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인해주세요!” 꼬마 팬 ‘외침’→외면하지 않은 외국인…준수한 타격, ‘복덩이’ 면모 보이네 [SS시선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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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한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외인 선수다. 팀 분위기, 타석에서 적응이 필요한 시기다. 여러 가지 신경 쓸 것이 많다 보니, 바쁠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도 팬의 ‘부름’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팬을 향한 행동이 인상 깊었다. KT 새로운 외국인 타자 앤드루 스티븐슨(31)의 얘기다.
지난주 대전에서 열린 KT-한화 3연전이 끝난 뒤였다. 인터뷰를 마치고 급히 수원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 개인 정비 시간도 빠듯했다. 그때 관중석에서 한 꼬마 팬이 “사인해주세요!”를 외쳤다. 통역이 말을 전하기도 전, 스티븐슨은 망설임 없이 그 아이에게 달려갔다.
합류한지 일주일도 안 된 선수가 맞나 싶은 정도다. 그라운드에서 항상 에너지가 넘친다. 몸에 맞는 공을 맞고도 더그아웃을 향해 ‘엄지척’을 날리는 모습, 경기 중에도 미소를 잃지 않는 태도다. 스티븐슨이 팀 분위기를 환하게 만든다.
스티븐슨은 “원래 열정적인 스타일이다. 경기장에서 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줄 수 있다면 나도 행복하다. 그 에너지를 선수단, 팬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그라운드에서 ‘복덩이’ 면모도 보인다. KT는 후반기 시작과 동시에 연패에 빠졌었다. 1번 타선이 발목을 잡았다. 누가 나오던 치지 못했다. 리드오프 타율이 0.120으로 10개 구단 중 꼴찌였다. 주자가 쌓이지 않으니 공격 흐름이 항상 막혔다.
스티븐슨이 합류하자,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1번’으로 낙점받았다. 10일 경기 전 기준 타율 0.294, OPS 0.972를 기록 중이다. 빠른 발과 콘택트와 장타, 몸을 날리는 수비 등 공·수·주 가리지 않고 맹활약을 펼친다. 이강철 감독이 원하던 ‘리드오프’의 모습이다. 스티븐슨도 “팀에 도움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웃으며 말했다.

스티븐슨은 팀 내 외국인 투수인 패트릭 머피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ML 워싱턴, 미네소타, 일본야구 니혼햄에서 3년간 한솥밥을 먹었다. 이강철 감독도 “서로 정말 친하다는데, 시너지 효과를 내길 바란다”고 기대했을 정도. 스티븐슨은 “가족끼리 엄청 가까울 정도로 친한 사이다. KBO행을 고민할 때, 패트릭이 KT에 있다고 해서 마음의 문이 열렸다”고 설명했다.
또 KBO 정규시즌 MVP 출신 에릭 페디와 친분이 있는데, 리그 입성 전 여러 ‘조언’을 들었다. 스티븐슨은 “페디도 KT가 좋은 팀이고, KBO리그가 흥미로운 리그라고 말해줬다. 페디의 얘기를 듣고 나서 더 큰 기대가 됐다. 하루빨리 KT에 합류하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뛰게 돼 정말 기쁘다. 앞으로 잘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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