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9연속 피니시승의 박현성과 맞붙는 에르난데스, “나와 박현성은 싸우기 위해 UFC에 왔고, 난 준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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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이주상 기자] ROAD TO UFC 시즌 1 플라이급(56.7kg) 우승자 박현성(9승)은 오는 18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리는 ‘UFC 파이트 나이트 베가스 106’ 에서 카를로스 에르난데스(31, 멕시코)와 맞붙는다. 1년 5개월 만의 복귀전이다.
현 시점에서 박현성은 한국 파이터 중 가장 가치가 높은 선수다. 9연속 피니시승에다 높은 완성도의 타격과 그래플링 기술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집념 같은 정신력은 단연 최고이기 때문이다.
박현성과 대결을 벌이는 에르난데스(10승 4패)는 8살 때부터 격투기를 수련한 베테랑이다. 프로 전적은 14경기로 많지 않지만 아마추어에서도 14전을 치렀다. UFC에서는 3승 3패를 기록하고 있다. 타격과 그래플링 모두 기본기가 탄탄하고, 체력이 좋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에르난데스는 UFC 동아시아 전용 전투력 측정기와 같은 선수다. 타이라 타츠로부터 츠루야 레이, 냠자르갈 투멘뎀베렐, 박현성까지 네 번 연속으로 동아시아 선수를 상대했다. 박현성의 현재 위치를 가늠해보기 좋은 상대다.
에르난데스는 UFC 플라이급 랭킹 5위 타이라에겐 2라운드에 펀치를 맞고 TKO패했다. 랭킹 14위 조슈아 반에게 속절없이 무너진 RTU 시즌 2 플라이급 우승자 츠루야에겐 만장일치 판정패했다. 반면 냠자르갈에겐 2 대 1 스플릿 판정승을 거뒀다.
에르난데스에게 박현성은 꼭 넘어야 할 산이다. 다음은 에르난데스와의 일문일답이다.
- 박현성은 어떤 선수라고 생각하나?
꽤 괜찮은 선수다. 전진하는 걸 좋아하고, 타격이 좋은, 무패 파이터다. 내 이전 세 명의 상대와 비슷한 느낌이다. 그래서 이제 익숙하다. 또 한 명의 무패의 유망주와 싸우는 거다. 하지만 다 좋다. 우린 싸우기 위해 UFC에 온 거고, 난 준비 됐다.
- 박현성은 9연속 피니시승을 기록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위협적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는 깔끔한 동작을 구사하고,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특히, 지난 경기를 보면 강타를 맞히고 상대가 반응이 왔는데도 무모하게 달려들지 않았다. 타격을 정밀히 골라서 때렸다. 이런 점들 덕에 박현성이 그렇게 많은 피니시를 기록하고 있는 것 같다.
-당신은 타격가, 그래플러 중 어디에 더 가깝다고 생각하나?
난 웰라운드한 파이터라고 생각한다. MMA를 꽤 오래 해왔다. 킥복싱과 주짓수부터 시작했다. 잘 모르겠다. 나는 웰라운드하기 때문에 경기에서 실제로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는 알 수 없다. 난 스스로를 밸런스 좋고, 웰라운드한 파이터라고 생각한다.
- 당신이 더 베테랑임에도 UFC 2전차인 박현성에게 배당에서 언더독이다. 배당률이 틀렸단 걸 증명하고 싶어 더 동기부여가 되는가?
난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증명하기 위해서 싸우지 않는다. 난 내 능력을 잘 알고 있고, 내가 얼마나 잘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저 내 최선의 능력을 보여주면서 승리할 준비가 돼 있을 뿐이다.
- 이번 경기는 어떻게 예상하나?
어떤 방식으로든 흘러갈 수 있다. 타격전으로 이길 수도 있고, 그라운드에서 이길 수도 있다. 판정승으로 이길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지 내가 승리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 네 번 연속으로 동아시아 파이터들과 싸우고 있다.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재밌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사람들이 네가 아시아인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라고 말하더라. 그냥 UFC가 그런 선수들을 내게 제안하는 것뿐이다. UFC를 변호하자면 지난 여름에 나는 미국인인 코디 더든이랑 싸우기로 돼 있었다. 아시아 선수와의 연속 경기를 깨트릴 기회였지만 무산되고 말았다. 그냥 그렇게 된 것뿐이다. UFC가 내게 상대를 제시하면 내가 건강하고, 경기를 뛸 준비가 됐으면 나는 수락한다. 그게 전부다.
- 지금까지 싸운 세 명의 동아시아 파이터와 박현성을 비교한다면, 박현성은 그 중 어느 정도 실력일까?
난 특별히 그들을 아시아인이라는 범주로 묶지 않는다. 그저 그들이 UFC 선수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잘할 거라고 생각한다. 우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있는 세계 최고의 단체 소속이다. 그러니까 상대가 어떤 지역에서 왔든, 어떤 스타일을 갖고 있든 그런 건 별로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난 그들을 다른 모든 파이터들과 똑같이 대한다.
- 부모님이 격투기를 시키고, 계속하게 했다고 들었다. 커리어에서 부모님의 영향력은 어땠는가?
