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놈 기운 뽐낸’ 신태용 울산 데뷔전 어땠나…‘역발 윙백+공격앞으로’ [SS현장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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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 기자] 첫판부터 ‘신태용다운’ 도전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의도한 게 완벽히 들어맞진 않았지만 최우선 화두로 내건 분위기 전환을 통해 무승 고리를 끊어냈다.
신태용 감독이 소방수로 부임한 울산은 9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25라운드 제주SK와 홈경기에서 후반 27분 터진 루빅손의 선제 결승골로 1-0 신승했다.
클럽월드컵까지 공식전 11경기 연속 무승(3무8패) 부진에 빠진 울산은 김판곤 감독과 이별하고 신 감독을 제13대 사령탑으로 선임, 하반기 운명을 맡겼다.

신 감독은 지난 5일 선수단과 상견례를 한 뒤 사흘간 제주전을 준비했다. 올해 타이트한 일정으로 선수가 지쳐 있다고 판단한 그는 ‘캡틴’ 김영권에게 일주일 특별 휴가를 주는 등 주력 요원에게 쉴 공간을 마련했다. 또 훈련 중 “사적인 얘기라도 많이 하라”며 패배 의식에 빠진 선수단 분위기를 바꾸는 데 주력했다.
그리고 모두 예상 못한 전술 수정에 들어갔다. 제주전에서 신 감독은 울산이 무승 기간 유지한 스리백 전술을 그대로 들고나왔다. 부분적으로 ‘메스’를 댔다. 눈길을 끈 건 ‘오른발잡이’ 최석현을 왼쪽, ‘왼발잡이’ 조현택을 오른쪽 윙백으로 각각 둔 것이다. 이른바 ‘역발 윙백’. 3선 운영도 이진현과 고승범을 가까운거리에 뒀다. 핵심 노릇을 한 보야니치는 선발에서 제외했다.
이 부분만 봐도 “한 골 내주면 두 골 넣겠다”고 선언한 신 감독의 의중이 드러난다. 측면에 역발을 두는 건 기본적으로 전방 공격수의 중앙 지향적 움직임을 극대화하고 다양하게 빌드업, 기회 창출에 관여하게 한다. 핵심은 역발에 선 이들이 중앙을 파고드는 동료 움직임을 파악하고, 논스톱 패스 등 빠른 타이밍에 공을 보내야 한다. 또 상대 수비진의 방어 타이밍을 빼앗는 ‘역 크로스’도 핵심이다.

3선에 보야니치를 뺀 건 ‘속도’와 궤를 같이한다. 그는 패스의 질이 뛰어나지만 볼을 끄는 경향이 있다. 신 감독은 이진현을 중심으로 반 박자 빠른 전진 패스 등을 주문했다.
훈련 시간이 짧았던 만큼 완성도는 떨어졌다. 전반에 조현택이 수비 위치 등을 잡는 데 어려워 보였다. 결국 신 감독은 후반에 조현택을 본래 포지션인 왼쪽으로 보내고, 오른쪽에 강상우를 투입했다. 이후 효율적인 크로스 등이 나왔다. 루빅손의 결승골이 터질 때도 강상우의 크로스가 기점이 됐다.
그럼에도 울산은 444개의 패스를 기록, 제주(500개)보다 적었지만 키패스에서 12-1로 크게 압도했다. 신 감독이 그린 100% 색채는 나오지 않았지만, 방향성을 고려할 때 유의미한 수치다. 볼 획득 역시 88-58로 우위를 보이는 등 투쟁심도 개선돼 보였다.

신 감독은 “(경기) 3일 전 (훈련에서) 역발 윙백을 두니 선수들이 어리둥절해 하더라”며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선수들이 아직 이해도가 부족하나 시간이 지나면 적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택은 “왼쪽에서만 뛰어서 수비, 공격 자세 모두 왼쪽으로 적응이 돼 있다. 오른쪽에 서니 어색하더라. 하지만 몸에 익는다면 또 하나의 좋은 옵션이 될 것 같다.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스스로 ‘난 놈’이라 칭하는 신 감독은 첫판부터 특유의 독창적인 기질을 뽐냈다. 울산 재건 도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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