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 후원금 1000만원 내놓은 이정효 감독, “다른 팀에 송구한 마음, 나는 죄 없는 선수·팬도 생각해야”[SS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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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광주=정다워 기자] 광주FC를 향한 이정효 감독의 애정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 감독은 최근 광주 팬으로 유명한 가수 조빈 씨가 개설한 후원 계좌에 1000만원을 기부했다. 재정건전화 규정 위반 등으로 인해 어려워진 구단 사정을 위해 시작한 움직임에 이 감독도 동참한 것.
20일 광주축구전용구장에서 만난 이 감독은 “최근 상황에 마음이 아프고 속상하다”라며 “광주FC라는 팀이 없으면 이정효라는 감독도 없었을 것이다. 팀을 향한 내 애정도 크다. 만약 언젠가 내가 이 팀을 떠나더라도 꾸준히 돕고 싶다. 선수들도 나와 같은 마음으로 동참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이 감독은 부임 후 괄목할 만한 행보로 K리그 대표 지도자가 됐지만, 구단 행정의 난맥상으로 인해 마음고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축구연맹(FIFA) 등록 금지 징계, 재정건전화 위반 등 일련의 과정으로 인해 이 감독도 속앓이하고 있다. 최근에는 K리그 복수의 구단이 광주의 무자격 선수 출전을 주장하며 이의제기에 나서고 있다.
이 감독은 “다른 팀에서 재정건전화 규정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시는 것을 안다”라면서 “죄송하고 송구하다. 나 같아도 문제를 제기할 것 같다. 이번 일에 관해서는 감독으로서 정말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구단에서 행정 착오를 일으켰지만 선수들은 죄가 없다. 많은 선수가 나를 보고 이 팀에 왔다. 그 선수들을 모두 출전시키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 팀 성적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앞서 나는 그들의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라고 신규 등록 선수들을 출전시킬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팬을 생각하는 마음도 크다. 이 감독은 “우리 팬도 죄가 없다. 광주의 많은 분이 팀을 응원하고 있다. 일단 광주 팬을 위해 전력을 다해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라면서 “FIFA에서 어떤 결정을 할지 알 수 없지만 징계가 나온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 구단이 리그 전체의 지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감독은 “어려움이 있지만 구단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최근에 우리가 그린 스타디움상을 받았다. 체육회에서 정말 열심히 개선한 덕분이다. 잔디 문제로 욕을 먹었지만 이제 바뀌지 않았나. 앞으로도 더 좋아질 것이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최근 이 감독이 걱정하는 게 하나 있다. 이 감독은 “내가 이 팀에 영원히 있지는 않을 것 같다. 언젠가 광주를 떠날 텐데 그 후에 팀이 흔들리거나 무너질까 우려하기도 한다”라면서 “그래서 내가 있는 동안 팀을 더 탄탄하게 만들고 싶다. 매년 좋아진다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꺼냈다.
광주는 분기점을 지난 K리그1에서 6위에 자리하고 있다. 구단 사정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여기에 코리아컵에서도 8강에 올라 있다. 울산HD를 넘으면 4강에 가 우승까지 노릴 수 있다.
이 감독은 “K리그1에서의 1차 목표는 잔류”라면서 “코리아컵은 욕심이 난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 출전한 뒤 많은 것을 느꼈다. 선수들도 자신감이 생겼다. 그런 경험을 하게 해주고 싶다. ACL2라도 나간다면 소득이 높을 것이다. 구단 재정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광주를 아시아 대회로 한 번 더 인도하고 싶다”라는 올해 목표를 얘기했다.
올해가 지나면 이 감독은 다시 한번 국내외 여러 팀의 관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 감독은 “어떤 미래가 다가올지 모르지만 한국 지도자를 보는 인식을 바꾸고 싶은 생각이 가장 크다. 국내에서든 해외에서든 한국 지도자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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