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티 보이’ 권원일, UFC 입성 도전...“마지막 꿈 향한 첫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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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챔피언십 타이틀전까지 치른 아시아 강자, 드디어 세계 최고 무대 UFC 도전
14승 중 13승이 피니시...화끈한 타격과 유창한 영어로 ‘똑똑한 파이터’ 명성

[스포츠서울 | 이주상 기자] 한국 종합격투기(MMA)의 새로운 희망 ‘프리티 보이’ 권원일(30)이 드디어 세계 최고 무대 UFC의 문을 두드린다.
밴텀급(61.2kg) 파이터 권원일은 15일(한국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 열리는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DWCS) 시즌 9 에피소드 10’ 제5 경기에서 멕시코 단체 룩스 파이트 리그(LFL) 밴텀급 챔피언 ‘페가호소’ 후안 디아스(27, 페루)와 맞붙는다.
권원일의 별명 ‘프리티 보이(Pretty Boy)’는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강함을 상징한다. 그는 “옛날에 일본에서 경기를 할 때 항상 KO로 이기고 내 얼굴이 깨끗하다며 ‘프리티 보이’란 별명을 지어줬다”고 설명했다.
2014년 프로 무대에 뛰어든 권원일은 현재 MMA 통산 14승 5패의 전적을 보유하고 있다. 놀라운 점은 14승 중 13승이 피니시(KO/TKO/서브미션)로 거둔 승리라는 사실이다. 판정승은 단 한 번뿐이며, 5패 중에서도 판정으로 진 것은 딱 한 번뿐이다.
회피 능력이 뛰어나 경기 후에도 얼굴을 거의 맞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권원일은 깔끔한 복싱 실력과 화끈한 타격으로 MMA 팬들의 눈을 사로잡는 파이터로 평가받고 있다.
권원일의 진가는 아시아 최대 MMA 단체인 ONE 챔피언십에서 발휘됐다. 싱가포르를 기반으로 한 ONE 챔피언십에서 2019년부터 올해까지 6년간 활동하며 9승 5패를 기록했다.
특히 ONE 챔피언십에서 거둔 9승은 모두 KO로 일궈낸 것이라는 점에서 그의 타격 파괴력을 입증한다. 권원일은 한 차례 타이틀에 도전한 바 있는 강자로, ONE 챔피언십에서 꾸준히 상위권 파이터로 활약해왔다.
권원일은 체급 내에서 신체 조건이 좋은 편이며, 이를 바탕으로 원거리에서 타격 압박을 활용해 경기를 풀어나가는 파이팅 스타일을 선호한다. 뒷손 스트레이트가 빠르고 묵직한 데다 리치가 길어 상대의 공격이 나올 때 받아치는 카운터를 잘 활용한다.
특히 국내 선수들의 고질적인 약점으로 꼽히는 스텝의 부재도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국제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춘 완성도 높은 파이터로 인정받고 있다.
권원일은 14일 61.2kg으로 밴텀급 계체를 무난히 통과했다. 상대 디아스는 61.7kg으로 체중계를 내려왔다. 두 선수는 악수를 나누며 선전을 다짐했다.
후안 디아스(14승 1무 1패)는 멕시코 LFL 챔피언 출신으로, 끈적끈적한 진흙탕 싸움을 펼치는 스타일의 선수다. 어렸을 때부터 킥복싱과 레슬링을 수련해 MMA 전 영역에서 고른 실력을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멕시코에 신설된 UFC 퍼포먼스 인스티튜트(PI)에서 훈련하고 있다.
권원일은 디아스에 대해 “맷집과 체력이 뛰어나지만 발이 느리다. 이 부분을 적극 공략할 생각”이라며 “상대가 무엇을 얼마나 잘하는지 1라운드에 체크하고, 내 목표는 2~3라운드 안에 KO 시키는 것이다.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끝날 수도 있다”고 자신감 넘치는 예고를 했다.
또한 “상대 영상을 보려는데 너무 재미가 없고 졸려서 제대로 못 봤다. 그냥 점수 따고 이기는 법을 아는 선수인 것 같다”며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DWCS)는 UFC의 공식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2017년 첫 선을 보였다. 단판 승부를 벌여 데이나 화이트(56, 미국) UF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마음을 사로잡으면 UFC와 계약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인상적인 피니시(KO/TKO/서브미션)로 승리하면 UFC 계약 가능성이 크게 높아진다. DWCS에 나서는 선수들은 ‘상대를 KO 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곤 하는데, KO 승리가 익숙한 권원일에게는 오히려 유리한 조건이다.
