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티모르 여자축구 ‘저변’ 닦고, ‘맨땅 헤딩 전문지도자’로 불리는…이민영 감독이 대경대와 시작한 새로운 ‘도전’[여왕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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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합천=박준범기자] ‘맨땅 헤딩 전문지도자’로 불리는 이민영 감독이 대경대학교와 함께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새 ‘도전’을 시작한 이 감독은 ‘2025 스포츠케이션 명품도시 합천에서 펼쳐지는 제33회 여왕기 전국여자축구대회’에 대경대를 이끌고 등장했다.
그는 ‘도전’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다. 지난 2018년 축구 불모지 동티모르로 떠나 여자축구대표팀을 맡았다. 이 감독은 동티모르 축구를 그만의 방식으로 차근차근 발전시켰다. 그 결과 동티모르는 최근 스포츠 센터를 건립하는 등 환경도 상당한 진전을 이뤘다고 한다.
동티모르 생활을 마무리한 이 감독은 지난 2023년 한국으로 돌아온 뒤 P급 지도자 자격증도 획득했다. 이 감독을 움직이게 한 건 대경대의 현실이었다. 대경대는 지난해 하반기 감독이 바뀌고 선수들이 이탈하는 등의 이유로 축구부 운영이 쉽지 않았다.
이 감독은 “축구팀을 없애자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팀 자체가 없어질 위기였다. 여자 대학축구팀 하나가 없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라며 “어떻게 하든, 선수가 몇 명이 될지 모르겠지만 살려보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대경대를 맡은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감독을 하기 위해선 교수가 돼야 했다. 체육학석사 학위를 보유한 그는 AI스포츠분석과 초빙교수를 맡으며 축구부를 이끌게 됐다. 이 감독은 “팀이 없어지는 것 때문에 불안해하는 선수들이 있다. 팀이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선수들도 잘하고 있다”라며 “내 방식대로 팀을 잘 만들면 2년 정도 고생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맨땅에 헤딩하러 왔다”고 껄껄 웃었다.
대학 축구는 과정만큼 결과도 중요하다. 선수들의 ‘진학’ 문제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초빙교수로 있는 만큼 선수들의 진학을 넘어 ‘진로’도 고민한다. 이 감독은 “사실 소수의 선수만 선택받는다. 대학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전혀 되지 않는 포지션이다. 첫 대회를 치르고 나면 그만두는 선수가 발생한다”고 현실을 말하며 “취업이나 진로가 명확하지 않기에 그런 고민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꼭 축구 선수가 아니더라도 대학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배울 수 있는 부분을 가르치려고 한다. 다른 진로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나를 통해 축구를 다르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동티모르에서 겪은 열악함을 지금과 비교하면 전혀 힘들지 않다”고 미소 지은 이 감독은 “누군가가 나를 향해 ‘지도자를 계속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게끔 멈추지 않고 계속 공부하고 선수들에게 다른 길을 만들어주고자 한다. 또 여자축구가 발전하려면 어떤 좋은 방법이 있을까를 고민한다. 나와 같은 사례도 있어야 또 누군가는 도전할 것 아닌가”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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