부모님은 내게 격투기 훈련을 시작하게 하고, 계속 붙잡아뒀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격투기를 수련했다. 어렸을 땐 원래 축구를 했다. 그런데 부모님이 거리에서 하는 격투기 시연회를 보고 나를 체육관에 등록시켰다. 그렇게 1년을 했는데, 나는 그냥 축구가 하고 싶었고, 격투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나보고 1년만 더 하라고 했다. 2년까지 해보고 그때도 하고 싶지 않다면 그만두게 해주겠다고 나를 설득했다. 그래서 이게 타협점이라고 생각하고 받아들였다. 그렇게 1년을 더 하고 나니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데?’ 싶었다. 2년이 지나고 나니까 모든 게 술술 풀렸고, 대회도 많이 나가게 됐다. 그러면서 격투기와 사랑에 빠졌다. 그러다가 10대개 돼서는 UFC에 더욱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이게 장래에 내가 잘할 수 있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었다. 그렇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상대로 싸우게 된 거다.
- 좋아했던 축구보다 MMA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MMA는 모든 게 나에게 달려 있단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팀메이트들이 큰 역할을 한다. 그들은 나와 같이 연습하고, 내가 더 나아지도록 도와준다. 하지만 결국엔 그것 말고는 전부 나 혼자 해야 한다. 누구도 나에게 어떻게 하라고 하지 않고, 누구도 나를 감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경기에서는 특히 축구와 완전히 다르다. 축구에서는 ‘이 녀석이 망쳐버렸어’, ‘저 녀석이 망쳐버렸어’, ‘코치 때문이야’ 이런 식의 말이 나온다. 하지만 격투기에서는 대부분의 요소가 전적으로 내게 달려 있다. 점점 나이가 들수록 이런 측면이 좋아졌다.
- 인스타그램을 보면 여전히 축구를 좋아하는 거 같은데, 좋아하는 팀은?
지난 십 몇 년간은 상당히 힘들었다. 나는 호날두와 루니가 활동하던 시절부터 오랫동안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이다. 알렉스 퍼거슨경이 은퇴한 뒤로는 상황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다음 주에 유러피안 리그 결승이라는 큰 경기가 열린다. 다음 주에 그 경기를 보는 건 재밌을 거다. 이번 시합을 끝내고 집에 가서 볼 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내가 좋아하는 팀이다.
- 루니, 호날두와 함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던 박지성도 기억하는가?
그렇다. 알렉스 퍼거슨경이 챔피언스 리그 결승에서 박지성을 투입해 메시를 막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던 게 기억난다. 정말 부지런히 뛰어다니는 선수였다.
- 자폐아 특수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일했다. 지금도 계속 일하고 있나?
컨텐더 시리즈 후로는 파트타임으로 학교에서 일했다. 그러다가 두어 경기 하고부터는 일을 그만두고 전업 파이터가 됐다. 한 2년 정도 된 거 같다. 하지만 2016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컨텐더 시리즈에 나갈 때까지는 학교에서 풀타임과 파트타임을 왔다 갔다 하며 일을 했다.
- 그곳에서의 경험은 어땠나?
내게 인내심과 감사를 가르쳐줬다. 학생들과 가족과 같은 관계를 형성했다. 학생들은 내 여동생 같은 존재였다. 거기서 일하게 된 건 순전 우연이었다. 대학 친구 중 하나가 거기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여기서 보조교사를 구한다는데 해볼래?’라고 하길래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서 면접을 봤는데, 내 스케줄이랑 정말 잘 맞았다. 전혀 불평할 게 없었다. 경기가 잡히면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경기가 없으면 풀타임으로 일할 수 있었다. 정말 멋진 일이었다. 파이터로서의 삶과 생계의 밸런스를 맞출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왜냐면 ‘생계비를 벌기 위해서 일을 해야 돼’라고 하면서 MMA 파이터의 길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좋은 고용주를 만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던 거다. 나랑 잘 맞았고, 내 미친 경기 스케줄과도 잘 맞았다.
- 스포츠 매니지먼트와 마케팅을 전공하고, 회계를 부전공했다. 언젠가 은퇴하고 나면 학위를 활용해 할 일들을 계획하고 있는가?
아직 그에 대해선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다. 아직 활동할 날이 많이 남았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내 사업을 차릴지도 모른다. MMA 선수 에이전시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 쪽 일을 하게 될 거 같다. 학위값을 해야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직 그에 대해선 크게 생각해보지 않았다. 일단 스포츠 쪽에 계속 남고 싶다. 그래서 내가 스포츠 매니지먼트랑 마케팅을 전공한 거다. 아마도 스포츠 관련 일을 할 거 같다.
- 박현성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 남긴다면?
특별히 없다. 그에게 어떤 나쁜 감정도 없다. 난 상대방에게 트래쉬토크를 해본 적도 없고, 내게 트래쉬토크를 하는 상대를 만난 적도 없다. 그러니 그저 이번 주말 만나서 서로를 시험해보는 게 기대될 뿐이다. 아마도 더 나은 사람이 이기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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