지금까지 아홉 시즌을 통해 UFC 웰터급(77.1kg) 챔피언 잭 델라 마달레나를 포함해 총 328명의 선수가 UFC와 계약했다. 이번 시즌에서는 지금까지 45경기가 펼쳐져 41명이 UFC와 계약했다. 승자의 계약률은 무려 86.67%에 달한다.
흥미로운 점은 경기에 졌어도 명승부를 보여준 두 선수가 계약서를 받은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DWCS가 단순히 승패만이 아니라 경기력과 잠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지 도박사들은 약 6 대 4로 권원일의 우세를 전망하고 있다. 권원일이 멋진 경기력을 보여주며 승리한다면 지난해 고석현에 이은 한국 두 번째 DWCS 계약자이자, 26번째 UFC 코리안 파이터가 될 수 있다.
한국은 그동안 정찬성, 김동현, 최두호 등 25명의 UFC 파이터를 배출했으며, 권원일이 합류하면 밴텀급에 새로운 한국 파이터가 등장하게 된다.
권원일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마지막 꿈을 향한 도전의 첫 발”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모든 종합격투기(MMA) 선수의 목표는 UFC 챔피언이 되는 것이고, 나도 마찬가지”라며 “원챔피언십에서 뛰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UFC에서 꼭 한 번쯤 경기를 해보고 싶다는 게 있었다”고 고백했다.
권원일은 실력뿐만 아니라 유창한 영어 인터뷰로도 유명세를 탔다. 그는 ONE 챔피언십에서 승리한 뒤 통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영어로 답하며 ‘똑똑한 파이터’로 화제가 됐다. 특히 그의 인터뷰는 ‘영어의 맛을 잘 살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영어를 잘하지 않는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인 권원일은 “격투기와 관련된 영어 질문은 대부분 뻔하다. 하도 많이 듣다 보니까 어느 정도 알고 간단한 건 내가 답한다”고 설명했다. 학창 시절부터 영어를 잘했냐는 물음에는 “전혀”라며 웃었다.
DWCS에서 승리하면 링 위에서 인터뷰 기회가 주어진다. 권원일은 “그때는 한국말로 조용히 이야기할까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대회사가 누구를 도발하든가, 욕하는 것을 원하면 시원하게 해줄 수 있다. 이제 내가 UFC 파이터가 되는 것이니까”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만약 권원일이 UFC에 입성하면 영어 인터뷰를 직접 소화할 수 있는 한국 파이터로서 글로벌 팬층 확보에도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DWCS를 ‘새로운 시작과 도전’이라고 표현한 권원일은 “내가 드디어 UFC에 간다”며 “이번 경기를 화끈하게 하고 UFC에 입성한 다음 열심히 싸우는 모습을 보여줄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30세의 나이는 격투기 선수로서 결코 젊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권원일은 “마지막 꿈”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UFC 챔피언이 되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ONE 챔피언십에서 6년간 쌓은 경험과 검증된 실력, 그리고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은 UFC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으로 보인다.
권원일의 강점은 명확하다. 14승 중 13승을 피니시로 거둔 마무리 능력, 얼굴을 거의 맞지 않는 뛰어난 회피 능력, 묵직한 뒷손 스트레이트와 긴 리치를 활용한 카운터 펀치, 그리고 좋은 스텝워크까지. 완성도 높은 타격수로서 DWCS 무대에서 데이나 화이트의 눈도장을 받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권원일이 출전하는 데이나 화이트의 컨텐더 시리즈(DWCS) 시즌 9 에피소드 10은 15일 오전 9시부터 UFC 파이트 패스(UFC Fight Pass)에서 생중계된다.
UFC 회장 데이나 화이트가 직접 지켜보는 가운데 펼쳐지는 이 경기에서 권원일이 화끈한 KO승을 거둔다면, 한국 격투기의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UFC에서 열심히 싸우는 모습 보여드릴게요.” 자신감 넘치는 권원일의 목소리처럼, 내일 라스베이거스 UFC 에이펙스에서는 한국 격투기의 새로운 희망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 MMA의 한 관계자는 “권원일은 ONE 챔피언십에서 이미 최상위권 실력을 증명한 선수”라며 “화끈한 타격 스타일과 높은 피니시율, 그리고 유창한 영어까지 갖춘 권원일이 UFC에 입성하면 한국 격투기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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