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팀, 포지션은 ‘언니’ 페퍼 유니폼 입은 고예림 “팀이 달라졌다는 말 듣고 싶다”[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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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 기자] “대화하면 세대 차이가 느껴져요.”
지난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FA)을 통해 페퍼저축은행으로 이적한 고예림(31)은 생에 네 번째 팀에서 새롭게 출발한다. 2013년 한국도로공사 입단 후 IBK기업은행(2017년), 현대건설(2019년), 그리고 올해 페퍼저축은행까지 비교적 자주 팀을 옮긴 고예림이다.
베테랑이 많았던 전 소속팀 현대건설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박정아(32)에 이어 고예림이 ‘No.2’ 다. 확연히 다른 위치에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장소연 감독은 고예림이 베테랑의 역할을 잘 수행한다며 만복하고 있다.
18일 본지와 만난 고예림은 “언니가 된 것을 실감한다. 감독님이나 코치님이나 ‘언니들’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시는데 내가 거기에 포함된다”라면서 “아무래도 어린 선수들이 많아서 팀에 에너지가 넘친다. 뭐든 열심히 하는 분위기다. 좋은 것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예림은 “다만 세대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쓰는 말도 다르다. 유행어를 가르쳐주는데 도저히 못 따라가겠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팀 내 위치가 달라진 만큼 고예림도 자신의 몫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어릴 때 생각해보면 (임)명옥언니 같은 리베로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결국 코트에서 팀을 끌어주는 언니가 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고예림은 무릎 부상으로 인해 오랜 시간 고생했다. 2022~2023시즌 종료 뒤 수술을 받았는데 회복에 2년 가까이 걸렸다. 지난시즌 막바지에는 컨디션을 회복해 팀의 주축 아웃사이드히터로 활약했다.
고예림은 “배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다. 혼자 울기도 했다”라며 “코트에 들어가지 못하는 게 어떤 마음인지 알게 됐다. 배운 게 많다. 안 좋았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시기였던 것 같다. 정신적으로 많이 성숙해지는 계기였다”라고 돌아봤다.

덕분에 마음껏 경기에 나가는 게 감사한 일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고예림은 “지난시즌 후반기에 경기에 나가면 즐거웠고 재밌었다”라면서 “그래서 새 시즌이 더 기대가 된다. 내가 무조건 주전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긴장감을 갖고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긴장감이다”라고 말했다.
새 동료, 사령탑과의 ‘케미’도 만족스럽다. 고예림은 “잘 적응하고 있다. 정아언니와는 친분이 없어서 걱정했다. 이미지가 조금 차가워 보였는데 장난도 잘 치고 듬직하기도 하다. 언니가 있어 너무 좋고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감독님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분이다. 어떻게 하면 팀이 더 좋아질까 생각만 하시는 것 같다.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신다”라고 말했다.
고예림의 역할은 살림꾼. 공격수의 임무도 있지만 리시브, 연결 등 궂은일을 담당해야 하는 입장이다. 고예림은 “어릴 땐 부담이 없어서 리시브를 더 잘했다. 경기에 나가는 시간이 줄어들면서 리시브가 부담됐다. 얼마 못 뛰는데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제 부담을 덜고 내 장점인 리시브를 더 잘 해내고 싶다. (한)다혜가 있어 실제로 부담이 적다. 내 몫을 잘 해내고 싶다. 공격적인 면에서도 도움이 되고 싶다. 가장 좋았을 때 정도로 해내고 싶다”라는 목표를 밝혔다.
페퍼저축은행의 최대 목표는 탈꼴찌. 나아가 봄 배구에도 도전하겠다는 구상이다. 고예림은 “내가 와서 팀이 달라졌다는 말을 듣고 싶다. 굳이 그게 아니어도 우리 팀이 꼭 달라지면 좋겠다”라면서 “팀 전력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당장 컵 대회에서 우리 팀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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