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 ‘5연승’ 이정효 감독의 천적으로, ‘초보스럽지 않은’ 정경호 감독의 과감한 풀 로테이션 승부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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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선택과 집중’이 결과로 이어졌다.
정경호 감독이 이끄는 강원FC는 23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의 K리그1 27라운드 경기에서 1-0 승리했다.
적지에서 소중한 승점 3을 획득한 강원은 35점으로 광주와 동률을 이뤘다. 하위권의 수원FC, 제주SK(이상 31점) 등과의 간격을 벌리는 데 성공했다. 파이널A 진출의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강등권에서 멀어지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승리였다.
강원은 광주전 5연승을 달렸다. 지난시즌 정 감독이 수석코치로 일하던 때, 그리고 올시즌 세 경기까지 모두 잡아내며 이정효 감독의 ‘천적’으로 등극했다. K리그 최고의 사령탑으로 꼽히는 이 감독을 ‘초보’인 정 감독이 계속해서 잡아내는 의외의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이 감독은 정 감독이 늘 면밀하게 관찰하고 참고하는 일종의 ‘롤 모델’이라 이들의 관계는 더 흥미롭다. 두 사람은 P급 지도자 라이선스 동기에 ‘전략가’라는 공통점도 있다. 정 감독 입장에선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큰 승리다.

우연은 아니다. 정 감독의 과감한 승부수가 상대 전적 5연승으로 이어졌다. 정 감독은 주중 코리아컵 4강 1차전 전북 현대 원정에서 100% 로테이션을 감행했다. K리그1에서 자주 뛰지 못하던 선수들로 베스트11, 벤치 멤버를 꾸렸다. 경기 출전에 목이 마른 후보 선수들이 들어가 활약하길 바라는 기대와 광주전에 조금 더 집중하겠다는 계산이 담긴 선택이었다.
광주도 부천과의 코리아컵 4강 1차전을 치렀지만 강원과 달리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했다. 이 감독은 코리아컵 우승에 욕심내고 있다. 홈 경기에서 잘못되면 계획이 틀어질 수 있어 승리에 전력투구했다. 강원전은 나중에 생각할 일정이었다.
정 감독은 이 팀을 파고들기 위해 로테이션을 실시해 광주전에서 체력의 우위를 점했다. 원정이지만 적극적인 공격과 압박으로 초반에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후 리드를 잘 지켜 승자가 됐다.
강원은 광주를 이기며 K리그1에서 분위기를 전환했고, 앞서 전북 원정에서 비겨 2차전 홈 경기의 유리함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로테이션을 통해 가용 가능한 자원이 늘어났고, 내부에 긴장감도 형성됐으니 작전은 대성공이다.

정 감독은 최근 “난 초보 감독이다. 모든 초보 운전은 서툴다”라며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전북과 광주로 이어지는 2연전의 운영을 보면 결코 ‘초보스럽지’ 않다. 코치로 오랜 기간 쌓아온 내공을 십분 발휘하는 모습이다.
정 감독의 이번 선택을 보면 9월 시작하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도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여러 대회를 소화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감독의 선수단 운영 능력이다. 전술, 리더십뿐 아니라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이기도 하다. 정 감독은 피치 안에서뿐 아니라 시즌 전체를 끌어갈 아이디어가 있다는 것을 이번 2연전을 통해 증명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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