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9%로 드러난 ‘대투수’의 진화, KIA 양현종 ‘커브볼러’로 거듭나는 중 [SS집중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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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광주=장강훈 기자] 9%. KIA 양현종의 커브 비율이다. 여전히 낮은 비율이지만, 궤적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결과를 떠나 200승, 3000이닝 돌파를 목표로 삼았다면 반드시 필요한 구종이다.
양현종이 쓴 입맛을 다셨다. 20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키움과 홈경기에 선발로 나서 6.1이닝 동안 8안타 4실점(1자책) 했다. 3회초 수비 때 4점 내줬는데, 빗맞은 타구가 안타가 되거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되는 등 어수선했다.
3회를 제외하고는 7회 1사 1,2루에서 김기훈에게 마운드를 넘겨줄 때까지 관록이 엿보이는 투구로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투구수는 88개.
눈에 띈 건 “될 때까지 던져보겠다”던 커브다. 5회까지 8개를 던졌는데, 최저구속은 시속 114㎞였다. 빠르게 가라앉지는 않았지만, 타자의 타이밍을 흔들 정도는 됐다. 커브를 던질 때 팔 스윙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은 게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비결로 보인다.

커브에 익숙하지 않은 투수는 느린 스피드와 큰 궤적을 몸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팔 혹은 손목을 더 세우려고 의식한다. 속구를 던질 때보다 척추각이 기울어지거나 상체가 뜨는 느낌을 준다. 회전을 많이 거는 대신 구속을 떨어뜨려야 하니, 팔 스윙 스피드를 떨어뜨리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양현종이 커브를 처음 던지기 시작했을 때도 그랬다. 공이 손에서 떨어져 나간 뒤 실밥의 공기마찰을 이용한 자연스러운 궤적이 형성돼야 하는데, 팔이나 몸으로 의도하는 게 보였다. 손에 익지 않은데다 감각이 없으니 들쑥날쑥할 수밖에.
모처럼 ‘직관’한 양현종의 커브는 완전하진 않지만 ‘쓸 수 있는 구종’ 반열에 오른 것처럼 보였다. 속구와 같은 팔 스윙, 비슷한 높이에서 출발하니 타자로선 헷갈릴 수밖에 없다. 속구 최고구속이 시속 142㎞에 머무르니 ‘더 느리고, 더 큰 변화구’가 꼭 필요할 터. 속구와 비슷한 느낌으로 커브를 던질 수 있으면,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

물론 ‘쓸 만한 구종’이지 결정구로 활용할 정도는 아니다. 커브볼러가 아닌 투수에게는 기본적으로 ‘목적구’ 성격이 강하다. 쉽게 말해 ‘보여주는 구종’. 타자에게 ‘큰 변화구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면, 타이밍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다. 그래서 ‘잘 제구된 볼’에 신경 써야 한다.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지 않도록 제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볼을 잘 던질 수 있으면, 얼마든지 결정구로도 활용 가능하다. 속구나 체인지업을 항상 스트라이크존으로 던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직은 ‘절반의 구종’으로 볼 수 있지만, 유의미한 진화로 읽힌다. 어쨌든 ‘대투수’는 꾸준히 진화하고 있다. 이게 꾸준함의 절대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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