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1000만’ 야구 보기도 바쁜데, ‘민폐’ 대포 카메라 어쩌나…‘전면 금지’한 팀도 있다 [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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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2년 연속 1000만 관중이다. KBO리그가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그러나 이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엔 걸림돌이 있다. 구장의 질서를 흔드는 ‘대포 카메라’ 문제다. ‘몰상식’하다면 몰상식하다. 관중 관람 및 편의를 해친다. 결국 KBO리그 인기 지속성을 위협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잠실구장은 이미 여러 차례 혼란을 겪었다. 지난 6일 두산-LG전에서는 한 오디션 프로그램 참가자 공연을 촬영하기 위해 대포 카메라를 든 일명 ‘홈마’들이 지정석을 넘어 관중석과 그라운드를 가로지르며 충돌을 빚었다. 현장 관계자의 제지도 역부족이었을 정도. 이 과정에서 수많은 야구팬이 다쳤다.
20일 롯데-LG전에서는 인기 아이돌 엔믹스 해원이 시구에 나섰는데, 이를 찍으려는 중국인 홈마가 중앙 테이블석까지 무단 진입했다. 현장 제지로 되돌려보냈지만, 야구장 질서를 무너뜨렸다. 이후 해원이 퇴장하는데, 이들 역시 경기를 외면한 채 집단으로 자리를 떠났다. 절반의 좌석이 텅 빈 기형적 장면을 남겼다. 이뿐만이 아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며 선수 출입구 앞을 점거하고 카메라 셔터를 연사한 파렴치한(?) 모습도 보였다.

명백한 야구팬의 ‘관람권 침해’ 행위다. 경기와 무관한 촬영 욕심으로 다른 관객의 시야를 가리고 동선을 막는 행위가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구단은 이미 대응에 나섰다. 삼성은 2023년부터 50㎜ 초과 렌즈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위반 시 경고 후 퇴장 조치한다.
삼성 관계자는 스포츠서울과 전화에서 “치어리더와 관중 모두 피해를 보자 구단 차원에서 결단했다. 팬이 더 나은 환경에서 관람하려면, 대포 카메라가 사라져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키움 역시 관람 방해 발생 시 퇴장 규정을 마련했다. LG의 경우에는 KBO의 규정이 생기면, 곧바로 따라가겠다는 입장이다.
KBOP(KBO 마케팅 자회사)는 대응 방향을 모색 중이다. KBO 관계자는 “공식 안건으로 상정된 것은 아니지만, 관중 편의를 위해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다. 더 나은 관중 편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 구단 차원의 공통 지침은 아직 없지만, 점차 논의의 무게가 실리고 있다.

KBO리그는 현재 전례 없는 호황을 맞았다. 2년 연속 1000만 관중 달성은 자랑스러운 기록이다. 그러나 ‘대포 카메라’ 문제가 방치된다면, 이 성과는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구장은 선수와 팬이 함께 숨 쉬는 공간이다. 소수의 몰상식한 행동이 다수의 즐거움을 빼앗을 수는 없다.
KBO와 구단이 결단할 때다. 대포 카메라 문제를 ‘전면 금지’로 끌어올려야 한다. 건강한 관람 문화 없이는 인기가 오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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