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의 이상한 행보, 신임 임원이 ‘구조조정 운운’ 결재하고 발뺌한 국장은 임원 승진?[SS 팩트체크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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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몇 개 대회 없어질 것도 예상하고 있어서 회사도 구조조정이 좀 필요한 상황이거든요.”
한국프로골프투어(KPGT) 고위 관계자 A는 명예퇴직, 권고사직 등의 이유로 직원 한 명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대회 축소’를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 전체 분위기를 한 번 바꿔야 한다는 기류가 있어 명예퇴직 대상자들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한 말”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11~12월 께 회사 전체 분위기 쇄신 구상을 얘기하던 중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년 취임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김원섭 회장은 투어챔피언십까지 첫 시즌 일정을 모두 마쳤을 때 다음시즌, 그러니까 올해 대회 수가 줄어들 것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참고로 비영리 사단법인 수장인 김 회장은 영리목적의 별도법인인 KPGT 대표이사를 겸하고 있다. 명예직인 프로 스포츠단체장으로 내실다지기에 힘쓰는 동시에 영업 최일선에 뛰어들어 외형 확장을 도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수완이 빼어나더라도, 몸은 하나 뿐이다. 더구나 김 회장은 풍산그룹의 고문과 재단법인인 퍼스트티 대표까지 겸하고 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란다.
그래서 지난해 8월께 A를 영입했다. 공개모집은 아니고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해 승인을 받았다. 협회 측은 “정관에 따른 적법한 인사”라고 밝혔다.

8월 입사한 A 임원은 2~3개월 만에 업무파악을 완전히 끝내고 구조조정 집행자가 됐다. 다른 스포츠단체에서 장기간 근무한 게 도움이 됐는지, 명예퇴직과 권고사직 대상자와 면담도 척척 해냈다. 이 때 직장을 떠난 사람 중에 일부가 ‘B와 투어 운영팀에서 오랜기간 함께 근무한’ 팀장, 부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B는 병가복귀 선수에게 규정을 잘못 안내했고, 상부에 보고를 누락한 사유로 해고됐다. B의 해고로 스포츠서울이 입수한 2023년 1월9일 내부 결재 문서에 이름이 있던 직원 전원이 직장을 떠난 셈이 됐다. 팀장과 부장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명예퇴직 신청서에 도장을 찍었고, 서류상 최상위 결재자였던 당시 전무는 전임 구자철 회장 퇴임과 함께 옷을 벗었다.

재미있는 건 일명 ‘결재라인’ 중에 당시 운영국장이던 인물은 김 회장 취임 후 전무이사로 승진했다는 사실이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지난해 연말 직장내 가혹행위 당사자로 지목됐고, 협회의 비호를 받다가 최근 해임됐다. 협회가 B에게 ‘보고 누락’ 등의 이유로 해고통보한 건 가혹행위 당사자가 해임된 직후다.

A임원은 “병가를 냈던 선수는 2023년 복귀할 때 당시 운영국장에게 보고가 들어가지 않았다고 한다. 운영팀장도 보고받은적 없다더라. 그러나 지난해 협회 전무이사와 해당 선수가 통화하면서 규정 적용을 잘못 전달받은 사실을 인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등장하는 ‘운영국장’과 ‘전무이사’는 동일인이다.
이상하게도, 이번 사태와 관련한 거의 모든 사항에 ‘직장내 가혹행위 가해자’의 그림자가 서려있다. 단순한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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