 다승왕’ 보인다 [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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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잠실=강윤식 기자] 제구가 칼 같다. 그러니 필요할 때 원하는 공을 마음껏 던진다. 노련한 볼 배합이 가능해진다. 덕분에 승리를 쌓는 페이스가 빠르다. 24년 만에 LG ‘토종 다승왕’도 보인다. 임찬규(33) 얘기다.
올시즌 임찬규 활약이 대단하다. 11경기 8승1패, 평균자책점 2.43이다. LG 선발진 중에서 가장 많은 승리를 챙겼다. KBO리그 전체로 봐도 다승 부문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임찬규는 리그를 대표하는 ‘기교파’ 투수다. 올시즌 이 점이 더욱 두드러진다. 시속 100㎞ 아래까지 떨어지는 변화구가 스트라이크 존에 절묘하게 걸친다. 타이밍까지 뺏기니 상대 타자 입장에서는 더욱 치기 어렵다.
기복도 없다. 데뷔 첫 ‘완봉승’을 적었던 시즌 첫 등판 이후 꾸준히 좋은 경기력을 유지 중이다. 지난 21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4.2이닝 5실점으로 흔들렸다. 그러나 바로 다음 등판인 27일 한화전에서 7이닝 1실점으로 반등했다. ‘에이스’답다.
한화전 호투 비결은 볼 배합 변화다. 슬라이더를 주로 사용해 통타당했던 롯데전에서 교훈을 얻었다. 몸쪽 속구 비중을 늘렸다. 여기에 결정적일 때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했다. 이게 제대로 통했다.

제구가 좋으니 본인이 원하는 대로 볼 배합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경기마다 다른 걸 넘어서 경기 중에도 투구 플랜을 바꾼다. 포수 박동원은 “(임)찬규는 정말 좋은 투수다. 특정 구종이 잘 안될 때가 있다. 그래서 다른 걸 쓰면 그걸 또 잘 던진다”고 설명했다.
노련한 볼 배합을 가능하게 하는 날카로운 제구로 빠르게 승리를 쌓는다. 시즌 초반이지만, 다승왕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임찬규는 지난해 같은 기간 2승이었다. 올해는 무려 8승을 찍었다.

본인은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 임찬규는 “지난해 5월까지 거의 승이 없었다. 승리는 그때 흐름이다. 집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많이 이기고는 싶다. 물론 팀을 위해서다. 그는 “많이 이기면 팀이 좋은 거다. 묵묵히 하다 보면 많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LG 마지막 다승왕은 2022년 케이시 켈리다. ‘토종 다승왕’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윤호가 주인공이다. 그로부터 24년이 흘렀다.
임찬규가 워낙 좋다. 오랜만에 LG 출신 ‘토종 다승왕’도 가능해 보인다. 본인은 욕심이 없다. 팀을 위해 던질 뿐이다. 그래서 오히려 더 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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